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20.01.18. Queen + Adam Lambert / Rhapsody Tour in 고척 스카이돔, 서울

미친도사 2020. 2. 2. 20:38

2018년 하반기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를 시사회로 보고는, 오랜 기간 팬이었던 이들에겐 그닥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퀸의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이들의 음악을 매력에 푹 빠지게 한 것 같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그리 흥행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프레디 머큐리의 사후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이 나라에서 퀸의 음악이 그리 인기를 얻을 것이라곤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영화의 열기가 어느 정도 식을 즈음에 퀸+아담 램버트의 내한 공연이 예고되었다. 이 소식을 듣자 마자, 난 예상했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할 것이고, 이틀 동안 할 것이라고... 며칠 후 구체적인 공연 일정이 발표되었을 때, 내가 예상한 대로 바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이틀의 일정으로 공연이 잡혔다.

 

핀란드에서 혼자 영화를 봤던 규영이가, 2014년 첫 내한 당시 자기 안 데려 갔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ㅋ. 이번엔 규영이와 함께 가기로 하고 예매. 양일 티켓 다 끊었다가, 첫날인 18일만 가기로 결정.

 

2014년 수퍼 소닉에서의 퀸 + 아담 램버트 공연 후기는 아래 링크...

2014.8.14. Queen + Adam Lambert ; Supersonic 2014 @ 잠실운동장 #공연후기

 

2014.8.14. Queen + Adam Lambert ; Supersonic 2014 @ 잠실운동장 #공연후기

후~ 퀸(Queen)이 한국에 왔습니다. 첫번째 앨범을 발매한지 41년만에 그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비록 1991년에 위대한 목소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세상을 떠났지만, 브라이언 메이(Brian M..

crazydoc.tistory.com

 

영화의 영향이기도 했고, 지난 2014년 공연의 내 후기를 본 지인 몇 분도 이번엔 보신다고 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2014년 때보다는 기다림과 두근거림은 훨씬 덜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는 브라이언메이가 공연을 며칠 앞둔 날, 비행기를 탔다고 글을 포스팅했다. 우워. 꽤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일찍 들어오네. 입국하면서 입국장에 나서는데, 환호하는 많은 팬들에게 목례하는 모습이 왜 그리 짠하던지...

https://www.instagram.com/p/B7VPyyBhML0/

 

Instagram의 Brian Harold May님: “THANKYOU !!! Dear Korean fans - what an amazing welcome for us arriving off the plane. Actually b

좋아요 94.8천개, 댓글 2,746개 - Instagram의 Brian Harold May(@brianmayforreal)님: "THANKYOU !!! Dear Korean fans - what an amazing welcome for us arriving off the plane. Actually…"

www.instagram.com

 

공연날...

그렇게 덜 긴장되고 두근댔지만, 공연날 아침엔 두근두근하네. 공연장인 고척 돔이 집에서 멀어서 차를 갖고 가기로 했는데, 수년 전에 메탈리카 공연 보러 고척 돔에 갔을 때, 공구상가에 주차했다가 출차하는데 1시간 넘게 걸렸던 기억에 공연장 근처 소형 주차장 여럿을 확인하고 갔다. 그런데, 공연장에 바짝 붙은 주차장들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공구 상가 주차장에 세웠는데, 굉장히 여유롭다. 흠. 뭐지?

기둥마다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아담 램버트의 사진이 걸려 있다

공연장으로 걸어갔는데.... 으하~ 공연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것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내가 대형 공연을 최근에 잘 안 간 것이기도 하겠지. 대형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현대카드 후원이라 그런지, 대형 현수막에 여기저기 근사하게 꾸며져 있다. 주변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시간 보내다가, 입장 줄을 찾아 이동했다.

우리는 스탠딩 다 구역이었는데, 사람 많은 공연에서 스탠딩 구역의 제일 뒤에 서는 것보다는 다음 구역의 제일 앞자리가 더 낫다라는 내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아이언 메이든 (Iron Maiden) 내한 공연 때 앞쪽 스탠딩 구역의 제일 뒤에 서 있다가 죽도록 힘들었던 경험... ㅠㅠ 하여간, 5시부터 입장인데 거의 지체 없이 입장 시작을 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무대. 무대 앞쪽에 둥글게 막이 쳐져 있고 거기에 퀸의 로고를 확장한 멋진 그림이 비춰지고 있다. 헐~ 완전 멋있다!

우리 자리에서 바라본 무대

 

규영이가 핀란드에서 영화 보랩 개봉하는 날 첫 회를 보고 받은 기념품을 팔에 차고 갔다

스탠딩 구역의 제일 앞자리까지 가이드가 있어, 무질서하게 뛰어가는 일이 없게 했다. 우리는 우리 구역의 거의 센터(전체로는 좌측)에 펜스 자리를 잡고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장이 넓어서인지 스탠딩 구역이 빽빽하게 채워지지 않았고, 지정석 또한 꽉 차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공연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는 스탠딩 구역도 채워지고, 지정석도 거의 다 찬 것 같아 보인다. 공연은 약 10분 가량 지연되어 시작할 것이라는 안내 방송이 있었다. 배경음악으로 U.F.O.의 'Doctor, Doctor'가 나오기도 했다. 2008년에 마이클 쉥커 (Michael Schenker) 내한 공연 때, 공항까지 마중 나갔던 3인(나 이외 2명)이 모두 같은 공간에 있다. 지정석 어딘가에 앉아 있을, 그 때 함께 했던 마이클 쉥커 팬클럽 회장한테 문자 보냈더니 자기도 Doctor, Doctor에 엄청 감동 중이라 한다. 하하. 기다리는 동안 관객석 어디선가 '에~~~오' 외침이 한 번 있어 다같이 크게 웃기도 했다.

지정석도 거의 다 찬 공연 시작 직전

약 7시 5분 정도부터 프레디 사후에 나온 그들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 할 수 있는 'Made in Heaven'의 숨겨진 트랙이 흘러 나오는 것이 공연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조명이 꺼지면서, 오프닝 음악이 나오는데 무슨 클래식 연주회 시작할 때 조율하는 것 같은 효과음이 나다가 오프닝이 시작하는데... 그냥 '억' 소리가 났다. 프레디 생전 마지막 앨범인 'Innuendo'의 타이틀 곡을 오케스트라 편곡된 'Innuendo'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고, 원체 극적인 곡이라 참 좋아하는데 이 곡이 오프닝일 줄이야. 시작과 함께 눈물이 주루룩. 그냥 주루룩이 아닌, 가슴 저 아래부터 뭔가 울컥울컥하는 그런 눈물이 흐른다. 하~ 재수하던 시작할 즈음에 발매해서 1년간 가장 많이 들었던 그 앨범. 머리 속이 이런 저런 생각이 주루룩 흘러간다. 무대 앞쪽에 있던 근사한 로고는 오프닝과 함께 무대 위쪽으로 떠오른다. 우워~ 마치 왕관같아 보인다.

공연 시작과 함께 위로 떠오른 퀸의 로고 장식

무대 뒤쪽에 천막 그림이 걷히면서 브라이언 메이의 실루엣이 보이면서, 언제나처럼 첫 곡인 Now I'm Here의 전주 좡!좡!좡!좡!좡!좡!이 시작한다.

꺄~~~~악

기타 소리에 아담 램버트의 보컬이 얹히고, 드럼이 얹히면서 무대가 확~ 밝아지니 무대 뒤쪽이 아닌 무대 앞쪽에서 브라이언 메이와 아담 램버트가 나와 있었다. 시작했다! 공연장은 괴성과 비명으로 꽉 찼다. 우워~ 관객들이 이 광경이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당황해 하는 것 같은 살짝 경직된 분위기. 무대의 뒷편이 모두 스크린이어서 거기에 화려한 장식이 있는 붉은 천막 이미지가 있는데, 이 부부에 그때그때 멤버들 모습을 비춰지면서 운용되었다. 아담 램버트, 시작부터 훌륭하구나. 브라이언 메이의 저 기타 사운드를 이 땅에서 다시 듣게 되는구나!!! 곡의 끝은 짤막하게나마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무리. 로저 테일러의 드럼 마무리도 멋지구나!

무슨 3D 안경 같은 걸 쓰고 등장한 아담 램버트

다음 세 곡은 좀 짧게 메들리처럼 진행되었다. Seven Seas of Rhye - Keep Yourself Alive - Hammer to Fall. 짧게 Seven Seas of Rhye를 마치더니, '징지리징~ 징지리징~' 2014년 내한 당시 듣고 싶었으나 못 들었던 Keep Yourself Alive를 이어서 한다! 며칠 전에 페북에 듣고 싶은 곡 중 하나라고 썼었는데, 진짜로 들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얌전히 볼 생각도 없었지만, 초장부터 큰 소리로 Keep Yourself Alive를 따라 부른다. 퀸 음악 중에 제일 헤비한 곡이라 할 수 있는 Hammer to Fall. 분위기 후끈 후끈. 코러스에서 로저의 고음 쭉쭉 뻗어주고, 드럼은 묵직하면서도 경쾌한데 브라이언의 개성 만점 기타 사운드... 더 이상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초장부터 관객들 훅~ 보내버리네.

Brian May with Red Special
그들이 돌아왔다! 돌아왔다구!!! ㅠㅠ

아담이 빨간 부채를 들고 피아노 위에 앉아서 요염한(?) 포즈로 노래를 하려 한다. '세상에 빛이 있으라 (Let there be light)'라고 한마디 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Killer Queen. 여성적인 분위기가 좀 느껴지는 아담인지라, 이 곡 분위기가 참 잘 어울린다.

Killer Queen

프레디 없는 퀸은 퀸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퀸은 프레디 혼자 노래하는 밴드가 아닌지라 개성있는 브라이언과 로저의 보컬이 여전히 살아있는 지금의 퀸의 목소리는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게 사실이다. 이 곡도 좀 짧게 끝나더니, 아담이 인사를 한다.

"서울~"
예~
"재미 있나요?"
예~
"내가 보이나요?"
예~
"퀸을 사랑하나요??"
예~
"프레디를 머큐리를 사랑하나요?"
예~
"나도? (나도 사랑하냔 말인지, 나도 프레디를 사랑한단 말인지...?)
예~
"브라이언 메이 박사를 만나고 싶나요?"
와~ (큰 박수)
"로저 테일러~"
와~ (큰 박수)
"I love Korea. 오늘 부탁이 하나 있어요. 우리 오늘 노래 같이 불러요. 함께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기념(celebrate)합시다."
와~

"난 오늘 여러분과 약속을 하나 하려 합니다..."라면서 노래가 시작한다. 아, 미치겠다. Don't Stop Me Now. 이 곡 역시 2014년에 안 해줘서 이번에 꼭 듣고 싶었던 곡 중 하나였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퀸 노래 중 하나.  Don't stop me, don't stop me, don't stop me 헤헤헤이~ don't stop me, don't stop me, don't stop me 우~우~우~ 공연장은 이미 클라이막스 수준으로 달아오른다.

아, 바로 이어지는 Somebody to Love. 32여 년 전에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퀸의 음악. 스튜디오 앨범의 그 엄청난 코러스는 아닐지어도, 라이브에서 보여지는 이 곡의 매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2014년에 이 노래 들었을 땐 눈물이 줄줄 흘렀는데, 이번엔 기쁜 맘으로 힘차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실내 공연장 전체에 관객들의 후렴구 합창이 엄청나게 채워진다. 하~ 진짜 가슴 벅차구나. 

다음은 대중적으론 많이 안 알려졌을 초기 곡인 In the Lap of the Gods... Revisited. 캬~ 이 노래 넘나 멋지지. 아담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좋다고 생각해서인지 퀸+아담 투어엔 꼭 이 노래가 들어가는 것 같다. 중간에 "오~ 오~ 랄랄랄라~ 오~" 주변 관객들은 조금 조용한 듯했지만, 난 정말 목이 터져라 외쳤던 것 같다.

차 배기음 효과음이 나더니, 로저가 'one two three four'를 외치며 노래를 한다. 하악... 무려 I'm in Love With My Car다. 이 노래를 들을 줄이야! 영화에서 여러번 언급이 되었지만, 정작 노래는 안 나왔던 로저의 그 노래. 아니, 저 영감은 아직 노래를 저리 잘 하시나. 예전에도 그랬고, 영화에도 그렇게 보여졌지만, 곡이 나온지 45년이 넘는 지금의 노래하는 로저는 여전히 매력이 철철 넘쳤다. 정말 관객들 모두 로저에게 홀딱 반하게 하고도 남을 명연이었다.

노래하는 드러머, 로저!!!

자전거 따릉이 소리가 난다. ㅋㅋㅋ. Bicycle Race. 돌출 무대 앞쪽에 조명이 비춰지더니 언제 갖다 놨는지 할리 데이비슨 한 대가 떡하니 서있고, 아담이 그 위에서 온갖 요염한 짓을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하하하. 

Bicyle Race

"빰!빰!빰! 빰빰빰빠~밤~" 멋들어진 베이스 라인으로 시작하는 Another One Bites the Dust. 이건 규영이가 무척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서인지 규영이가 무척 신나게 따라 부른 듯. 아니, 규영이는 아는 곡들은 정말 처음부터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이거 선곡이 장난 아니다.

아담의 목소리와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몽환적인 사운드로 서로 대화하듯 주고 받는다. 하~ 멋지다.  곡이 시작한다. I Want It All. 그닥 큰 히트를 못 한 Miracle 앨범의 수록곡이지만, 정말 대단한 힘이 있는 곡이고, 라이브에서 그 힘을 보여주는 그들의 대표곡이라 하기에 충분한 곡이라 생각한다. 주먹 불끈 쥐고 허공을 향해 뻗으며 부르게 하는 그런 곡. 중간에 브라이언의 솔로 보컬이 정말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기타 솔로가 이어지다가, 분위기가 살짝 바뀌면서 브라이언 메이의 속주 솔로가 이어진다. 이 곡은 이 부분이 하일라이트인 것이다. 완전 대박 멋지다니까.

뒤편의 스크린 연출도 기가 막히다

브라이언이 기타를 내려 놓고 혼자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섰다. 관객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더니 돌출 무대에 혼자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앉았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울"
"(인사를) 1주일 내내 연습했어요. 어쩌고저쩌고~"
"이 노래를 다 알텐데, 함께 불러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시작한다. 오~ Love of My Life. 관객들이 모두 전화기의 플래시를 켜서 흔들면서 노래한다.  플래시를 켜는 이벤트야 생소한 게 아닌데, 이번엔 팬클럽이 현대카드 측에 제안하여서 플래시에 여러 색이 있는 스티커를 나눠 붙이기로 해서 이 곡에서 형형색색의 플래시를 연출하기로 한 것이다. 공연 전에 스티커가 관객들 사이데 돌아다녀서 우리도 색을 각기 다른 색의 조명을 흔들 수 있었다. 뒷쪽을 보니, 여러 색의 조명이 반짝이는 것이 정말 장관이었다. 브라이언 역시 이렇게 관객들이 연출하는 형형색색의 조명에 여러번 감탄하는 말을 했다. 이 노래 끝 부분엔 뒷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재 연주하고 있는 브라이언 옆에 프레디의 영상이 나와서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마치 그가 무대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것 같았단 말이지. 브라이언이 프레디을 소개하듯 손을 뻗었고, 프레디는 목례하고 엉덩이 한 번 씰룩하더니 무대 뒤로 사라졌다. 2014년에도 봤었기에 예상했지만, 울컥하네.

Love of My Life
스마트폰 조명에 스티커를 붙여 형형색색 조명을 연출한 관객들
Love of My Life 마지막 소절은 프레디와 함께 ㅠㅠ

아주 옛날 노래라면서 '39를 부른다. 이 노래 역시 I'm in Love with My Car,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ove 등과 같은 앨범에 있는 노래. 정말 이 앨범 A Night at the Opera는 대박인 것이야. 이 노래 역시 브라이언 혼자 부르는 노래였는데, 관객들이 많이 따라 불러서 브라이언이 참으로 좋아했다 한다. 마지막에 'Rock in Seoul'이란 가사로 마무리.

돌출 무대 조명에 작은 드럼셋이 나타났고 (언제 갖다 놓은 거지?) 로저 테일러가 등장했다. 와~~~ "여러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봤나요? 우리가 100년 전에 불렀던 노래에요..."라며 시작한 노래는 무려 Doing All Right. 영화 속에서 프레디가 합류하기 전에 브라이언과 로저가 함께 클럽에서 연주했던 Smile의 곡. 이 노래를 할 줄이야. 정말 랩소디 투어 맞구나. 영화 속 노래는 다 부르려나봐.

Doing All Right

"여러분, 신의 선물이에요. 아담 램~버트"

관객들이 아담을 연호하기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여전히 재밌게 놀고 있나요? 여러분 뭔가 작은 미친 걸 느끼나요?"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경쾌한 락 음악이란 말이 딱 맞는 신나는 노래. 프레디는 이 곡에서 늘 통기타를 메고 나와 코드 세개 튕기며 노래했는데... 아담도 그 정도는 배워서 해도 좋을 것 같단 생각 해본다.

힘찬 드럼 사운드로 시작하더니, 익숙한 '딩 딩 딩디리 디딩, 딩 딩 딩디리 디딩' 베이스 라인의 Under Pressure가 이어진다. 원곡이 데이빗 보위와 듀엣이라면, 라이브에선 한 파트를 로저 테일러가 맡아서 한다. 캬~ 중간의 아담의 고음 지르기 한판! 그리고, 두 보컬이 함께 불러나가는 모습이 이 어찌 아름답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 아담이 함께 노래한 로저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준다.

브라이언이 '이 놀라운 밴드를 소개합니다'라며 밴드 멤버들을 소개한다.
Tyler Warren – percussion, drums, backing vocals (2017–present)
Neil Fairclough – bass, backing vocals (2011–present)
Spike Edney – keyboards, piano, rhythm guitar, backing vocals (1984–present)

각자 소개될 때마다 짤막하게 솔로 연주를 했다. 특히 키보드를 맡은 스파이크 에드니는 제5의 퀸의 멤버라 할 수 있는 이로, 80년대부터 퀸의 라이브에서 세션을 해준 진짜 오래된 멤버라 더욱 반가웠다. 아마도 오랜 퀸 팬들은 모두 반가워 했으리라.

이어진 곡은 실험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했던 시기의 곡 Dragon Attack이었는데, 각 파트별로 짤막하게 도드라지는 솔로 파트가 있었다.

다음 곡은 익숙한 키보드 오프닝... 짠짠짠짠,짠짠짜~잔 I Want to Break Free. 캬~ 이런 게 라이브란 거야. 가수 혼자 주구장창 노래하는 게 아닌 관객들과 다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거, 그게 라이브란 거란 말이지. 

좀 뜻밖에도 MR로 You Take My Breath Away가 나온다. 우워~ 아카펠라처럼 진행되는 곡의 앞부분이 나오다가 끊어지면서 나오는 곡의 전주가 "아~"라는 짧은 탄식을 내게 한다. Who Wants to Live Forever. 영화 사운드 트랙이기도 해서 유명해진 곡이지만, 프레디의 타계 이후 이 곡이 팬들에게 주는 그 느낌은 사뭇 진지하고 다르게 다가왔다 할 것이다. 들을 때마다 가슴 먹먹해지는 곡이 되었다. 하, 가슴이 답답하고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진다. 

무대가 어두워지더니 브라이언의 기타 솔로가 시작한다. 천체 물리학 박사이기도 한 브라이언답게 무대의 배경을 우주로 만들어 떠다니는 행성 위에 홀로 서서 기타를 연주한다. 익숙한 서양 민요 멜로디도 좀 나오고 그랬는데, 주로 그가 연주하는 솔로의 틀을 그리 많이 벗어나진 않았던 것 같다.

천체 물리학 박사, 브라이언 메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곡은 Tie Your Mother Down. 신이 나는구나! 아담의 목소리 쫙~쫘~악 뻗어주고, 공연이 클라이막스로 가기 시작하는 신호탄이로구나~ 얼씨구!

오프닝과 함께 터지는 탄식과 함성... The Show Must Go On. 퀸 후기 곡 중에 가장 극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바로 그 곡. 프레디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쇼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듯한... 정말 개인적으론 제일 좋아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그 곡. 2014년에 셋리스트에 있었으나, 정해진 시간 때문에 누락되었던 바로 그 곡. 울먹이며 뜨거운 가슴 부여잡고 따라 불렀다. 아담의 가창력이 가장 빛을 발했던 곡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이 멋진 곡을 미치도록 아름답게 불렀다. 후~ 큰 한숨 쉬고....

브라이언의 좀 공격적인 듯한 솔로로 시작한 곡은 Fat Bottomed Girls. 멋진 코러스로 시작해서, 아담이 자기 엉덩이 씰룩거리며 부르는 것이 객원 보컬로 참 잘 골랐다 싶다. 하하.

바로 이어지는 익숙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베이스 라인. Radio Ga Ga. 캬~ 우리 다같이 그 유명한 가가 박수를 쳐보자! 이 곡은 저 멀리 뒷쪽에서 혹은 무대 위에서 관객석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수많은 관객들이 다 같이 두 팔 높이 쳐들고 가가 박수를 치는 모습. 얼마나 멋질 것인가. 내가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이 노래 라이브를 보고 이들의 라이브를 보고, 그 영상 속의 관객들처럼 이 박수를 치고 싶었단 말이지.

Is this the real life? 원곡의 오프닝이 MR로 나오기 시작하자 마자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Bohemian Rhapsody... 원곡의 코러스 MR에 아담과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45년이 넘도록 이 곡은 이들 라이브의 하일라이트를 독차지했다. 다른 선택이 있을 수가 없다.

이 곡을 라이브의 제일 앞에 했다면, 그 때가 하일라이트인 것이다. 브라이언 메이가 은색 가면을 쓰고 망또를 두른 채로 무대 바닥에서 솟아 오르며 솔로 연주를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페라틱 코러스는 원곡의 뮤직 비디오가 화면을 통해 재생되었다. 오페라틱 코러스에 이러지는 질주하는 파트에서는 관객들 모두 미친 듯했다. 다같이 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목이 터져라 함께 부르면서 이 멋진 순간을 만들어 갔다. 이 화려하고 극적이고 멋진 곡을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해 왔다. 진짜 더 이상 근사할 수가 없단 말이다.

보랩에 다들 혼이 나간 듯했으나, 관객들은 정신 차리고 앙코르를 연호하며 멤버들을 무대로 불러 내고 있었다. 규영이와 나는 쿵쿵짝! 박수를 치며 불러내보려 했다. 2014년엔 팬클럽 회원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있어, 쿵쿵짝 박수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게 조금은 아쉬웠다. 관객들의 큰 앙코르에 연호에 밴드는 안 나오고, 스크린에 노란 재킷의 프레디가 나타났다. 그러면서, 생전의 그의 라이브에서처럼 Ay-Oh를 하며 관객들에게 노래를 시킨다. 아~ 미치겠네. 그가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 따라 무대에서 우리에게 노랠 부르게 하고 있다. 웃으며 "Fuck you~"를 한마디 내뱉으며 프레디는 사라졌다. 아~

에~ 요~

쿵쿵짝! 쿵쿵짝! 쿵쿵짝!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 브라이언은 태극기가 그려진 하얀 티셔츠를 입고 앙코르 무대에 올랐다.발 쿵쿵 두 번, 박수 한 번. 정말 그들의 락 필 팍팍 받는구나!

늘 마지막인 We Are te Champions는 이 밤의 열기를 정리하기 더 없이 훌륭한 마무리라 하겠다.

오늘의 이 두시간이 넘는 공연이 이렇게 끝나가는구나...를 온 가슴으로 느끼면서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다. 아마 모든 관객들이 그랬을 것이다. 가슴 속에 뜨거움으로 터질 것 같은 그 느낌. 그 뜨거움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 무대 위에 수많은 종이 조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밴드의 뜨거운 연주와 아담의 미친 가창력으로 극대화되었다. 하~

God Save the Queen의 연주에 맞춰 밴드들은 하늘에서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종이들 사이로 다함께 무대 앞에 서서 관객들을 향해 인사했다. 진심을 담아 큰 박수를 보내자. 관객들 모두 엄청 된통 퍽 썩 굉장히 매우 많이 울트라 캡숑 왕 짱 감동 먹은 표정이다. 관객들 모두 얼굴에 큰 감동과 행복함이 가득하다.

이 시대의 위대한 밴드 퀸 + 아담 램버트, 그리고 세션 연주자들. 짝짝짝짝
멤버들이 사라진 무대를 News of the World 표지의 로봇이 슬쩍 들여다 본다
규영이가 2014년에 퀸 팬클럽에서 만들었던 배너로 인증샷 하나

데이빗 보위의 Heroes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면서 첫 날의 공연이 정리된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즐거워 한다. 제대로 감동 먹은 규영이는 끝났어도 아직 퀸 공연을 본 것이 실감이 안 난다 한다.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수많은 사람들 모두 제대로 흥분한 모습들이다.

공구 상가 주차장은 예상 밖으로 한적했는데, 현금만 받는다 해서 주차장 입구에 있는 ATM에서 돈 찾아서 지불했다. 다음엔 현금 좀 준비해야겠다.

이렇게 퀸 + 아담 램버트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끝났다. 공연 시간은 약 2시간 10분 정도 되었고, 그들이 연주하고 노래한 곡은 1969년 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스마일의 곡부터 프레디 생전의 마지막 앨범인 Inneundo의 곡들까지 해서 28곡이었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의 연주와 개성있는 목소리는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현역이기 충분했고, 객원 보컬 아담 램버트는 왜 브라이언과 로저가 그를 데리고 투어를 도는 지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았다. 객원 연주자들 모두 연주 훌륭했고, 특히나 80년대부터 함께 했던 스파이크 에드니가 함께 해서 더 반가웠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위대한 목소리이며, 밴드 퀸의 훌륭한 프론트맨이었다. 하지만, [밴드 퀸의 목소리]는 프레디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 퀸의 목소리 중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여전히 그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아담 램버트의 목소리가 더해진 현재의 퀸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가 좋아했던 그 퀸의 노래로 들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014년에 비해 더 많은 관객들이 함께 그들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고, 지난 내한 공연을 놓쳐서 아쉬워했던 지인들도 이번 공연을 보면서 현재의 퀸 + 아담 램버트 조합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멤버들 역시 대단히 즐거워 하며, SNS를 통해 우리 나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동받았음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관객들 이벤트를 출국장에서 퀸 팬클럽 대표가 브라이언 메이한테 가르쳐 주기도 했다는데, 그 이야기도 브라이언 메이가 SNS에 남겼더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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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의 Brian Harold May님: “A wild party !!! Korea - Seoul - the GOCHEOK SKYDOME tonight. WOW !!! I honestly never experienc

좋아요 53.7천개, 댓글 1,411개 - Instagram의 Brian Harold May(@brianmayforreal)님: "A wild party !!! Korea - Seoul - the GOCHEOK SKYDOME tonight. WOW !!! I honestly never 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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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차에서, 혹은 집에서 퀸의 음악을 함께 듣고 했는데,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된 큰 딸 규영이와 함께 즐길 수 있어 더 즐거웠던 그런 공연이었다. 아래 영상은 2009년에 마루에서 아빠한테서 Radio Ga Ga에 맞춰 가가 박수 배우던 아이들. 이번엔 규영이는 그 박수를 아빠와 함께 쳤다.

 

이틀 간의 내한 공연을 모두 마치고 밴드는 다음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본으로 넘어갔다. 30년이 넘는 팬으로서 라이브에서는 늙은 그들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그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음에 너무나 반가웠던 공연이었다. 벌써 칠순이 넘은 두 멤버들이 언제까지 투어를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에 또 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출처: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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