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1일차 (Nightwish, Bring Me the Horizon, Black Label Society

미친도사 2022. 6. 7. 19:43

지난 이야기
2022.05.27 생전 처음으로 유럽 락페를 가게 되었습니다 @ 메탈의 나라 핀란드

 

말로 분위기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많아, 사진을 좀 많이 넣었습니다.
모바일에서 보면 좀 작게 보일 것 같은데, 가로 보기하면 좀 크게 보입니다.
아니면, PC에서 사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보일 겁니다. 참고하세요.

그리고, 동영상은 제 인스타그램 계정에 Reels로 올려서 링크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링크 괜찮네요. 다른 계정의 사진 올리기도 좋고.


공연 첫 날인 6월 2일은 오전부터 비가 계속 오고, 최고 기온도 15도입니다.

락페 3일 내내 🌨 예보


도착하고 핀란드 날씨를 며칠 경험해 보니, 맑고 해가 쨍한 14도는 우리네 24도 같은 느낌이고, 흐리고 비오는 14도는 4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비온다는 예보를 봐서 비옷을 준비해서 출국했고, 지인과 점심 약속 후에 공항에서 렌터카를 픽업해서 둘째 딸 세영이와 함께 행사가 열리는 도시 휘빈캐로 갔습니다.

휘빈캐는 헬싱키에서 약 1시간 거리의 도시입니다.


도시에 도착하면 온 사방에 락페 관련 배너 혹은 안내표지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휘빈캐를 구글맵으로 찍고 갔는데, 목적지 근처에 왔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행사장이 비행장 위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휘빈캐 비행장으로 다시 검색하고 갔더니, 이제서야 행사 관련 안내 표지가 나오기 시작하네요. 표지를 따라 한 10여분 갔더니, 왠 숲속길로 가라 합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숲길 (2일차 사진)

한참을 숲 옆의 비포장 외길을 따라가니 넓은 활주로가 나오면서 주차 구매 내역을 확인합니다. 주차 3일권을 구입했고 3일 주차권임을 확인하는 종이를 차에 두라고 줍니다. 이 종이는 옛날에 학교 유인물로 나눠주던 갱지 같은 재질입니다.


진행 요원이 활주로를 따라 주차 위치를 안내해 줍니다. 활주로만 포장이 되어 있고, 그 옆은 모두 그냥 맨땅입니다. 주차를 하고, 비옷을 입고 행사장을 향해 걸어갑니다. 주차장이 크기도 큽니다.

활주로를 걸어서 공연장으로


입구 옆 부스에서 공연 티켓 예매 내역을 보여주니 바로 팔찌를 채워줍니다. 저는 3일권, 세영이는 첫날 1일권 팔찌입니다. 우리나라 락페를 가면 행사 가이드, 시간표, 스폰서 업체의 잡다한 기념품 혹은 홍보물을 주는데, 여긴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팔찌를 채워주면 끝입니다. 뭔가 시간표 종이 쪼가리 같은 거 없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것 없고 안에 들어가면 매일의 일정을 멋지게 디스플레이해 놨으니 그거 보랍니다. 이것부터 뭔가 좀 맘에 듭니다. 공연장 가면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팔찌는 팔찌대로 주고, 목걸이 형태로 시간표, 뭔가 주는 게 굳이 필요하나 했는데 여긴 매우 심플합니다.

입장하자마자 왼편에 물품 보관소
입장하는 길


컨테이너 박스 몇 개로 만든 입구에서 진행요원이 팔찌 착용 여부만 슬쩍 보고 통과. 왼편에 가방이나 옷 같은 거 맡길 수 있는 부스가 있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면 보안 검사 구역이 나옵니다. 공연 전날 행사 주최측의 홈페이지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연장에 지참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들에 대해 안내되었습니다.

우리네 락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너, 깃발이 금지 품목. 그리고, DLSR카메라, 셀카봉


미리 이 가이드를 보고 가서, 특별히 지적될 것 없이 작은 가방은 통과했습니다. 컴팩트 카메라, 작은 수건, 작은 스낵 정도입니다. 비가 오지만, 우산은 지참 불가입니다. 사람들도 비옷을 입거나 그냥 일상복 입고 그냥 들어갑니다. 입장하면 스폰서 업체 혹은 몇 가지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장이 있는데, 비로 인해 모두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공연 전에 미리 공개된 행사장 지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입장하니 아까 팔찌 주던 진행 요원이 말한 근사하게 디스플레이했다는 일정 배너(?)가 보입니다. 공연은 많이 다녔어도 락페는 처음인 세영이와 함께 그 앞에서 인증샷 찍었습니다. 비가 꽤 옵니다만, 오래간만의 공연이라 흥분됩니다. Rockfest의 로고 조형물 앞에서도 인증샷.

머천 파는 데 얼른 둘러보고, 먹거리, 술 파는 데도 많아서 두리번거리니, 세영이가 무대부터 가보겠다면서 각자 돌아다니자 합니다.

비와서 밖에서 먹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 락페는 18세 이상만 참여 가능하다. 그래서 성인 인증 같은 거 필요없이 아무나 술을 살 수 있다
머천은 의류 외엔 없다고 봐도 무방. 3일 동안 참여하는 아티스트 의류는 다 구입 가능

저도 주변은 대충 둘러보고 큰 음악 소리가 나고 있는 메인 무대 쪽으로 옮겼습니다. Fever 333이란 팀이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콘솔에서 시작해서 무대 앞쪽과 펜스가 있습니다. 앞쪽은 뭐지? VIP 구역인가? 싶어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세영이가 카톡으로 앞에 쳐다 보랩니다. 엇. 어떻게 저쪽으로 넘어갔지? ㅎㅎ 무대 좌우 끝쪽으로 무대 앞 구역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ㅋㅋ 저도 건너가서 무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앙 펜스를 잡고 공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날 시간표


피버 333(Fever 333)이란 밴드는 3인조 팀이었는데, 구성이 보컬, 기타, 드럼입니다. 베이스가 없는 밴드는 잘 없는데, 특이하더군요. 음악은 펑크+하드코어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저런 음악 지칭하는 장르 용어가 있겠으나, 저는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어쨌든 굉장히 음악이 리드미컬하고 센데 꽤나 매력적입니다. 비가 오는 중이나 에너지가 상당해서 많지 않은 관객들 일부는 서클핏 만들면서 놀고 그럽니다.

에너지 넘치는 Fever333
콘솔 타워에 기어 올라가서 노래 중


이미 상의는 탈의하고 연주하는 중에, 보컬이 바지까지 벗어버립니다. 속옷 바람으로 엄청 신나게 노래합니다. 그러더니,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무대에서 콘솔까지 이어지는 통로로 뛰어가서는 콘솔 타워의 제일 높은 곳까지 기어 올라가더니 거기서 노래를 하다 마이크를 물고 끝마치고는, 아래 콘솔 천막으로 뱉으면서 공연이 끝났습니다. 무대로 돌아가면서 통로 주변의 관객들 일부와 하이파이브하는데 음악은 거칠고 온몸에 문신투성이지만, 관객들에게 감사해하는 모습이 이 친구들 맘에 들더군요.

다음은 레드 스테이지와 블랙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있어서, 구경 가봤습니다. 세영이는 그 다음의 메인 스테이지 밴드인 브링 미 더 호라이즌 (Bring Me the Horizon, 이하 브링미)을 위해 자리잡겠다고 남겠답니다. 레드는 무대랑 콘솔 부스까지 펜스로 통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앞뒤 구역 구분은 없었습니다. 레드 쪽에는 디아블로(Diablo)란 팀 순서인데, 관객도 꽤 많고 시작 전부터 관객들 반응이 상당합니다. 공연 시작하고 나서 보니 핀란드 팀입니다. 스래쉬 계열인 듯하더군요. 우리나라 디아블로도 진짜 짱인데.

핀란드 밴드, 디아블로(Diablo)


이제 블랙 스테이지도 가봅니다. 블랙 스테이지는 천막이 쳐져 있고 좀 더 작은 규모입니다. 훨씬 아티스트랑 가까워서 흡사 클럽 공연 같은 분위기입니다. 비가 오는 지라 블랙 스테이지 안에 사람도 꽤나 있습니다.

블랙스테이지에서 연주 중인 사이퍼16(Cypher16)


잠깐 둘러보다가 저도 브링미를 보기 위해 메인 무대 앞으로 와서 기다렸습니다. 무대가 다층으로 되어 있고, 각 층의 전면이 모두 영상이 나오게 되게 생겼습니다. 관객들이 무대 앞에서 맥주도 마시고, 담배도 자유롭게 피웁니다. 핀란드에서 돌아다니며 보니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공연장에서도 흡연구역이 있고, 무대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표지가 있음에도 담배는 다들 그냥 피웁니다. 무대 주변에 덩치 큰 안전 요원들이 있는데도 그건 안 말립니다. 3일간 있어보니, 아티스트의 특별한 요구 조건이 있지 않으면 그냥 두는 것 같습니다. 세영이는 담배 냄새 싫어하는데도, 그들의 문화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별 불평을 안 하더군요.

Bring Me the Horizon Setlist Rockfest 2022 2022
 

브링미는 저녁 8시 시작입니다만 훤합니다. 한 4-5시 되는 듯한 느낌? 어쨌든 시작합니다. 관객도 엄청 모여들었고, 펜스 저 편에 있는 관객 몇 명은 브링미 때문에 외국에서 왔나 봅니다. 영어로 얘기하더군요. 브링미는 음악만 몇 번 들어봤지만, 밴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보컬, 기타 둘, 베이스, 드럼, 키보드+퍼커션의 6인조였습니다 (검색해 보니, 정규 멤버 5인 + 세션 기타 1인). 공연 시작하는데,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모든 배경이 모두 스크린이고, 그 화면을 활용하며 보여지는 시각 효과도 굉장했습니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무대 전부가 스크린


음악 역시 에너지가 장난 아니었고, 첫 곡부터 관객들에게 서클핏을 만들도록 종용하면서 분위기를 삽시간에 끌어올리더군요. 인기있는 젊은 밴드여서 그런지 관객들 반응도 대단했고, 꽤나 많이 오는 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서 있던 세영이도 노래 따라 부르면서 음악에 몸을 맡겨 흔들면서 뒤에서 딱봐도 엄청 신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팀 노래를 제가 매 곡 분위기를 전달할 만큼 얘기를 풀어낼 수 없었지만, 그냥 스트리밍으로 듣던 거랑은 비교가 되지 않게 곡도 좋고, 연주도 훌륭했습니다. 보컬은 클린톤과 긁는 소리 모두 잘 소화했는데, 툭하면 침뱉고 코풀고… ㅋㅋ
“안녕 핀란드, 너희 시간을 우리에게 내줘서 고맙다. 나잇위시와 무대를 공유하게 되었다.”며 노래 몇 곡 후에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곡에서 서클핏 또는 모싱존 같은 걸 만들도록 종용해서 관객들을 엄청 뛰놀게 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이 굉장히 조용하고 내성적이라고 하는데 메탈의 나라라고 하는게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습니다만, 정말 공연장에서 그들의 에너지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비는 계속 오지, 기온은 12-13도 정도지… 입김이 호호 나고,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스마트폰 꺼내면 손이 굳어서 다루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비 맞은 스마트폰 액정은 조작도 잘 안 되기도 했고요. 한국에서도 비오는 락페를 경험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거의 겨울 야외 활동하는 듯한 빗속의 공연 관람은 꽤나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관객이 모여 있으면 바람도 좀 덜 느껴지고 해서 견뎠 것 같습니다.
공연이 거의 막판을 향해 갈 때, 보컬이 무대 아래 통로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더니, 여기 있는 모두와 하이파이브하고 싶다면서 통로를 다니며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가운데 통로에 서 있던 저랑 세영이도 하이파이브!!!

브링미는 준 헤드라이너 급이라 70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보긴 했지만, 브링 미 더 호라이즌이란 밴드는 정말 대단했고, 잘 몰랐던 저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무대가 예뻤던 브링미의 사진 더 보세요.

가수, 관객 모두 서로에게 가운데 손가락 🖕🏻


다음은 레드 스테이지에 잭 와일드 (Zakk Wylde)의 블랙레이블 소사이어티(Black Label Society, 이하 BLS)의 무대를 혼자 보러 갔습니다. 세영이는 나잇위시를 위해 자리를 지키겠다더군요. BLS의 공연장은 잭 와일드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의 명성에 비해 관객은 좀 적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사실 이 때 비가 제일 많이 오기도 했습니다. 행사장 중간에 이벤트를 위한 큰 천막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기도 했습니다. 레드 스테이지는 주최측(아님 큰 스폰서 방송사?)의 진행자가 나와서 밴드 소개를 하네요. 오프닝 음악은 블랙사바스의 War Pigs와 레드제플린의 Whole Lotta Love를 약간 믹싱한 묘한데 BLS스러운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Whole Lotta Sabbath라고 부르나 봅니다). 자, 4인조의 BLS가 등장했습니다.

잭 와일드의 존재감!


잭의 마이크는 해골로 장식되어 있었고, 그의 연주와 퍼포먼스는 남자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것도 음원으로 백날 듣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요. 잭의 대표적인 퍼포먼스인 고개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요새 애들 말로 간지 철철. 진짜 멋졌습니다.


도중에 무대 중앙에서 사라지더니, 무대 오른쪽에 건반에 앉아서 건반 연주를 하며 노래를 하네요.. 이 곡은 일찍 세상을 뜬 90년 헤비메탈의 대표 기타리스트인 판테라의 다임벡 대럴를 추모하는 곡이었나 봅니다 (In this river). 근데, 묘하게 베이시스트가 그와 좀 닮은 것도 같습니다. 건반도 잘 치네요.

건반 연주 중인 잭 와일드


하여간, 멤버들 면면이 장난 아닙니다. ‘진짜 헤비메탈은 이런 거다!’ 그를 상징한다 할 수 있는 기타들을 거의 매 곡 바꿔 가며 연주하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오랜 팬으로서 엄청 반갑고 합니다만, 묘하게 그 곡이 그 곡 같은 느낌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ㅎㅎ 전에 Generation Axe 내한 공연 때에도 연주에는 감탄하면서도 지루했던 기억과 겹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몇 장 더 첨부합니다. 그냥 잭 와일드의 연주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비 오는 거 봐라. 우이씨

BLS도 70분이었지만, 한 절반쯤 더 봤으려나? 나잇위시를 좀 더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옮겼습니다.


세영이가 서 있는 근처로 갔더니, 어휴 벌써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공연 시작 20분 전인데, 너무너무 춥습니다.

진짜 추웠다

역시 우리가 핀란드의 국민 메탈 밴드라고 하는게 그닥 뻥은 아니었나 봅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한 10분쯤 전부터 미리 환호하고, 핀란드에서 보는 나윗위시의 공연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잇위시는 지난 2016년에 내한공연을 한 바 있었고, 그 공연이 정말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2016.10.02. Nightwish -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Tour @ Blue Square, Seoul

 

2016.10.02. Nightwish -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Tour @ Blue Square, Seoul

핀란드, 스웨덴의 스피드 멜로딕 메탈 밴드들 중에 우리나라에서 매우 인기 있는 밴드들이 있다. 스트라토바리우스 (Stratovarius), 아치에너미 (Arch Enemy), 나이트위시 (Nightwish) 등등. 이 중에 나이

crazydoc.tistory.com


나잇위시는 지금의 보컬 플로어 얀센(Floor Jansen)이 세번째 보컬인데, 완전 성악 보컬인 타르야로 시작했지만 그들의 음악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엔 플로어만한 인물이 없다고 생각입니다. 작년에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했던 베이스 겸 세컨드 보컬 역할의 마르코 티에탈라가 탈퇴하면서 걱정을 했는데, 그만큼이나 키가 큰 세션 베이시스트를 영입했고, 울리언파이프와 백업 기타를 치는 트로이 도노클리(Troy Donockley)가 코러스를 맡는 걸로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Nightwish Setlist Rockfest 2022 2022, Human. :||: Nature. World Tour
 

처음부터 플로어의 무대 장악력이 장난 아닙니다. 원래 키도 크고, 볼륨감 있는 사람이 출산 후에 더 매력적이 된 것 같습니다. 성악 발성 뿐만 아니라 그냥 쭉쭉 뻗어 내는 샤우팅에 그냥 완전히 그녀에게 사로잡혀 버립니다. 유튜브로 본 이번 투어 초기의 핀란드 헬싱키 라이브 영상에선 플로어의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어휴 걱정할 필요 없겠습니다. 두번째 곡에서던가? 무대에서 화염이 솟구치면서 순간순간 온기가 전해져서, 세영이랑 바라보면서 ‘아~ 따뜻해’라며 했네요. 두번째 곡인 Planet Hell은 타르야 시절 곡인데, 이런 직선적인 곡은 플로어의 스트레이트한 해석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머리를 흔들자!

아, 따뜻해

밴드가 원래 핀란드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네덜란드, 영국 멤버가 있는 다국적 밴드임에도 코멘트를 주로 하는 플로어는 핀어를 종종 썼습니다. 강력했던 처음 세 곡이 지나고, 그녀 합류 후의 첫 앨범이었던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의 수록곡 Elan은 한숨 쉬어가는 코너였나 봅니다. 바로 Story Time으로 이어집니다. 드럼+베이스의 오프닝에 헤드뱅잉. 플로어가 다시 불러 정말 강력해진 곡이라 생각하는 곡인데, 중간에 드럼 박자 위에 플로어의 성악 보컬로 분위기 고조시키는 부분은 정말 최고입니다. 저는 아마 이 때부터 고함 지르느라 목이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또 근작 중 한 곡인 How’s the Heart?을 불렀는데, 살짝은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이 곡에서는 따뜻한 음색의 코러스 아저씨의 보컬이 꽤 잘 어울려서 혼자 너무 아름답잖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어지는 업템포의 오프닝은 심포닉 메탈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Dark Chest of Wonders. 점점 가슴 벅차오름을 느끼게 하는 곡 구성이 너무나 좋습니다.

바로 관객들 미치게 하는 I want my tears back이 이어집니다. 저는 미친 듯이 뛰면서 어이! 어이! 어이!를 외칩니다. 좀 더 팝적인 아넷 올젠 시절의 곡이어서 심포닉한 웅장함은 좀 덜하지만, 현재 라인업이 연주하는 이 곡은 다양한 음악적 분위기로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관객들 분위기도 장난 아닙니다. 아이! 아이! 아이! 이 때 쯤이었나? 뭔가 비옷의 어깨 쪽에 뭔가가 날아와 턱하니 붙은 느낌이 납니다. 아까도 누가 흥분해서 맥주를 뿌리고 했던 적이 있었기에 ‘에잇, 뭐야?’하고 무의식적으로 툭 털어내는데 이게 삼각형 모양인 것 같습니다. 얼른 떨어진 걸 다시 확인하니, 앗. 기타 피크! 바로 주워서 확인하니, 나잇위시의 로고가 박혀 있고, 뒤에 기타리스트 엠푸 이름이 쓰여져 있는 겁니다. 헐. 언제 엠푸가 피크를 던졌지? 그게 여기까지 날아왔다고? 전후 사정은 모르겠고, 아싸~ 완전 득템했다!

득템!


타르야 시절의 대표곡 중 하나인 Nemo와 Sleeping Sun. 플로어가 활짝 웃으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면 우리는 따라할 수밖에 없는 마력이 있습니다. 이어진 Shoemaker란 신보의 노래는 잔잔히게 전개되다가 성악 발성의 마무리는 완전 공연장을 압도합니다. 플로어가 관객들에게 광분할 것을 요구합니다. Are you ready for the last ride? 아, Last Ride of the Day입니다. 헤비하고 직선적인 느낌이 쇼를 하이라이트로 향해 가게 합니다. 여타 밴드에 비해 기타리스트의 비중이 적게 느껴지는 나잇위시지만, 이 곡은 엠푸의 존재가 좀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엠푸는 기타 솔로 중

장중한 오프닝이 Ghost Love Score를 알립니다. 팬들 사이에서 역대 세 명의 보컬 중에 플로어 버전이 압도적으로 좋다고들 하는 곡입니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보컬이 끌고 가다가, 기타 솔로가 주도하는 부분과 키보드의 현악이 이어지는 부분을 지나면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곡이 웅장해집니다. 거구의 플로어가 곡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러면서 곡의 절정이 시작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다 함께 ‘아이! 아이! 아이!’를 목터려라 외치면서 기다리면, 보컬이 끌어가는 하이라이트가 나옵니다. 마지막 부분은 정말 플로어가 아닌 보컬은 이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진짜 아름답습니다. 흑흑. 1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도 소릴 질렀더니 목이 아픕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 곡일 것 같습니다.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앨범의 24분짜리 대곡 The Greatest Show on Earth 중 1~3챕터입니다. 이 곡이 시작하면서, 무대 위쪽으로 불꽃놀이 폭죽이 터집니다. 무대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불꽃놀이가 보이지는 않고 빨갛게 물든 하늘이 보일 뿐입니다. 핀란드의 인기 밴드답게 무대도 화려하게 꾸며주나 봅니다.

폭죽 터지는 하늘

주최측에서 소셜 미디어에 올린 폭죽 터지는 무대 사진


웅장하고 스피디하고 묵직한 것이 정말 멋집니다. 중간부분에서 숲속의 여러 생명체 소리 같은 게 섞이는 듯한 분위기가 한번 더 바뀌는데 이 부분에서 하늘에선 폭죽이 엄청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곡은 좀 더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느낌으로 변하면서 (그러면서도, 플로어의 보컬은 강렬한데 부드럽습니다) 콘서트의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하는 We were here를 다같이 부르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다같이 죽어라 We were here를 외칩니다. 그러면서, 있는 폭죽 다 터집니다. 정말, 이 순간 이 곳에서 내가 나잇위시의 공연을 보고 있고, We were here를 외치면서 이 공연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WE WERE HERE 🤘🏻

신보의 마지막 곡이 배경으로 나오면서, 멤버들이 무대 인사를 합니다. 하, 너무나 멋진 무대를 보여준 밴드에 가슴 속에서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무대 인사 중인 밴드. 짝짝짝짝짝


그냥 배경음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사를 마친 멤버들이 간격을 두고 무대 위에 나란히 서있고 플로어가 이 곡의 자신이 부분을 노래합니다. 아, 끝까지 멋짐의 끝을 보여줍니다.

무대 인사 후, 플로어가 마무리 노래 중. 짱 멋있다!!!

나잇위시에 너무나 흥분한 아빠는 세영이도 재밌게 봤는지 궁금합니다. 세영이는 자기는 찾아 들어본 적은 없는데, 아빠가 자주 들어서 익숙한 곡이 많았고 공연도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세영이가 이 정도로 얘기하면 엄청 재밌게 본 거에요. 인스타에 락페 글 올리면서 플로어 얀센 짱 멋졌다고 쓴 거 보니 정말 재밌었나 봅니다. (집에서 TV로 유튜브 보다가, 딱히 볼 거 없으면 나잇위시 곡 틀거든요)

나잇위시 사진도 몇 장 더!

이게 밤 11시 1분 사진. 밝음!


이렇게 Rockfest의 첫 날 공연이 자정에 끝났습니다.

공연 끝나고 VIP 자리에서 바라본 메인 무대. 자정 즈음


종일 비 쫄딱 맞아서 추위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저나 세영이 둘 다에게 첫 해외 락페로 판란드의 Rockfest 첫 날은 진짜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히터 틀고 - 6월에 히터라니!! - 몸 녹이면서 숙소로 오니 대략 1시 좀 넘었던 것 같습니다. 흥분이 가시지 않는 저는 캔맥주 하나 까먹으면서 공연을 되새기다가 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습니다.
핀란드에 도착할 즈음엔 락페 기간 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일기 예보가 계속 변하더니 둘째 날엔 비예보가 없어졌습니다. 내일은 맑은 날씨로 공연 보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계속 ...



공연 본 것들 셋리스트를 기반으로 Apple Music에 플레이리스트 만들었습니다. BLS는 Rockfest의 셋리스트를 몰라서 5월 말에 있었던 다른 공연 셋리스트로 만들었습니다.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bring-me-the-horizon-rockfest-finland-on-2022-06-02/pl.u-a3r9CPgLK6aW

 

Setlist: Bring Me The Horizon @ Rockfest, Finland on 2022.06.02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4 Songs

music.apple.com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black-label-society-rockfest-finland-on-2022-06-02/pl.u-VVPdCB0evXly

 

Setlist: Black Label Society @ Rockfest, Finland on 2022.06.02.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4 Songs

music.apple.com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nightwish-rockfest-finland-on-2022-06-02/pl.u-mxX0IzKvxPeo

 

Setlist: Nightwish @ Rockfest, Finland on 2022.06.02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5 Songs

music.apple.com

 

다음 이야기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2일차 (Scorpions, Megadeth, Heaven Shall Burn)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3일차 (Iron Maiden, Amorphis, The 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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