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동안 3D 프린터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선뜻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일반 프린터처럼 소비자가 구입해서 설치 후 척척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쓰던 Stratasys 같은 경우, 구입해서 (전문 엔지니어가) 설치 후엔 그냥 우리는 사용하기면 하면 되는 것이었고, 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개인용 3D 프린터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최근 1, 2년 동안에 체코의 프루사(Prusa)란 회사 제품이 완성도가 상당히 좋은 완제품 형태의 제품을 내놓는 것 같아 관심을 갖고 지켜 보았다. 마침 '손과 머리'의 박성윤 사장님이 프루사 제품을 쓰시면서 아주 만족도가 높다 하셔서,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 때에 소형 제품인 프루사 미니+ (Prusa Mini+)를 주문하게 되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얼마 금액 (200달러였던가?) 이상이면 전세계 배송비 무료였다. 프루사미니+는 반제품 가격이 399달러로 45만원쯤 하는 가격이다. 꽤 괜찮은 가격이라 하겠다. 거기에 프루사 제품에 최적화된 프루사 필라멘트 2가지를 함께 주문했다.
원체 주문량이 많은 시기여서 약 석달 후인 2월 초에 발송 메일을 받았다. 체코는 우리와 자유 무역 협정 (FTA) 대상국이어서, 관세가 무료라고 박사장님이 알려주셔서, 관련 서류를 프루사 측에 요청해서 받은 후에 배송/통관 업체인 DHL에 전달해서 관세는 면제 받고 소정의 부가세는 내고 배송을 기다렸다.
배송을 받고, 가이드를 따라 큼직한 단위로 조립된 파트들을 간단하게 조립을 했고 시운전을 하는데, 뭔가 필라멘트를 물고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 부드럽게 필라멘트를 물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이게 모터가 오동작하는 것 같은 굉음(?)이 나면서 잘 못 물고 들어간다. 억지로 물고 들어가게 한 후에는 Purge를 하면서 필러멘트를 밀어내는 모터 주변에서 필라멘트가 갈려나가는 것이다. 나름 검색은 잘 하는 편이라 생각해서 한참을 구글링하고 국내의 프루사 사용자 모음에 문의도 해봤지만, 내 경우와 딱 맞는 답변은 얻을 수가 없었다.
상황을 정리하고, 필라멘트 로딩하는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서 프루사 헬프 데스크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처음 받은 답변은 아이들러 텐션을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help.prusa3d.com/en/article/idler-screw-tension_177367#mini
하지만, 이 부분은 아닌 것 같아서 영상을 다시 확인해 달라 하니 기어 소리가 이상하다면서 다음의 가이드를 참고해서 점검해보라 한다. help.prusa3d.com/en/guide/how-to-access-and-clean-the-extruder-pulley-mini-mini_126457
내가 해봤던 조치여서 그건 효과가 없더라 답변을 하면서, 필라멘트를 잡는 순간과 필라멘트를 조금씩 이동하는 동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커멘트를 했다.
헬프 데스크에선 Extruder의 기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 보냈는데, 기어는 멀쩡하니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extruder를 열어둔 상태에서 필라멘트 로딩을 시뮬레이션해달라고 요청이 와서, exruder를 열고 필라멘트는 없이 로딩하는 과정을 실행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보냈다. 역시나 모터의 필라멘트를 이동시키는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을 확인시켜 줄 수 있었다.
답변은 모터 동작이 비정상적이라면서, E-모터와 Y-모터의 연결을 보드 상에서 바꾸어서 동작시켜 보라 한다. help.prusa3d.com/en/guide/2-yz-axis-assembly_196824#197704
Y축의 벨트를 풀고, E-모터와 Y-모터의 연결을 바꾸어서 동작시켰더니 오~ E-모터는 정상적으로 도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Y-모터에서 문제되는 소리가 난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냈더니, 메인보드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면서 교체용 보드를 보내주겠단다.
이렇게 해서 교체용 보드를 바로 받을 수 있었고, 보드 교체를 프루사 홈피에 있는 가이드에 따라 교체를 했다. help.prusa3d.com/en/guide/how-to-replace-a-buddy-control-board-mini_123848
그러고는 필라멘트 로딩... 아~ 이렇게 부드럽게 물고 들어가는 거였구나. 이후 Z축 미세 조정 후에 샘플 좀 찍어보고, 이제부터 프린터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주중엔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주말에 확인해서 메일 보내고, 주초에 답변을 받고서는 주말에 다시 확인해서 메일 보내고... 이런 메일 핑퐁을 통해 약 3주 만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내가 프루사 제품을 구입한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해당 장비를 상당 부분 분해 조립을 해야만 했지만, 이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기계에 대한 이해가 약한 사용자라면 아직까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이제 3D 프린터로 만들기 취미의 범위가 많이 늘어날 것 같아 벌써부터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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