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생전 처음으로 유럽 락페를 가게 되었습니다 @ 메탈의 나라 핀란드
2022.06.02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1일차 (Nightwish, Bring Me the Horizon, Black Label Society
핀란드의 올해 첫 락페스티벌, ROCKFEST의 둘째날입니다.
이틀째는 아침부터 날씨가 엄청 좋습니다. 기온은 어제와 비슷하지만,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은 스콜피온스(Scorpions)와 메가데스(Megadeth), 그리고 헤븐 쉘 번(Heaven Shall Burn)을 보려 합니다. 좀 일찍 가면 브리티쉬 라이언(British Lion)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지. 브리티쉬 라이언은 아이언 메이든의 베이시시트인 스티브 해리스(Steve Harris)의 또하나의 밴드인데, 이번에 함께 하네요. 궁금하긴 한데, 못 본다고 아쉬울 정도는 아니겠죠?
스콜피온스와 메가데스는 예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2015.08.07.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1일차; Scorpions
스콜피온스는 2015년 내한 당시, 밴드 결성 50주년이라 했습니다. 루돌프 쉥커(Rudolph Schenker)가 밴드 만든 시기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데뷰 앨범인 Lonesome Crow가 1972년에 발매되었으니, 올해가 데뷰 50주년인 셈입니다. 이전 내한 공연을 봤을 때, 50주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쌩쌩했기에 한참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벌써 7년 전이네요.
메가데스는 1998년 첫 내한 공연과 2000년도 내한 공연을 봤습니다. 당시에도 베테랑 밴드였는데, 22년이 훌쩍 지나 이젠 노장 밴드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밴드가 되었습니다. 2014년에 메가데스 팬클럽에서 가입하면, 티셔츠, 각종 잡다한 기념품, 사인 CD등을 줘서 2014, 2015년 2년간 공식 팬클럽에 가입했었습니다. 가입하면 메가데스가 그 지역에 공연을 가면 백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는 자격이 되거든요. 2002년에 오고 한참 안 왔으니, 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해서 가입했었는데... 그 팬클럽 티셔츠를 8년이나 지나서야 입고 공연장에 갑니다. 첫째가 13개월 아기일 때 봤던 메가데스인데, 핀란드에서 대학교 2학년을 다니고 있으니... 아이고야....
하여간, 메가데스 팬클럽 티셔츠를 입고 가려고 준비해 갔습니다.
사실 이렇게 입고 놀 수 있으면 폼 좀 나겠으나, 추워서 결국엔 내복이 되어 버립니다. 첫날도 우리네 밴드 해머링 티셔츠 안에 입었었는데... ㅠㅠ
또, 메가데스 공연은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는데, 위에 2000년도 내한 공연 후기에 갓 입학한 대학생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20년이 지난 2020년도에 제 블로그 방명록에 글을 남겼더라고요. 어쩌다 옛날 생각나서 메가데스 공연 검색했다가 찾게 되었다면서... 반가워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니, 제가 다니던 회사(대전 반석동)랑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겁니다. 저는 집이 분당이고, 이 친구는 당시 강원도 원주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대전의 가까운 데 있던 겁니다. '어찌 이런 인연이!!!'문자로 계속 연락하는데, 심지어 제가 묵던 숙소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는 거였어요. 둘다 너무 놀라서, 바로 동네 커피숍에서 한번 만나서 얘기 나누고, 제 숙소에서 만나서 또 얘기 나누고 그랬네요.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공연 끝나고 메일로 제가 메탈 음반 추천 많이 해줘서 그거 사서 듣고 그랬다네요. 어쨌든 너무나 반가운 만남이었어요. 저는 작년 여름에 서울 쪽으로 회사를 옮겨 다시 좀 멀어지긴 했는데, 이번에 메가데스 보러 간다고 이 친구한테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좀 늦게 일어나서, 빈둥거릴까 하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뽀르보라는 도시 구경갔다가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예정하지 않은 외출로 인해 공연장까지 170km를 운전을 해버리게 됩니다. 공연장 도착하니 초죽음. 얼른 요기를 하고, 다시 주차장에서 한 숨 자고 공연장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메가데스는 메인 무대의 중간 펜스를 잡고 봐보려 합니다. 시간이 좀 일러서인가? 무대 앞쪽 공간은 좀 붐비지만 펜스 바깥쪽은 아직 그닥 안 붐벼서 무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에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메가데스의 이번 락페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메가데스는 조금 이른 시각인 저녁 7시 40분에 공연이 시작하는 걸로 되어 있는데, 한 5분 지연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팀이 나오는 락페의 경우 다음 아티스트와의 간격이 짧아서 한 팀이라도 지연이 되면 다음 공연에 지장이 있어 별로 좋지 않을텐데... 뭐 이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여간 5분쯤 지나서 오프닝 음악으로 Prince of Darkness가 흐르면서 멤버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대표곡 중 하나인 Hangar 18이 시작합니다. 제일 마지막에 청바지에 흰 남방을 입은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노래가 시작됩니다.
캬오~ 22년 만에 다시 보는 메가데스입니다. 방가방가~ 일단 목소리 상태는 약간 힘은 떨어졌지만 상당히 좋습니다. 원래 엄청 가창력있는 보컬은 아니잖아요. 상당 부분의 기타 솔로를 직접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메인 솔로 대부분을 키코 로레이루(Kiko Loureiro)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아! 오래동안 함께 했던 베이시스트 데이빗 엘렙슨이 불미스러운 일로 몇 달 전에 해고되고, 세션으로 이전 화이트 라이언(White Lion)에서 베이스 쳤고 메가데스,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 등에서 세션을 하던 제임스 로멘조(James LoMenzo)가 6월 1일자로 정규 멤버로 발표되고 첫 공연일 겁니다. 까다로운 데이브가 고른 사람이니 잘 하겠죠. ㅎㅎ
바로 이어서, 별로 인기 없는 앨범 The World Needs a Hero의 곡 Dread and the Fugitive Mind가 나옵니다. 앨범은 망했는데, 이 곡은 꽤 근사합니다. 냉소적인 톤의 데이브의 보컬이 잘 어울린다 할까요. 중간에 두다다다다다 드럼 사운드 위에 기타 솔로 라이브로 들으니 좋습니다. 오늘 밴드 컨디션 좋습니다. 마무리 부분에 잠깐씩 끊어가는 부분에 다같이 와! 함성 질러 줍니다.
어. 이어지는 곡이 예습 리스트에 없었던 거 같은데? 그들의 근작 Dystopia (2016)의 첫 곡 The Thread is Real입니다. 이 곡은 공격적인 느낌의 전형적인 메가데스 곡입니다. 메가데스가 매번 괜찮은 앨범을 냈지만, 이 앨범은 정말 맘에 듭니다. 저는 이 앨범을 팬클럽 회원일 때 앨범 기획 단계에 사인판 예약 판매로 구입해서 멤버 사인 버전으로 갖고 있습니다.
세 곡 연속으로 달리더니, 특유의 삐딱한 말투로 "Hello~ Are you feeling good~?"로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드레스룸에서 들을 때엔 너네 별로다~ 이랬는데, 여기서 보니 너네 끝내주네!" 이럽니다. "새로운 투어를 시작했고, 믿거나 말거나 새 앨범도 나올 거다. 코로나도 끝났고, 낭비할 시간이 없다. 앨범 녹음 끝났고, 이번 투어의 시작을 여기 핀란드에서 하게 됐다." 와~!!!! 그러면서 Angry Again을 합니다. 하~ 이 노래도 엄청 반갑네요. 뭔 노래가 안 반갑겠어요. 그냥 그들이 내 눈앞에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는데.
키코가 나일론 기타로 솔로를 잠시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근작 수록곡 중 연주곡인 Conquer or Die!입니다. 키코 기타 정말 잘 칩니다. 메가데스의 역대 기타리스트를 따지면 마티 프리드먼이 최고이긴 하겠으나, 키코가 정말 잘 해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짧은 연주곡이 끝나고 바로 근작의 타이틀곡 Dystopia로 이어집니다. 이 곡도 기가 막히죠! 예전의 스래쉬 성향이라기보단 파워 메탈에 가깝게 변질 아닌 변질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메가데스 특유의 연주에서조차 느껴지는 시니컬한 느낌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이 곡이 연주되는 공연을 보게 되다니, 감개 무량합니다.
"아주 옛날 곡인데, 약간 미친 것 같은 내 여자 사람 친구 이야기다..."라며 Sweating Bullets를 합니다. 시니컬(이란 말을 계속 쓰는데 어쩔 수 없죠?)한 읆조림 하~ 멋집니다.
셋리스트를 보면서 "이거 했고, 이거 했고... 다음은 The Conjuring~" 하하. 이 사람 나이 들더니 유머가 좀 늘었습니다. 뭔가 소셜 미디어에 봐오면서, 나이 들면서 사람 변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좋은 쪽은로 변한 것 같습니다. ㅎㅎ 좀 몰아치며 톤이 높은 노래다 보니, 조금 버거워하는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반가움으로 다 커버됩니다. 확실히 Peace Sells 앨범이 그들의 색깔이 제일 잘 나온 앨범인 것 같습니다. 거칠면서도 정교하고 신경질적인 듯한 느낌. 진짜 너무나 좋습니다.
오우~ 바로 리드미컬한 드럼에 베이스가 얹히면서 시작하는 가장 대중적인 느낌의 곡이라 생각하는 Trust입니다. 1998년 첫 내한 때 예습이란 것도 안 하고 보러 갔을 때, 메가데스에게 이런 팝적인 노래가 있다고?하며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데이브가 여유가 많아져서 관객들과 웃음을 교환하기도 하고 분위기 참 좋습니다. "이거 알아들으려나?" 하며 시작하는 거친 베이스 소리. 헛! 이게 뭐더라? 이것은 Peace Sells의 또하나의 명곡인 Wake Up Dead입니다. 하, 이 곡도 예습 목록에 없었는데. 너무나 반갑습니다. 이 곡부터는 데이브가 제대로 솔로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아닌가? 제 기억에 그렇습니다. 아직 안 죽었습니다. 우리 데이브. 키코랑 기타 솔로 주고 받으며 몰아치는데, 이건 그냥 죽어라 헤드뱅잉해야 하는 곡인 것입니다. 나이 50도 되고 해서 헤드뱅잉 같은 거 안 하고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되네요.
하, 하이라이트가 이어집니다. Symphony of Destruction 명실상부한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죠. 기타 리듬에 맞춰서 관객들이 '메가데스'를 외칩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던가? 몰랐는데, 이번에 배웠습니다. ㅎㅎ 핀란드 오기 전에 대학 동기들 만나서 2차로 뮤직바에 갔는데, 거기서 이거 신청해서 틀었더니 어떤 아가씨가 '이거 누가 신청했냐?'고 해서 나라고 했더니, 자기는 메가데스 공연 본 적 있다 합니다. 나는 두번 보고 6월에 한번 더 볼 거다... 이런 대화를 했던지라 더 반가웠네요. ㅎㅎ
자, 그들을 상징하는 곡, Peace Sells... 34년 전 고등학교 때 잡지에서나 보던 곡을 학교 축제 때 뮤직비디오 틀어주는 동아리에서 이 노래 뮤직비디오 처음 보고 노래에 완전 반했던 생각도 나고... 오래동안 좋아했구나. 메가데스. 우리 다같이 외치자, Peace sells, but who's buying~ 헤드뱅잉하랴, 노래 따라 부르랴 바쁩니다. 메가데스의 마스콧인 Vic Rattlehead가 나와서 데이브 옆에서 깝죽댑니다.
좀 뻔하지만, 인사하고 밴드가 들어갑니다. 관객들이 손뼉치며 We want more를 외칩니다. 우리는 보통 '앵콜! 앵콜!'을 외치는데 이들은 We want more를 외쳐요. 한참 있다가 데이브가 밝은 표정으로 다시 나와서는 "함께 해줘서 고맙고, 너희도 열라 좋은 시간 가졌길 바란다. 내일 핀란드를 떠나 다음 행선지로 간다, 어쩌구저쩌구..." 요새 세계적으로 말도 안 되는 싸움이 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가 어쩌구저쩌구... 거, 진행팀 불안하게 말 많네... (친구 중에 이런 공연 무대 감독이라 지연의 초조함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Holy Wars ... The Punishment Due. 아~ 정말 어느 한 곡 뺄 게 없는 Rust in Peace의 곡. 이 앨범이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너무나 멋집니다. 아까부터 데이브가 열일합니다. 기타 솔로 작렬! 아직 이리 잘 치면서, 아까는 농땡이 피우다니. 이 곡 마지막 부분에 드럼과 베이스 반주에 멤버 소개를 했습니다.
70분이라는 살짝 짧은 감이 없지 않은 메가데스의 순서가 끝났습니다. 데이브는 감사의 인사와 두어달 후에 나올 신보도 기대해달라는 말과 함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22년 만에 다시 본 그들은 아직 살아있음을 스스로 보여줬고, 그들의 명곡들을 라이브로 다시 들을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이었다면, 머리 숱도 많아 보이는 데이브가 정수리가 살짝 비어 보였다는 거? ㅋㅋ
자, 이제 궁금했던 밴드 Heaven Shall Burn을 보러 레드 스테이지로 가봅니다. 데이브가 시간 까먹어서, 메가데스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합니다. 이 팀은 직접 본 적은 없는데, 꽤나 인지도 있는 독일 스래쉬 메탈 밴드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 또, 우리 독일 메탈 좋아하잖아요. 저먼 메탈~ 음악을 좀 찾아들어봤을 때엔 귀에 쏙 들어오진 않는데, 일단 연주가 끝내줍니다. 멤버들도 헤드뱅잉 엄청 과격하게 하고, 빨간 남방 입은 보컬도 무대를 좌우 옮겨다니며 관객을 압도합니다.
밴드 멤버들이 모두 채식주의자고, 자연을 아끼고 그런 성향의 온순한 사람들이라는데, 음악 느낌은 정말 더할 수 없이 사악하고 과격합니다. 잠깐 짬이나서 물 마시면서, 자기네는 술을 안 해서 맥주를 줄 수는 없고, 물 줄까? 하면서 물병 몇개를 여기저기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애들 착해. ㅋㅋ 역시나 핀란드 관객들은 좀 더 센 음악을 좋아하는 건가? 굉장히 반응이 좋았고, 거기에 보컬이 좌우 모두 서클핏 만들어서 놀자라고 종용합니다.
굉장히 근사했는데, 일단 다음 순서가 스콜피온스여서 아쉽지만 중간에 끊고 메인 무대로 빠르게 이동.
역시 스콜피온스는 관객이 많습니다. 어제는 메인 무대에 전면 돌출 무대가 없었는데, 오늘은 돌출 무대가 설치되었습니다. 비가 안 와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름 일찍 무대 앞쪽으로 가서 돌출 무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스콜피온스의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연은 딱 제 시간에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첫 곡은 2022년 신보 수록곡, Gas in the Tank입니다.
무대 가운데는 미키 디(Mikkey Dee)의 드럼 셋, 좌로부터 베이시스트 (이름 읽는 법 모름), 루돌프 쉥커, 클라우스 마이네, 마티아스 얍스입니다. 2015년 내한 때엔 제임스 코탁이 드럼을 쳤는데, 이제는 킹 다이아몬드와 모터헤드 출신의 무려 미키 디가 드럼입니다. 으허. 첫 곡부터 루돌프는 엄청 신나게 뛰어나니며 연주합니다. 신곡이지만, 딱 스콜피온스 노래다운, 그러나 약간은 평범한 곡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꽤 옛날 곡 Make It Real입니다. 하, 클라우스 특유의 코맹맹이 고음. 여전하고 상태도 좋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이렇게 좋은 상태 유지하면서 공연해주니 더 좋을 수 있을까요. 두 곡이 끝나면서 인사합니다. "코로나 머시기가 거의 끝나 가면서 우리는 다시 투어를 하게 되었고, 이렇게 진짜 관객들과 함께 되었다~" 와~!!!
뉴욕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시작한 노래는 The Zoo. 짠짜~ 짠짜~ 짠짜~ 짠짜~ 그 오프닝 있죠? 몸이 절로 흔들흔들~ 어후~ 연주 좋고, 클라우스의 노래 좋고. 클라우스가 예전만큼 활발한 액션을 못 합니다. 특유의 게다리 춤도 없고, 움직임도 많이 느립니다. 다행인 건 노래는 너무 쌩쌩합니다. 마티아스의 토크박스 기타 솔로가 꽤 길게 이어집니다. 반가워요!
바로 그들의 대표 연주곡 Coast to Coast가 이어집니다. 아~ 관객들 모두 박자 맞춰 박수 짝! 짝! 짝! 짝! 원래 이게 공연에서 클라우스까지 해서 드럼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연주하는 건데, 클라우스가 안 보이네? 이제 안 하나? 슬퍼지려 하는데, 저기 무대 귀퉁이에서 연주하고 있더군요. 안도의 한숨. 모든 멤버가 돌출 무대 앞으로 나와서 웃으며 연주하는 모습에 짠합니다.
연주곡이지만, 여느 노래 이상으로 반응이 좋습니다.
다음 곡은 또 신보에서 Seventh Son입니다. 서양 전설(?), 소설 이런 데에 일곱 번째 아들에 대한 뭔가가 있나 보죠? Iron Maiden 앨범/곡 중에도 Seventh son of the seventh son이란 게 있잖아요. 장중한 하드락 넘버인데, 여전히 이 정도 퀄리티의 곡을 내는 스콜피온스도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마티아스의 기타 솔로 옆으로 보이는 어두워지는 하늘이 너무나 근사합니다.
또. 새 앨범 곡인데, 코로나와 여러 갈등을 이겨내고자 한다는 둥 어쩌구저쩌구... Peace Maker입니다. 이 곡도 좀 선공개가 된 편이라 익숙하네요. 묵직한데 살짝 빠른 템포에 분위기 좋습니다~ 저도 Peace maker 코러스 넣으며 흔들흔들~
80년대로 돌아가서 같이 부르자며 시작한 Bad Boys Running Wild. 아후~ 시작부터 흥이 마구 오릅니다. 관객들도 박수 쳐가면서 따라부릅니다. 노래 너무 잘 하잖아~
이제 마티아스 얍스의 기타 연주곡 Delicate Dance입니다. 이 곡을 한 때엔 클라우스와 루돌프는 빠집니다. 마티아스 리드에 잘 모르는 제 3의 기타리스가 리듬 기타를 칩니다. 이 곡도 이제 라이브의 엄연한 한 곡으로 늘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2015년 내한 때도 누군지 궁금했는데. 곡도 꽤 좋아요.
곡 끝나고 친구 아무개라고 소개하는데 이름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곡은 90년대 대표 발라드 Send Me an Angel입니다. 처음부터 따라부르는 관객도 많고, Send me an angel 부분은 다 같이 크게 불러요. 아, 이 노래가 30년이 넘었습니다. 드럼 반주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미키 디를 소개합니다.
또 같이 부르자며, Wind of Change를 이어 시작합니다. 클라우스가 곡을 시작하기 전에 입술에 침 묻혀가면서 준비합니다. 그 유명한 휘파람 소리. 이 노래에 모스크바, 고르키 파크 등의 가사를 우크라이나 관련 가사로 개사를 해서 부릅니다. 아~ 노래 부르는 관객들과 피스 마크를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로 해서 오버랩한 무대 스크린... 1990년에 냉전의 끝을 상징하는 노래가 32년 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는 노래가 되어 불려집니다. 하~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이어지는 곡은 또 Crazy World 수록곡, Tease Me Please Me네요. 이 앨범에서 연속 세 곡째입니다. 이 노래가 이리 신나는 노래였던가요. 관객들 다들 흔들흔들거리다가, 다같이 Tease Me Please Me를 떼창합니다. 무대 배경에 폴댄스 추는 여성의 영상이 나왔어요.
새로운 노래라며, 여기 Rock을 믿는 사람 있습니까? "Is there any Rock Believer out there?"
믿슙니다!
뮤직 비디오 공개 되었을 때, 좀 심심하다 생각했는데 공연장에선 락의 찬가가 됩니다.
베이스와 드럼 솔로입니다.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와 파워 넘치는 드럼. 어후~
베이스 솔로는 짧게 가고, 미키 디의 드럼 솔로 시간입니다. 미키 디가 스콜피온스의 드러머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옛날 기억으로 이 사람은 킹 다이아몬드 드러머로 끝까지 갈 줄 알았거든요. 그러더니, 모터헤드에서 레미 타계로 해체될 때까지 드럼을 치더니 스콜피온스로 왔어요. 좀 더 직선적인 밴드의 드러머라 생각했는데, 스콜피온스 같은 말랑한 밴드 드러머라니... 그런데, 거장은 괜히 거장이 아닙니다. 너무 잘 어울려요.
드럼 솔로는 무슨 모터헤드 곡인 마냥 엄청 달리기도 하고, 강약 조절 예술입니다. 미키 디의 드럼을 직접 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저 혼자 신이 나서 "미!키!디!"를 엄청 외쳐 댔습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곡은 Blackout입니다. 아후~ 언젯적 노래야. 그런데, 끄덕 없습니다. 2015년 내한 당시 Dynamite 같은 느낌입니다. 어후야, 찾아보니 40년 된 노래네. 이 노래였나. 루돌프의 기타에 오토바이 배기통 같은 거 달아서 거기서 연기 폴폴 나오면서 엄청 신나게 연주했던 것 같습니다. 목터져라 Blackout을 같이 부릅니다. 신나요, 신나!
분위기는 하늘을 향해 솟구칩니다. BIg City, Big City Night~ 진짜 최고입니다. 저는 락 역사상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로 단연 루돌프 쉥커를 꼽고 싶습니다. 50년 간 거의 대부분의 곡을 루돌프가 써왔잖아요. 이 분위기는 그 어느 밴드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너무나 신나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진짜 락의 역사, 저먼 메탈의 전설이 우리와 함께 이 도시의 밤을 이렇게 신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멤버들이 인사하고 끝내는 것처럼 하면서 들어갑니다. 시간표에 이 사람들 2시간이라 했는데, 아직 1시간 2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We want more를 외치며 그들을 다시 불러 냅니다.
마지막 곡으로 Rock you like a hurricane을 하겠지...하고 기다리는데, We love you, Finland를 외치면서 시작하는 잔잔한 기타 반주는 아... Still Loving You입니다. 아, 이번 투어 다른 공연 셋리스트에서 못 봤던 것 같은데... 하, 원래 아름다운 곡이지만 오늘 밤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바로 제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클라우스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버렸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 진짜 쪼글쪼글 할아버지입니다. 어릴 적부터 듣던 스콜피온스. 아직 연주면 연주, 노래면 노래 모두 쌩쌩하지만, 클라우스의 모습은 스콜피온스의 라이브는 이제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눈물 펑펑
노래가 끝나고, 프레디의 에요~처럼 관객들과 환호성 몇 번을 교환하더니, 진짜 마지막 곡을 시작합니다. 짜자잔~ 짜짠 짜자-짠짜~잔, 짜자잔~ 짜짠 짜자-짠짜~잔 확실히 영어가 자유로운 나라의 관객들이라 처음부터 잘 따라부릅니다. Here I am, rock you like a hurricane~
더 이상 멋진 엔딩곡이 또 있을까요? 오늘 목이 다 쉬어도 좋습니다. 목터져라 외쳐야죠. Here I am, rock you like a hurricane~ 정말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분위기입니다.
하~ 90분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다같이 인사를 마친 후에도 멤버들 모두 오래동안 무대에 남아서 인사하고 들어갑니다. 관객들 모두 행복 가득한 표정입니다.
무대 정리하는데 배경음악이 Metallica의 Nothing Else Matters입니다. 관객들 모두 떼창하며 퇴장합니다. ㅎㅎ
공연이 끝난 시간이 11시 반 쯤인데, 무대 옆으로 저 멀리 초승달이 떠 있지만 아직 환합니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 공연장 앞에서 한참 서성였습니다.
주차장에서도 하늘이 너무 예뻐서 여러 장 찍었어요. 자정 8분전...
스콜피온스 공연은 시간표엔 2시간이었는데, 딱 90분 했어요. 아마 소통의 오류가 있었을 것 같아요. 다음 팀은 얼마나 황당할까? 무대 감독 친구를 둬서 이런 쓸 데 없는 생각도 했습니다.
50년을 길게 쉰 적도 없이 꾸준히 활동해 왔고 주요 멤버가 70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연주와 노래 모두 스콜피온스는 정말 아직 90년대 초 그대로인 것 같아요. 다만 클라우스 마이네가 늙어가는 모습이 확연히 보이는 것은 많이 슬펐습니다. 동갑인 루돌프 쉥커도 여전히 에너지 넘치고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늙은 모습은 어쩔 수 없어 보였고요. 정말 이번에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첫날보다 날이 좋아서인지, 라인업 때문에 그랬는지, 금요일 밤이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관객도 엄청 많아서 주차장 빠져나가는 시간도 많이 걸려서 집에 오니 1시 반쯤 된 것 같습니다. 종일 넘나 힘들었기에 얼른 잠들었습니다. 아~ 오늘도 행복했던 하루
내일은 아이언 메이든 보는 날!
다음 이야기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3일차 (Iron Maiden, Amorphis, The Hives)
Setlist.fm에 올라온 정보를 기반으로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었어요. 애플 뮤직 이용하고 계시면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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