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3일차 (Iron Maiden, Amorphis, The Hives)

미친도사 2022. 6. 12. 23:01

지난 이야기
생전 처음으로 유럽 락페를 가게 되었습니다 @ 메탈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1일차 (Nightwish, Bring Me the Horizon, Black Label Society
핀란드 락페 Rockfest 2022 - 2일차 (Scorpions, Megadeth, Heaven Shall Burn)

드디어 락페 마지막 날입니다.
Rockfest의 소셜 미디어 쪽에 업데이트되는 정보로는 3일째인 토요일 표는 모두 매진이라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아이언메이든의 힘이 큰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의 시간표입니다.

대망의 마지막 날 시간표

계획은 더 하이브스(The Hives), 캔들매스(Candlemass),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그리고, 여력이 되면 아모피스(Amorphis)를 보는 겁니다.

아이언 메이든은 2011년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내한 공연을 봤습니다.
2011.03.10. Iron Maiden - The Final Frontier World Tour @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2011.03.10. Iron Maiden - The Final Frontier World Tour @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작년 말에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 온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오 마이 갓!!!오 마이 갓!!!오 마이 갓!!!오 마이 갓!!! 아이언 메이든은 1980년도에 첫번째 앨범을

crazydoc.tistory.com


연 이틀 빡세게 공연을 본 저나, 도착하고 연일 돌아다니느라 다른 가족들도 좀 피곤해 해서, 이 날은 다들 근처에서 점심 먹고 좀 널널하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공연장에 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가족들이 헬싱키 시내에 군사 박람회 이런 거 한다는데, 그러고 보니 둘째날 올라갈 때, 각종 핀란드 군용 차량들이 헬싱키 방향으로 가더라고요. 그 때, 우리네가 핀란드에 수출한 자주포 K9도 실려가고 있었는데... 오늘 올라가는 중에도 군용 차량 일행이 저랑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걸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엔 오후 3시 반쯤 도착했습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차가 훨씬 많습니다.

ROCKFEST 2022 마지막 출근!

좀 쉬고 들어갈 수도 있겠으나, 이번 경험을 기념하고자 티셔츠를 하나 사려고 일찍 입장했습니다. 저는 아이언메이든 월드투어 2022 티셔츠 중 하나를 구입했고, 세영이 걸로 브링 미 더 호라이즌 티셔츠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저기 안 쪽에 회색 구조물(?)은 뭘까~요? ㅎ


공연장을 둘러보니, 메인 무대는 다른 팀들이 세팀이나 남아있음에도 이미 아이언 메이든 배경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아이언 메이든의 장비 및 무대 장치들은 검은 천으로 덮여있고, 그 앞 공간에서 다른 팀들이 공연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휴 오늘도 휘빈캐의 하늘은 예쁩니다.

하늘 좀 보세요. 어휴

입장해서 두리번거리다보니, 메인 무대에 더 하이브스가 할 시간이 되어 갑니다. 저는 콘솔 왼쪽의 펜스 잡고 보려고 자리 잡았습니다. 약간 비가 뿌리기 시작해서 비옷을 입고 공연을 봤습니다. 이 밴드는 제가 아는 곡이라곤 예전(검색해보니 2004년, 헉!)에 좀 알려졌던 Walk Idiot Walk란 노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그 노래가 너무나 신나고 재밌었던 지라, 공연을 봅니다. 벌써 18년 전 노래라 밴드가 확 나이들었으면 어쩌지 했는데,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밴드는 5인조로, 모두 검정에 하얀 톱니 무늬가 있는 정장 스타일로 입었습니다.

곡을 잘 모르기도 하고, setlist.fm에 셋리스트가 등록이 안 되어서 셋리스트 소개는 못 하겠네요.
더 하이브스는 1시간의 시간이었습니다. 여기 락페는 거의 모든 팀에게 1시간의 시간을 배정했습니다.
우리네 락페 가면 처음 몇 팀은 30분, 그 다음엔 40분, 50분 이렇게 조금씩 늘어나서 처음 몇 팀은 좀 재미있으려 하면 끝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모든 팀이 1시간 이상을 배정 받으니 그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곡 빼고는 아는 곡도 없었지만, 신나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 팀이 스웨덴 팀이더군요. 핀란드의 국어가 핀란드어 및 스웨덴어라 이 친구들이 스웨덴어로 멘트를 하기도 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니, 핀어, 영어, 스웨덴어 이렇게 어떤 게 반응이 좋은지 테스트를 했어요. 핀어도 약간은 아는 듯. 그러더니, 자기네가 핀어는 잘 못 하니, 영어로 하겠다면서 계속 이어갔습니다.

처음 서너곡을 하더니, 이건 셋리스트에 없는데... 하면서 락큰롤은 이런 거지... 이런 말하면서, 드럼~! 드럼이 쿵짝쿵짝, 베이스! 베이스가 둥둥둥둥, 그러면서 시작한 노래가 그들의 가장 큰 히트곡 Walk Idiot Walk 였습니다. 완전 신나신나! 전곡 동영상을 한번도 안 찍었는데, 이곡은 찍고 싶어서 한참 들고 서 있었는데, 녹화 버튼도 안 누르고 서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우리네 노브레인이나 크라잉넛의 장난스러움과 에너지를 갖고 있고, 스트릿건즈 같은 약간 구닥다리 락앤롤 스타일의 음악 스타일도 갖고 있는 재미있는 팀이었습니다.

중간 통로에서 노래하는 보컬

보컬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중앙 통로에서 한참 노래도 하고, 관객들과 인사도 나누고 했고, 마지막 곡이던가에서는 관객들 다 앉히네요. 중간 펜스 잡고 있던 제 주변은 안 앉고 있었더니, 저기도 앉으라 해서 앉고 뒤를 보니, 저~~ 뒤까지 앉아서 기다리더라고요. 재밌는 광경이었어요. 그러더니, 관객들 사이로 들어와서 하이파이브도 하고 노래하다가 관객들이랑 다같이 일어나 방방 뛰고 그랬어요. 굉장히 신납니다.

관객들 앉혀놓고 그 사이에서 하이파이브 중

이 때 영상이 유튜브에 있어서 링크해 봅니다.


저는 제 모습도 찾을 수 있네요. ㅎㅎ

1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신나게 놀았습니다. One hit wonder 수준의 밴드인 줄 알았는데, 재미도 있고 굉장히 연주도 잘 하는 멋진 밴드였어요. 계속 주목하고 싶은 팀이었습니다.

멋졌다, The Hives!

공연 끝날 무렵부터 비가 그쳤어요. 일기 예보도 이제 끝까지 비 안 온대요. 위의 영상에도 나오는데, 더 하이브스의 보컬이 자기가 비 그치게 한 거니 자기한테 고마워 하랩니다. ㅎㅎ
3일 간의 공연 중, 처음으로 맥주 하나 사먹었습니다. 아, 시원하네요.
안주도 하나 사먹을까 싶다가 배가 별로 안 고파서 패스.

핀란드 맥주 한 캔~

앞에서도 얘기했는데, 이 공연장에서는 캔을 반납하면 1유로를 환급해 줍니다. 캔이 여기저기 버려지는 일이 거의 없지요.

맥주 캔 반납하고 환급 받은 1유로

집에 와서 규영이한테 그 얘기했더니, 원래 그렇다 합니다. 그래서, 놀러가면 그런 것만 수집하는 노숙자도 종종 있다 하네요. 괜찮은 것 같아요.

비가 오고 나서, 날씨 끝내 줍니다.

날씨 좋아요~

이제 다음 목표는 7시 50분의 캔들매스입니다. 80년대 말 고등학교 때 심야 방송에서 가끔 틀어줬던 캔들매스. 대표적인 노래도 기억 안 나고, 새로 찾아봐도 익숙한 노래도 못 찾겠던데 그냥 예전에 들어본 이름이라 볼까 했죠. 일단 시간이 좀 남기도 했고, 구입한 티셔츠도 두고, 비도 이제 안 올 것 같으니 비옷도 차에 두고 하려고 차에 갔습니다. 잠깐 잠을 자고 다시 출근!

다시 입장!

우와. 그런데 입장문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시큐리티 체크하는 곳도 줄이 엄청 길어졌어요. 첫 날보다 둘째 날이 두세배 많은 것 같았는데, 마지막 날은 전 날보다 두배 이상 많은 것 같아요. 예사롭지 않습니다. 입장하고 캔들매스가 준비하고 있는 레드 스테이지 앞에 갔다가 아무래도 아이언 메이든 자리를 확보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쏘리, 캔들매스.
메인 무대 쪽으로 가니 비피 클라이로(Biffy Clyro)란 팀이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도 꽤 많고 반응이 상당한 것이 꽤나 유명한 팀인가 봅니다.

비피 클라이로는 그냥 옆에서 듣는 걸로...


음악은 제 취향은 아니라서 그냥 무대가 옆에서 보이는 그늘에 앉아서 쉬었습니다. 저 멀리 구름이 있어서 살짝 불안하기도 한데... 흠.

페스티벌답게 특이한 복장 사람들도 꽤 있어요.

위의 사진 잘 보면 가운데에 무지개가 흐리게 보입니다. 비오고 개서 그런지 무지개가 살짝 보였어요.

비피 클라이로가 끝나고 사람들이 슬슬 레드, 블랙 스테이지로 옮겨가고 남는 사람들을 보니, 무대 바로 앞쪽 공간은 생각보다 움직임이 적습니다. 저기 애매하게 서있다간 키큰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서 무대가 잘 안 보일 수도 있겠어요. 펜스를 노리고 둘러보니, 정중앙은 아니지만 괜찮은 위치가 있어서 자리 잡았습니다.

중간 펜스에 자리!
자리 잡았다!

2011년 아이언 메이든 내한 공연 당시 제일 앞쪽 구역을 구입했는데, 입장하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구역의 제일 뒤쪽 펜스에 기대서 여유있게 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뒤로 밀려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제일 뒤에 서 있던 저는 앞뒤로 껴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되어 엄청 힘들게 공연을 본 기억이 납니다. 반면 바로 뒤 구역의 제일 앞쪽 사람들은 엄청 여유있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다음부터 제일 앞구역을 고집하는 것보다 바로 뒷구역의 제일 앞자리를 선호하게 됩니다.

아이언 메이든 순서 때에는 앞쪽 관람 구역에 들어갈 때 캔으로 된 음료나 PET 병으로 된 물은 반입을 못 하게 막더군요. 대신 PET 컵을 나눠 주면서 거기에 음료(대부분 맥주)나 물을 따라서 들어가게 했습니다. 아마도 아티스트 측의 요청 사항인 것 같습니다. 아이언 메이든은 대기 시간에도 옆에 스크린에 틈틈이 아이언 메이든 관련 이미지나 영상이 나왔습니다. 이번 투어 홍보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했고, 스탭 중에 한 명이 최근에 세상을 떠났나 봅니다. 그를 추모하는 슬라이드 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 배경 음악은 러쉬(Rush)의 Closer to the heart였습니다.

스탭 중에 한 명의 추모 슬라이드 쇼


아이언 메이든은 오후 9시 30분 시작입니다. 정시가 되자, 너무나 익숙한 곡이 오프닝으로 나옵니다.

Setlist.fm에서 이 곡이 오프닝 시그널 곡임을 알고 있어서, 더 반가웠고 두근두근해집니다. 하~ 제가 엄청 좋아하는 Doctor Doctor라니. 관객들도 따라 부르며 아이언 메이든을 기다립니다.

일단 이 날의 셋리스트입니다.

Iron Maiden Setlist Rockfest 2022 2022, Legacy of the Beast

Doctor Doctor가 끝나고, 무대 배경으로 일본풍 건물 세트가 올라옵니다.

신보 Senjutsu 분위기다운 세트 등장!

셋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 세 곡 연달아 신보에서 선곡했습니다. 장중하고 미드 템포의 신보의 타이틀 곡 Senjutsu (일본어로 '전술'이란 뜻이랍니다)인데, 어후! 처음부터 엄청납니다. 브루스 디킨슨의 성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컨디션 끝내줍니다!!! 관객들은 간주 부분에 어이!어이!어이!를 외치며 열광합니다.

시작부터 끝장입니다.

브루스 디킨슨은 일본 무사 컨셉인지 처음에 똥머리를 하고 나왔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Stratego입니다. 어우, 다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일텐데, 끝내 줍니다. 눈으로 봐서는 스티브 해리스의 머리 숱이 좀 적어지고, 얼굴이 좀 동글동글해 보이는 것 말고는 쌩쌩해 보입니다. 아, 브루스 디킨슨은 머리가 많이 허얘지긴 했습니다.

사무라이 에디 등장!

두 곡이 끝나고 브루스가 인사를 합니다.
"Hello Finland~"
와~~~
"오늘은 니코의 생일입니다~"
와~~~
그러면서, 스크린엔 뮤직 비디오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The Writing on the Wall입니다.

The Writing on the Wall

시작부터 브루스가 관객들에게 박수 치게 하고, 신곡임에도 관객들에게 노래를 시킵니다. 이게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이었을 겁니다. Have you seen the writing on the wall? 열심히 따라 부릅니다. 기타 솔로도 에이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 데이브 머레이(Dave Murray), 야닉 거스(Janick Gers) 골고루 돌아가며 치는데, 어휴~ 너무나 멋집니다.

세 곡의 신보 노래가 끝나고, 무대를 바꾸면서 오토바이 소리도 각종 효과음이 나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입니다. 뒤의 건물 세트는 내려가고, 지붕으로 된 세트는 스탭들이 들고 들어가고, 건물 앞면 같은 건 천막을 걷어내니 다른 세트가 됩니다. 그러더니, 브루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Pay attention to the man behind the curtain (천막 뒤의 남자에게 주목하라!)" 그리고, 익숙한 연주가 시작합니다. (기타)뚜둥~ 뚜둥~ (베이스) 띠리리리~ 어이! 어이! 어이! 옛날 노래인 Revelation입니다. 브루스는 나이가 예순 셋인데 여전히 에너지 넘치고 목청이 엄청납니다. "Are you enjoying, Finland? (즐기고 있냐, 핀란드?)"라며 중간에 확인도 해주는 여유~ 짜자잔~ 어이! 짜자잔~ 어이! 확실히 예전 곡이 나오니 더 신이 납니다.

어이! Revelation

"와우~ Very good morning to you."
ㅋㅋ 난데 없이 아침 인사를 합니다. 오후 9시 반이 넘었는데, 위 사진처럼 환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시간에 이런 햇빛이라니!"라고 말을 시작해서는, "3년간 세상이 미쳤었다. 지난 3년간은 똥이었다. 이제 끝났다. 우리 아이언 메이든 팬은 가족이다. 어느 인종이든, 어느 나라에서 왔든 우리는 가족이다. 아이언 메이든 팬들이여! Blood bothers!"
스티브의 베이스 솔로에 관객들은 박수치며 노래를 시작합니다. 아~ We're blood brothers~ We're blood brothers~ 간주 부분은 꿍짝짝 박수에 헤이,헤이! 헤이,헤이! 헤이,헤이! 어후, 진짜 아이언 메이든에게 충성하게 만드네요.
"What are we?" We're blood brothers~ We're blood brothers~


중세 수도원 배경으로 나올 법한 남성 중창단 노래로 시작하는 곡은 Sign of the Cross입니다.

Sign of the Cross

이 곡은 브루스가 잠시 탈퇴하고 블레이즈 베일리(Blaze Bayley) 시절의 곡인데, 11분이 넘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대곡입니다. 브루스 없는 아이언 메이든은 생각하기 싫었던 당시,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테이프로 사서 들으며 (당시 맘에 들면 LP, 애매하면 테이프를 사서 들었음)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네요. 브루스가 다시 돌아온 이후에 이 곡을 브루스 목소리로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몇몇 투어에서 이 곡을 부른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아~ 이번 투어 셋리스트에 포함되었습니다. 브루스가 수도사처럼 망토를 두르고 십자가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래했고,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무대 안 위쪽에서 폭죽이 터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무대 안에서 터지는 폭죽. 아이언 메이든의 스케일!


무대 배경이 바뀌더니, 밑에서부터 날개를 단 인간의 조형이 올라옵니다. 아~ 이것은 바로 Flight of Icarus 아닌가?

Flight of Icarus

아, 끝내줍니다. 브루스는 양쪽 손에 뭔가를 들고 화염을 연신 발사합니다. 이 노래 처음 들었던 Live after Death가 37년 전인데, 브루스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어휴. 끝내줍니다.

다음은 브루스가 가면을 쓰고, 등불을 들고 노래합니다. 처음 시작을 알리는 데서 너무 좋아서 신음소리가 절로 납니다. 아~ 이 노래를 아이언 메이든과 다시 부를 수 있다니, 진짜 감격스럽습니다. 목이 터져라 부릅니다. Fear of the Dark. 그냥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아니, 일단 이 공연은 다 보고! 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Fear of the Dark~ 더 이상 무슨 묘사를 할 수가 없군요.

무대에 감옥 창살 같은 게 설치되고 칫~ 칫~ 뎅~ 뎅~
무대 뒤에 교수형 밧줄이 내려와 있고, 브루스는 애절하게 노래를 시작합니다. 아~ Hollowed be Thy Name
"Scream for me, Finland!"
아~ 정말 2011년 내한 공연 이후, 다시는 이 멘트를 못 들을 줄 알았습니다. 3인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정말 최고입니다.

Hollowed be Thy Name

브루스가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여기저거 소리 지르게 합니다. 에~이 에이에~ 에~이 에이에~ Hollowed be thy name 목소리가 터져라 외쳤습니다. 이렇게 미치도록 소리지른 게 언제이던가. 35년 전 쯤 그들을 처음 좋아했을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어~ 목 아파라.

악마의 모습을 한 대형 에디가 무대 뒤에 등장하고, 익숙하고 묵직한 나레이션으로 시작한 The Number of the Beast. 전반부가 끝나는 시점의 브루스의 절규에 같이 소리 지릅니다.


그들의 밴드 타이틀 송 Iron Maiden입니다. 분위기 끝장입니다.
"Scream for me, Finland~"
우와~
"Scream for me, Finland~"
우와~~~악
띠~리리리 리,리리리리~ 정말 멋진 멜로디이지 않나요? 서늘한 날씨지만, 가슴 속은 터질 것 같습니다.

1부가 끝났나 봅니다. 멤버들인 인사하고 들어갑니다. 니코 맥브레인은 스네어 드럼 피랑 스틱 여러개 갖고 나와서 인사하고 여기저기 던져줍니다. 아, 갖고 싶어라.

1부 끝나고 인사하는 니코

관객들의 We want more에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바뀐 무대는 아래 사진 보시죠.

The Trooper!

아, 끝내주지 않습니까? 그냥 한 곡, 한 곡이 더 전설적인 명곡입니다. 어어어어, 어어어어어~

설명 필요 없는 장면

에디가 또 한번 나와서 무대를 휘젓다가 브루스와 칼싸움도 하고, 막판엔 핀란드 국기도 잠깐 무대에 등장합니다. 이 역동적인 리듬과 멜로디에 공연장 전체가 순식간에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어쿠스틱 베이스 치는 스티브 해리스

다음 곡은 스티브 해리스가 어쿠스틱 베이스를 치면서 시작한 The Clansman입니다. 브루스는 The Trooper 때부터 들고 있던 긴 칼을 들고 노래합니다. 배경은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의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고요. 이 곡 역시 블레이즈 베일리 시절의 곡인데, 매우 서사적인 흐름의 곡으로 원곡이 9분 가량 되는 대곡입니다. 코러스로 Freedom~! 을 열심히 외쳤습니다. 아, 진짜 멋지네요.

이번 투어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둥둥둥둥 칫치리리리 둥둥둥둥 칫치리리리~ 니코의 감칠맛나는 드럼에 맞춰 박수 치며 시작합니다. Run to the Hills

Run to the Hills

정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브루스는 정말 화통을 삶아 먹었나 봅니다. 끝까지 이렇게 화끈한 성량을 유지하다니요. 관객들이 따라 부르면서 목이 터집니다. 언제 다시 이렇게 불러 보겠습니까? Run to the Hills~ Run for your lives~ 아, 끝내줍니다. 무대 뒤에 있는 TNT를 터뜨리며 곡이 끝나고, 멤버들이 들어갑니다.

끝났을까요? 뭔가 허전하지 않나요? 관객들은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 치면서 We want more를 외칩니다. 그러자, 좌우 스크린에 2차 대전에 영국을 대표하는 전투기인 스핏파이어(Spitfire) 영상이 등장하고 무대에도 스핏파이어가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처칠의 유명한 연설. 그렇죠! 그 곡을 안 했는데, 공연이 끝나면 안 되는 겁니다. Aces High

Aces High wtih Spitfire

보통은 이 곡이 상당히 앞부분에 하는 편인데, 이번 투어에서는 엔딩곡입니다. 이번 투어 시작하는 첫 공연의 이 노래 영상을 유튜브로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며칠 전 영상인 거죠. 그런데, 브루스가 목소리가 답답하기도 하고, 나이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나는 겁니다. 아, 갑작스럽게 슬펐죠. 이번 핀란드 공연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아. 걱정은 저기 날려 버립니다. 그냥 쭉쭉 뻗습니다.
짜라~ 짜라라라 짠짠짠~ 짜라~ 짜라라라 짠짠짠~ 주구장창 달립니다. 감동 그 자체
Run, live to fly, fly to live, do or die, Aces High

이제 공연이 끝났습니다. 무대 앞에 멤버들이 나와서 인사합니다.

인사하는 아이언 메이든 멤버들

그런데, 브루스가 생일 소년(birthday boy)라고 소개하면서 니코 맥브레인을 앞에 내세우면서, 같이 축하해주자 합니다.

다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니코가 생일 축하 고맙다고 인사하고 마지막에 들어갑니다. 이 날은 니코의 70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해서 제 생애 두번째 아이언 메이든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여운이 남아 또, 무대 근처를 서성여 봅니다.

아이언 메이든 무대 배경으로 lml

아, 무대 정리하는 음악이 저는 잘 모르는데, 많이 유명한 곡인지 따라 부르더군요. 흥겨운 옛날 팝송인데, 셋리스트에 나오길 몬티 파이썬(Monty Python)의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라네요. 사람들 흔들흔들 춤추면서 노래하고 기뻐합니다.

공연 시간은 거의 2시간 꽉 채웠고요, 셋리스트는 다른 공연보다 한 두곡 더 들어간 것 같기도 합니다. 공연 날 70살을 맞은 니코를 제외한 멤버들 모두가 60대 중반인데도 에너지와 연주력은 제가 그들 라이브를 처음 접했던 Live after Death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게 공연을 어느 정도 보고 다니다 보니, 미치도록 열광하는 일이 조금씩 덜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것 다 되돌리는 어마어마한 공연이었습니다. 정말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헤비 메탈 밴드 중 하나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아, 보통 니코 맥브레인이 드럼 셋이 가려서 얼굴이 안 보이게 연주를 했는데요, 이번 투어에서는 그의 연주하는 얼굴이 보입니다! 그럼 셋의 배치가 바뀌었어요.

그들의 무대는 점점 규모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DVD 같은 영상물에서 봤던 후기 AC/DC 무대에 각종 풍선 모형으로 Rosie나 기차 등등이 등장했던 것에서 힌트를 얻은 듯, 아이언 메이든도 무대에 등장하는 소품들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작은 규모 공연은 생각할 수도 없게 말이죠. 평일이기도 했지만, 체조 경기장도 다 못 채웠던 2011년 그들의 첫 내한 공연이 생각나면서 좀 슬프기도 했습니다.

뭐든 더 표현을 못 하겠습니다. 그냥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보겠다 결심해 봅니다.
가깝게 찍을 순 없었지만, 사진 몇 장 더 남겨 봅니다.


아직 날이 좀 훤~합니다.
돌아가기 아깝기도 하고, 레드 스테이지의 마지막 팀이자 이번 락페의 마지막 팀인 아모피스(Amorphis)가 궁금해서 레드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핀란드의 인기 밴드라 그런지, 늦은 시각인데도 많이들 서 있습니다. 거의 관객들 모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선 셋리스트부터 올립니다.

Amorphis Setlist Rockfest 2022 2022
 

이 밴드에 대해서는 90년대부터 활동한 블랙 메탈 밴드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좀 알아보니, 블랙 메탈로 시작해서 다양한 장르로 확장한 밴드더군요. 최근 셋리스트 검색해서 예습하는데, 클린 보컬과 긁는 보컬을 바꿔가며 부르는 톤도 좋고, 곡이 일단 상당히 멜로딕하면서 좋더군요.

이 밴드가 시작하는 시간이 11시 10분이었는데, 아~ 무대를 바라보니 해가 막 넘어간 하늘이랑 어울어져서 너무나 멋집니다.

ROCKFEST 2022의 마지막 팀, Amorphis

레드 스테이지라 그런지, 또 진행자 둘이 나와서 짧게 얘기하더니 밴드 소개를 합니다. 정확하게 표기하기는 어렵지만 '아모피스'보다는 '아모르피스'에 가깝게 발음했습니다.

이들 공연은 제가 한 곡 한 곡 감상을 설명할 수는 없겠는데, 전체적인 감상만 얘기하자면 굉장히 좋았습니다. 긁는 톤과 클린 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컬도 좋았고, 스피디하면서 파워풀한 연주 위에 멜로딕한 음악이 감성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관객들도 거의 모든 곡에 다 따라 부르고, 한켠에서는 서클핏 만들어서 노는 등 반응도 굉장했습니다. 멘트를 핀란드어로 하다 보니, 무슨 얘기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 들은 건 좀 아쉽네요. 거의 공연 막판이었던 것 같은데, 곡 소개부터 반응이 예사롭지 않아서 영상으로 일부를 찍은 곡입니다.

매 곡이 끝나면 밴드 로고가 여러가지 디자인으로 배경으로 나왔고요, 음악은 매우 파워풀하면서도 멜로딕한데 반해, 멤버들의 액션은 상당히 차분한 편이었습니다. 하여간, 1시간 20분의 공연이었는데, 보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이제부터 제 관심 밴드에 추가합니다.

출처: FACEBOOK - AMORPHIS official page

아모피스 사진 투척!

어느 여성 가수가 피처링한 곡인데, 뮤직 비디오 형태로 재연

이렇게 해서, 생애 첫 해외 락페 관람이 끝났습니다.

공연 완전히 끝나고 인증샷
퇴근길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늘, 오전 12시 37분

가족 여행 기간 중에 운이 좋게 락페스티벌 기간이 겹치게 되었고, 3일 전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밴드를 본 건 아니지만, 헤드라이너들과 보고 싶었던 밴드들은 모두 보았습니다. 유럽이라는 지역적인 접근성의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매일매일의 헤드라이너가 초특급이었던 것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첫 날의 피버333, 브링 미더 호라이즌, 나이트 위시, 둘째 날의 메가데스, 헤븐 쉘 번, 스콜피온스, 마지막 날의 더 하이브스, 아이언 메이든, 아모피스까지 정말 최고였습니다. 나이가 꽤 많은 관객도 많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락/메탈을 좋아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메탈의 나라라 할 만했습니다. 우리나라 락페 보면 남친 혹은 여친 따라 와서 멍하니 서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거든요.

메인 무대 자체로 보면 우리네 락페 메인 무대보다 더 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입장 당시 아무 것도 안 나눠주는 시작부터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18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어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있고 여기저기 담배 피우면서 관람하는 모습은 일부 우리네 락 팬들도 굉장히 부러워 할 만한 광경이었습니다. 다 마신 캔을 회수하면서 돈을 돌려주는 것도 좋아 보였고, 음식 부스가 좌우 대칭으로 있어 찾기 쉬웠던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배너나 깃발 같이 다른 관객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물품의 금지는 저는 대환영이었습니다. 관객이 엄청 많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특성 때문인지 옆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었던 것도 키큰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 보통 키 한국 사람이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이렇게 해서 3일간의 핀란드의 올해 첫 대형 락페 ROCKFEST 2022를 관람한 이야기를 다 썼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어 해외 락페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가격은 우리네 락페 가격과 큰 차이 없었고, 다만 비행기 값과 숙박 등이 추가요금이 생기겠지요. 다만, 생각보다 그리 무모한 도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핀란드란 나라가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만 아니라면 비행 시간도 가장 짧고 미리 표를 구입한다면 항공권 값도 저렴한 편인 유럽 국가입니다. 영국의 도닝턴, 독일의 바켄 같은 곳도 가보고 싶지만, 어찌보면 핀란드의 락페가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접근해 볼 만한 유럽의 대형 락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ROCKFEST 외에도 대형 락페가 서너 개 열릴 예정이더군요.

저는 다음 날 오후 비행기로 귀국했고, 예정된 회사 일 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매일 서너 시간씩 후기 쓰느라 바쁘기도 했네요.

제 기억을 남기기 위해 길게 쓴 후기인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참으로 오래간 만에 쓰는 후기였고 쓰는 동안 다시 공연을 되새길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애플뮤직에 만든 플레이리스트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iron-maiden-rockfest-finland-on-2022-06-04/pl.u-75VmIWmo962g

 

Setlist: Iron Maiden @ Rockfest, Finland on 2022.06.04.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5 Songs

music.apple.com

https://music.apple.com/us/playlist/setlist-amorphis-rockfest-finland-on-2022-06-04/pl.u-J53PCDv0Rorq

 

Setlist: Amorphis @ Rockfest, Finland on 2022.06.04 by Kwon Hee Cheong

Playlist · 13 Songs

music.ap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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