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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투어 @ 삿포로 PENNY LANE 24, 2023.10.13.

미친도사 2023. 11. 21. 19:00

밴드메이드는 2013년에 결성되어 올해 10주년을 맞는 일본의 5인조 여성 락밴드이다. 메이드 복장을 한 것 때문에 선입견이 있을 수 있으나, 멤버 모두 대단한 실력자들이며 그들이 구현하는 음악이 정통 락/메탈 기반에 현대적인 감각이 잘 버무려져서 나같은 80년대 락/메탈 키드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팀 중 하나이다.

나역시 2018년 즈음에 처음 접한 후에 정신 못 차리고 이 밴드의 음악에 빠져 지내고 있다. 대략 1986년 정도부터 락/메탈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37년 가까이 듣고 있지만, 이렇게나 열심히 듣는 밴드는 처음이다. 유튜브를 보면 나같은 예전의 락 음악 애호가들이 많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한국엔 아무래도 해외 락/메탈 밴드의 공연이 그닥 많지 않기도 해서 언젠가는 내가 보고 싶은 밴드를 일본에 가서 공연을 보리라했던 생각은 했지만, 그 밴드가 밴드메이드가 될 것이라고는 예전엔 상상도 못 했겠지. 2019 World Domination Tour의 일본 투어 중 12월에 후쿠오카 공연을 직접 가서 보며 그들의 실력과 매력에 더 매료되었다.

2019.12.7. 밴드메이드 (BAND-MAID) @ Drum Logos, 후쿠오카

 

2019.12.7. 밴드메이드 (BAND-MAID) @ Drum Logos, 후쿠오카

작년(2018년)에 페이스북을 보다가 일본의 여성 5인조 락/메탈 밴드인 '밴드메이드(BAND-MAID)'란 팀을 알게 되었다. 5인조 밴드인데, 이름 그대로 메이드 복장을 하고 연주하는 것이 처음 볼 때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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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에도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를 수차례 수행하고, 앨범 발매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팬들의 지지를 유지해냈다.

코로나가 사그라든 2022년부터는 공격적으로 투어를 계획했는데, 작년의 미국 13개 도시의 성공적인 투어는 소셜 미디어와 맞물려 이들을 좀 더 알리기에 이른다. 그리고, 올해 1월에 밴드로서는 최대 규모로 '도쿄 가든 시어터'에서 8000명 가량의 관객과 함께 10주년 기념 투어를 시작하였다. 이 공연은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도 전세계에 송출되었고, DVD/블루레이로도 발매되어 팬들로 하여금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발표된 10주년 기념 투어의 일정이 발표되었다.
일본 내에서 23회 및 북미에서 18회의 공연이 확정되었다. 그 중 4월 22일 교토 공연을 보았고, 교토 특집으로 마련된 셋리스트로 진행된 공연은 정말 대단했다.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기념 투어 @ 교토 KBS 홀, 2023.04.22.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기념 투어 @ 교토 KBS 홀, 2023.04.22.

BAND-MAID는 가수를 꿈꾸던 '코바토 미쿠(MIKU Kobato)'가 2013년에 만든 만든 밴드이다. 제일 먼저 프리랜서 음악인으로 활동하던 기타리스트 '토노 카나미(Kanami Tono)'를 유튜브에서 찾아서 합류시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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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8월 나눠서 이뤄진 미국 공연은 관객들이 찍은 영상들이 유튜브에 많이들 올라오면서 이들과 팬들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올해엔 페스티벌에도 여러번 초대되어 5월에는 Welcome to Rockville, Sonic Temple Arts & Music Festival, Pointfest에 참여하였고, 8월엔 미국 최대 페스티벌 중 하나라 하는 Lollapalooza에도 참여하여 팬들로서는 뿌듯함을 느끼게 했고, 새로운 팬들의 유입도 많아졌다.

4월 교토 공연을 알아보던 중, 안 그래도 일본 여행은 좋아하는데 밴드 메이드 투어를 구실 삼아 안 가본 도시 여행을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아내도 찬성하였고, 그 첫 시도를 10월의 홋카이도 삿포로로 잡았다. 항공권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구입하고, 호텔은 토요코인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해서 저렴하게 다녀오는 걸로 준비했다.

 

시간은 흘러흘러~

공연 당일, 1시 즈음에 삿포로 공항에 도착하여서 이래저래 3시 즈음에 삿포로 도심에 들어와 호텔 체크인하고, 공연장 방면에 있는 시로이고이비토 파크에서 아내와 시간을 보낸 후에 나 혼자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은 저녁 7시였고, 내가 공연장인 PENNY LANE 24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10분 즈음이었다. 공연장 입구에는 이미 팬들이 좀 모여 있었는데, 페이스북의 BAND-MAID Fan Cafe 페이지 운영자이자 유튜브 'MAID NEWS NETWORK'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Peter를 입구에서 만났다. 이 분은 한국인데,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밴드메이드 팬들 사이에서는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어쩌다 보니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게 되어 온라인으로 알고 지내다가 지난 4월에 교토에서 만나 인사하여 좀 더 친숙해졌다.

 

내 티켓!

 

티켓을 수령하니 이번엔 265번이었다. 약 500명 가량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이라 조금 앞쪽이지 않을까 했는데 좀 아쉽네. 입장까지는 시간도 남았고, 머천 파는 줄이 그닥 길지 않은 것 같아서 줄을 서봤다. 이들이 공연장에서 500엔에 랜덤 아이템을 뽑는 게 있는데 그걸 2개 구입해 봤다. 밴드메이드 스티커와 열쇠고리가 걸렸다. 아주 가끔 사인 엽서가 걸린다고 하는데 좀 아깝네. 내 앞에 줄서 있던 관객은 뽑기만 10장 넘게 샀는데, 뭐 대단한 건 안 걸렸다. ㅋㅋ

공연장 옆 공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Peter가 또 유튜브 라이브를 하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쳐서 또 인터뷰했다. 이번엔 영어로 하긴 했는데, 많이 버버버.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라이브 댓글로 밴드메이드 한국 대표라고 누군가 해주었고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페이스북 내의 밴드 메이드 팬카페 그룹에서의 나의 활동(투어 중에 적당히 끊어서 도시별 셋리스트를 표로 만들어서 올린다)을 알아봐주고, 그 Kevin이냐고 알아봐주는 댓글도 있었다. 아하~ 재밌네.

6시가 다가오니 슬슬 입장을 준비하는 분위기인데, 공연장 진행 요원이 외국인 관객들을 불러모으더니 6시 15분부터 줄을 세울 거고, 600엔의 드링크 비용이 있고 등의 안내를 했다. 교토 때는 일일이 번호 불러서 입장시키더니, 이번에는 일일이 번호 불러서 줄을 세운다. ㅎㅎ 그냥 관객들끼리 번호 맞춰서 줄 서라 해도 될 것 같은데. 2019년 후쿠오카에서는 팬들이 알아서 줄서서 들어갔건만. 내 번호 주변이 해외 팬들 선예매 구역인가보다. 내 앞뒤로 다 외국인(서양 사람)들이다. 하여간... 6시 반쯤에 공연장 입장!

 

내 위치에서 본 무대. 공연 끝나고 찍은 사진


공연장은 생각했던 것만큼 좁았다. 무대 가로 크기가 10m나 될까? 500명이 꽉 찼는데, 아주 밀릴 정도는 아니고 그냥 제자리에 편하게 설 수 있을 정도 공간이었다. 내 앞으로 엄청 큰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닌데, 무대가 조금 낮다. 쩝. 공연 시작 전 배경 음악은 펑크 스타일 음악이었던 것 같다.

 

공연은 정시에 시작했다. 오프닝 음악이 바뀌었는데, 예전 게 좀 더 밝은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론 좋다. 오프닝 음악에 맞춰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밴드 메이드!"를 연호한다. 올해 10주년 공연은 하반기에 들어서는 앞 네 곡은 7월부터 변동이 없었다. 올해 공연은 늘 시작은 DOMINATION이다. 아, 4월에 본 교토 공연은 앞에 BAND-MAIKO 곡으로 시작했긴 하네.

 

DOMINATION 알고도 당하는 오프닝, 다함께 외치는 후렴구 'Hello'는 첫 곡으로 딱 적당하네. 무심한 듯 유려하게 쳐내는 미사의 베이스에 시작부터 그냥 매료. 사이키 목소리 시작부터 킨디션 좋고, 미쿠, 카나미, 아카네 모두 끝내준다. 10주년 투어의 시작을 DOMINATION으로 시작하다니, 당돌하면서도 우리 모두 그들에게 시작부터 정복당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큰 공연장은 아니지만, 분위기 좋다!!!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예전엔 자주 선곡되던 곡은 아니지만, 10주년 투어에선 거의 고정인 glory. 그렇다, 우리 메이디악(maidiac)은 10년 간 그들이 이 세상에 전한 락의 영광에 기뻐해 왔고, 500여 명 규모의 삿포로의 공연장에조차 그들의 영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였다!

제목은 뭔가 좀 쓸쓸할 것 같지만, 엄청 경쾌한 alone. 카나미 기타가 불을 뿜는다! 그냥 곡이 귀에 착착 감기네!

연주곡으로 작곡되었다가 가사가 덧붙여졌다는 Play는 시작부터 엄청난 연주의 향연에 완전 넋이 나간다. "예이~ 에이~ 에이~ 예~ 나~나~나~나~나~나" 아직까지도 놀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없겠으나, 오늘 신나게 놀 준비는 이미 끝!

시작부터 숨차게 몰고 가는 Unleash!!!!! 아, 곡과 함께 가는 기타-베이스 라인이 황홀하다. 중간 이후에 엄청 높은 톤의 노래 구간이 나오는데, 사이키 그냥 쭉쭉 뻗는구나! 아~ 

 

밴드메이드 사운드가 여느 밴드와는 다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리드 베이시스트 MISA!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쉬지 않고 다섯 곡 내리 달리더니, 미쿠가 인사를 한다. 이들 공연에서 늘 하는 첫 인사가 있다. "주인님, 아가씨, 그루뽀~"인데, 이 날은 "주인님, 아가씨, 곤니찌와~"라고 했다. 헛. 뭐지.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인사가 다른데? 했다. 옆에서 듣던 사이키도 뭔가 다르다고 그러는 것 같다. 미쿠가 뭐라뭐라 하는데, 알아들으면 좋겠다. ㅋㅋ 어쨌든 관객들과 "곤니찌와~"로 인사를 주고 받고 나서 늘 하는 인사를 다시 했던 것 같다. 삿포로 공연이 매진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준비되었냐면서 잘 부탁한다 하고, 늘 하는 "밴드메이드노 오큐지엔~"이라 외치면서 다음 순서가 시작한다.

우앗. 디스토션 잔뜩 들어간 기타 오프닝! 바로, 가장 최신 공개곡이자 넷플릭스 격투 애니메이션 켄간 아슈라 시즌2의 엔딩곡인 Shambles! 드디어 라이브에서 듣는구나!. 처음 공개된 순간에 너무 맘에 들어서 연속으로 한 열번은 반복해서 들었을 거다. 거칠면서도 에너지가 폭발하는 각 악기들의 연주가 듣는 이의 가슴을 끓게 한다. 과격 헤드 뱅잉 모드!!!

우앗. Liberal이다. 2019년 12월 그들의 공연을 처음 본 후쿠오카 공연에서 처음 연주되었던 곡이다. 이번 투어에서 많이 연주되지 않은 곡 중 하나인데, 반갑다. 산뜻하고 어찌보면 이지 리스닝 락 넘버지만, 그 안에 넘실대는 아카네, 미사의 그루브는 정말 일품이다. 짧은 짧은 카나미의 기타 솔로에서의 쫀쫀함 역시 감탄을 절로 나온다. 끝나고 '아~'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네.

공연의 단골 레파토리인 Choose me. 정말 저 다섯 명 중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이가 없다. 고를 수 없어! 눈이 정말 바쁘다. 무대가 살짝 높아서 아카네가 잘 안 보이는 게 안타깝다.

시작이 처음 듣는 곡이다. '어?' 미공개 신곡 Brightest Star구나! 사이키가 무대에서 들어가고, 미쿠가 리드 보컬하는 곡이 새로 이번 투어의 하반기부터 공연장에서 불려지고 있다는데, 드디어!!! 지금까지 미쿠의 리드 보컬 곡이 여러 곡 있었지만, 늘 라이브에서 기타 연주는 없이 노래만 했는데, 이 곡은 미쿠가 리듬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해서 곡이 훨씬 풍성한 느낌이 난다. 경쾌하면서도 간주 부분에서의 산뜻한 질주감이 좋다. 미쿠가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전 곡에서 거의 듀얼 보컬 수준으로 노래 백업을 하는데 음역이 꽤나 넓다. 그리고, 데뷰 시절 기타를 못 쳤다가 카나미에게서 배운 기타가 이젠 밴드에서 세컨 기타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다. 거기에 상당수의 곡에 가사를 쓰고 있으면서 대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밴드를 대표하고 있다. 물론 공연장에서 사회를 보는 것도 맡고 있다. 그녀가 있었기에 밴드 메이드가 결성될 수 있었고,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밴드 메이드 팬들에게 참으로 사랑스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넷이 무대에 있으니, 다음은 연주곡임을 예측할 수 있다. 무시무시한 연주력의 from now on. 시작부터 그냥 헤비한 에너지가 압도적이다. 이들의 연주곡은 언제나 노래가 있는 곡 못지 않게 멜로디가 유려하다. 더 이상 완벽할 수 있을까? 완전 넋놓고 그들의 연주에 지배당하는 순간이다.

 

매력 철철 보이스, 사이키!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이번엔 사이키가 멘트를 시작한다. 사이키가 야구 광팬인데, 그 중에서도 한신 타이거스 팬이다. 아마도 이번 시즌에 정규 리그 우승을 했나 보다 (최종적으론 재팬 시리즈 우승). 관객 중에 한 명이 한신 우승 축하한다는 말을 했나 보다. 사이키가 활짝 웃으며 '타이가스~'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미쿠가 뭐라 그러면서 끼어든다. 홋카이도에 대해 뭔가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일본어 좀 잘 알아들으면 좋겠다. 쩝. 2019년만 해도 사이키가 무대에서 말을 그닥 잘 한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투어하면서 사이키도 이런 진행을 잘 한다. 둘이서 하는 만담이 꽤나 재밌을 것 같은데. 흠. 뭐하다가 아카네를 언급해서 아카네가 '야호~'을 외치기도 하고, 미사가 수줍은 모습으로 귀엽게 '미사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ㅋㅋ

셋리스트에 대해 얘기를 좀 하는 것 같다.
Shambles에 대해서는 짧은 기간에 100만 뷰를 달성했다고 했다.
liberal에 대해서는 잘 못 알아 듣겠다.
Brightest star는 일본말로 '이치방 보시'라고 하는 것 같은데, 사이키가 미쿠보고 장난스럽게 '이치방 보시'라고 불러서 미쿠가 반박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래저래 미쿠를 이치방보시로 몰고 가는 분위기는 이후 사이키의 소셜 미디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ㅋㅋ


매번 공연에서 MC 시간에 나머지 멤버들은 뒤에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이 날 공연에서 카나미는 틈날 때마다 무대 뒤로 들어가 있었다. 일본, 미국을 넘나들며 10주년 투어를 강행군 중이어서 그런가, 카나미가 좀 힘들어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미쿠와 사이키가 말하는 중에 카나미가 무대에 등장해서 갑자기 말을 시키니 '시로이 코이비토 어쩌구저쩌구~'라고 외쳤다. 시로이 코이비토는 삿포로 기반의 전 일본적인 과자 회사다. 나, 이 공연 오기 전에 시로이 코이비토 공원에 있다 왔는데. ㅋㅋ 저 사람들도 시로이 코이비토 갔아 온 걸까? 시간만 맞았으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까비~

삿포로를 대표하는 과자 회사 '시로이코이비토' 로고


다음 곡은 공연장에서 연주한 적이 있나 싶은 전주다. So, What? 햐~ 이번 투어는 정말 대단하다. 투어를 하면 셋리스트 정해놓고 한 두곡 다르게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10주년 투어는 20곡 가량을 한다면 절반 가까이를 매 공연 다르게 한다.  이 곡은 2018년 이후 처음 연주되는 것이라 하네. 이렇게 평소에 듣기 쉽지 않은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가능한 모든 공연을 봐도 늘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다. 4월에 봤지만 10월에 또 보길 잘 했어. 스튜디오 버전보다 더 박진감 넘치게 완벽한 연주를 해내는 것이 이들이 이번 투어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트 뿅뿅

헛. 또 색다른 선곡. H-G-K는 정말 예상하지 못 했는데? 하~ Unseen World 앨범 이후에 나온 곡들은 뭔가 다들 혼돈 속에 있는 듯하면서 그 연주들이 기가 막히게 딱딱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엄청난 쾌감을 준다. 하, 어느 곡이 안 훌륭하겠냐만은 곡 사이사이 들리는 아카네 드럼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미쿠가 어쿠스틱 기타로 갈아 맨다. 아하~ 발라드 곡 할 건가보다. Memorable. 작년 미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들이 한층 성장했다고 느끼는데, 작년 미국 투어 중에 작곡해서 투어 중에 깜짝 공개한 곡이다. 분위기 좋은데, 참 일본 관객들 아쉽네. 이런 분위기면 스마트폰 조명으로 분위기 잡으면 딱이겠구만. 한국에서 공연하면 그런 분위기 자연스럽게 연출될 텐데.

또 하나의 발라드 곡. anemone. 사이키가 무너질 듯 묘하게 아슬아슬하게 저음으로 시작하는 곡으로 오래간만에 선곡된 곡 중 하나. 사이키의 노래도 좋지만, 백업하는 미쿠의 목소리도 참 매력적인 곡이다. 미드 템포의 발라드지만, 곳곳에 거친 기타 솔로와 곡 전반에 흐르는 유려한 미사의 베이스 라인은 발라드 시간이지만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초기 곡 중 하나인데, 오래간만에 before yesterday가 연주된다. 공연 후에 사이키가 트위터에 자기가 이 곡을 넣고 싶다고 해서 넣었다고 한 것 같다. 요즘 곡처럼 현란하진 않지만 잔잔한 흐름 속에 그들의 매력이 듬뿍 담긴 멋진 곡이어서 참 반가웠다.

시작부터 묵직한 matchless Gum. 올해 투어의 하반기 셋리스트에 많이 포함되는 곡인데, 진짜 탱크 같은 미사의 베이스와 아카네의 드럼 리듬 섹션 연주에 또한번 반하게 되는 시간이다.

 

MISA! MISA! MISA!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다음 곡은 시작부터 미사의 베이스 라인에 혼이 나가버리는 DICE! 그들의 음악을 Thrill을 통해 처음 접했다면, DICE를 통해서 이들의 팬이 되었다. 이들 음악은 베이스가 리듬 파트이기도 하지만, 멜로디를 끌고 가는 리드 악기이기도 한데, 이 곡이 대표적인 곡이라 하겠다. 내가 주변에 밴드 메이드를 소개할 때면 꼭 언급하는 곡이고, 공연 때마다 제일 듣고 싶었던 곡 중 하나였는데 소원 성취! 수백번 들었겠지만, 지금도 이 곡은 들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네. 정말 곡도 훌륭하지만, 미사의 베이스 연주는 최고다! 예전 라이브를 들으면 악기들의 밸런스가 늘 아쉬웠는데, 이번 투어에서는 완벽하다! 라이브에서의 에너지까지 더해져서 최강 선곡 중 하나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HATE? 올해 미국 투어 중에 룰라파루자(?) 페스티벌에서 DICE와 HATE?가 백투백으로 연주되었는데, 그 때 HATE?가 카나미의 기타와 미사의 베이스 배틀로 편곡이 되어 팬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이 두 곡이 백투백으로 계속 선곡되고 있다. 안 그래도 헤비하고 매력적인 HATE?인데 거기에 카나미와 미사의 기타-베이스 배틀은 딥퍼플의 리치블랙모어와 존로드의 Made in Japan 앨범에서의 기타-키보드 배틀 이후 내게 가장 강렬한 듀얼 배틀이다. 둘의 연주가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면서 무대 가운데서 카나미와 미사가 웃으며 관객들을 향해 기타 헤드를 향하고 함께 연주하는 모습은 락/메탈 팬으로서 가장 무대에서 보고 싶은 모습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 정말 최고야! 마지막에 I hate you를 외치는 부분에서는 미친 사람처럼 I hate you를 외쳤다. DICE + HATE? 두 곡을 들은 것만으로 난 삿포로까지 온 본전 뽑은 거야!

 

밴드메이드의 밴드 마스터, 카나미!!!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하~ 태풍이 지나간 듯한 공연장에 잠시 쉬는 MC 시간. 또 선곡 얘기를 한다. H-G-K는 이 공연에서 처음 연주된 건가? 하여간 굉장히 오래간만에 연주된 거라 이렇게 함께 해서 좋네. 선곡 얘기하다가도 사이키가 계속 이치방 보시를 외쳐서 미쿠를 놀렸다. 선곡 얘기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 홋카이도 얘기가 나오면서, 또 시로이코이비토 얘기가 나와서 관객들 모두 함께 시로이코이비토를 외치기도 했다. 진짜 유명한 브랜드인가봐. 말이 좀 길어지는데, 다들 재밌어 하는데 일본어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또 드네.

선곡과 사이키와 미쿠의 만담 시간이 지나고, 미쿠의 오마지나이 타임~ 영어로는 magic spell time이 시작했다. 미쿠가 진행하는 코너로 관객들로 하여금 '모에~ 모에~ 큔~ 큔~'을 외치게 하는 시간이다. 관객들이 함께 큰 소리로 따라해야 하는 시간인데, 관객들 호흥이 신통치 않으면 한참 더 외치게 하는데, 모에 모에 큔 말고도 홋카이도의 유명한 것들 (아마도 먹거리인 듯. 에비(새우)가 언급된 것 보면...)도 같이 외치고는 미쿠가 좀 더 목터져라 외치면서 생각보다 짧게 끝났다. ㅋㅋ

사이키가 마지막을 향해 달릴 준비 되었냐고 외치면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곡들이 이어진다. After Life에 이어 FREEDOM. 이렇게 헤비한데 이렇게 신나다니. 우리가 왜 이들 곡에 열광하고 이들 공연에 더 열광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다.

endless Story로 이어지는데, 이 곡은 발라드라 할 수 있는 걸까? 뭔가 곡 분위기는 발라드인데, 연주는 산뜻한 것이 정말 세련되었다. 미사의 현란한 베이스 라인 위에 곡 전체에 흐르는 그루브, 그리고 관객들이 다 함께 부르는 코러스가 어우러져서 정말 공연장 분위기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대단한 곡이다. 

모두가 마지막임을 알게 하는 오프닝. NO GOD. 곡을 그냥 대충 들으면 못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아래 흐르는 어느 스피드 메탈 못지 않은 속도감이 일품이다. 그 기조에는 미사의 미친 베이스 연주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베이스 솔로 뒤로 그 분위기를 고조하는 아카네의 찰진 드럼도 끝내주지. 그러면서 관객들이 완성시키는 코러스까지 곁들여지면 이 곡은 비로소 완벽이 된다. 정말 완벽한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앨범 만들 때 이런 걸 알았을까? 정말 가슴 터질 것 같은 환희 그 자체다.

멤버들이 모두 아카네 주변에 모여서 연주를 마무리하면서 2시간 가량의 밴드메이드의 10주년 투어의 삿포로 공연이 끝났다. 멤버들이 피크를 여기저기 던지는데, 아 나도 하나 갖고 싶다! 아니, 이들도 피크를 세트로 만들어서 굿즈로 팔면 좋겠다.

공연의 마지막 순간!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공연장을 빠져나와서 줄이 더 길어지기 전에 머천 파는 곳에 가서 10주년 공연 포스터를 샀다. 포스터를 구입한 적은 처음인데, 이들의 번 투어는 어떤 형태로든 기념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공연장 옆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눈다. 난 주변 한번 둘러보고는 아내가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줏거리 좀 사서 호텔방에서 가볍게 뒷풀이를 했다. 

4월의 교토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의 훌륭한 공연이었다. 그 이후에 일본과 미국의 여러 도시를 돌면서, 그리고 큰 페스티벌 무대 몇번을 더 거치면서 이들은 또 성장했다. 이틀 후에 삿포로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오타루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 날이 미사 생일이라 또 재밌는 일이 있었나 보다. 아, 오타루까지 봤어야 하나 싶네. ㅋㅋ

하여간, 올해 그들의 투어는 정말 대단하다. 1월의 토쿄 가든 시어터에서 10주년 전일, 전미 투어를 할 거라 발표하고, 투어의 마지막이 될 요코하마 공연을 앞두기까지 41회의 공연을 했다. 일본에서 23회, 미국에서 18회. 미국에서는 매 공연에서 약 20곡을 했고, 일본에서는 매공연 23곡 정도를 했다. 이번에 본 삿포로에서만 22곡을 한 건 좀 슬프지만... 하여간, 이 많은 공연에서 매번 연주된 곡은 단 세 곡이다. 공연 횟수의 1/3 이상 연주된 곡이 15곡이고, 투어 전체에서 연주된 곡은 무려 71곡이다. 요코하마 아레나 공연 전 마지막 두 공연에서는 이들의 초기 연주 명곡인 onset이 from now on을 대체했다 한다. 하, 난 아직 onset 라이브로 직접 못들어 봤는데. 정말 10년을 총결산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선곡들이었다.

 

나는 쌍팔년도 즈음에 락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락음악 없이 못 사는 열혈 팬인데, 유튜브의 댓글 보면 밴드메이드의 팬들은 나같은 열혈 팬들이 많다. 나이가 일흔 넘은 올드 락팬들도 꽤 많다.
70-80년대 그 시절 그 밴드들의 엄청난 연주력을 기반으로 한 하드락과 80년에 등장한 귀에 쏙쏙 박히는 글램/팝 락의 요소도 있으면서, 가끔은 스래쉬 메탈 뺨지는 거친 속도감, 그리고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그들만의 멜로디, 리듬감과 그루브까지 수십년간 락음악을 들어온 우리가 좋아했던 요소들이 아주 멋지게 이들 음악에 모두 녹아 있는 것이다. 거기에 밴드 멤버들 모두가 즐거워하며 관객과 교감하는 라이브에서는 우리가 락/메탈 밴드 공연에서 기대하게 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니 그들을 더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매 공연이 끝나면 이렇게 단체샷을 찍는다. 삿포로는 무슨 의미인거지? '게'가 유명해서 게를 표현한 건가? ㅋㅋ (출처: BAND-MAID 쇼셜미디어)


보통 공연을 보고 나면 그 여운이 오래간다. 이번에도 그리하여서 요코하마 공연을 볼까 하는 맘에 공연 예매 사이트도 좀 들어가보고, 괜히 비행기 시간표도 보고 그랬으나, 요코하마는 패스. 다만, 이제 나름의 목표가 생겼다. 밴드메이드 투어에 맞춰 일본에 안 가본 도시를 가보는 것! 주말 끼고 아내랑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으로 밴드메이드 투어를 활용하기로. 그 반대인가? 하여간... ㅋㅋ 

이미 세곡의 미공개 신곡이 이번 투어 하반기에 소개되어서, 곧 새앨범이 나올 것 같다. 아마도 요코하마 공연에서 공개되고 바로 예약 받을 것 같다. 그리고, 내년 투어에 대한 일정도 발표하겠지? 대부분의 팬들이 내년은 유럽 투어가 될 거라 예상하고 있는데, 제발 제일 가까운 우리나라도 좀 오면 좋겠다. 마음 같아선 악스홀 정도에 가득 채우면 좋겠으나, 그 정도로 한국에 팬이 있을 것 같진 않고, 상상마당이나 웨스트브릿지 정도면 딱 좋겠다. ㅋㅋ 아님 페스티벌에 와서 인상 강하게 주고 가면 좋은데, 그건 시간을 짧게 할당받을 것 같아 좀 아쉬울 것 같고... 페스티벌이라면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이 적격일 것 같아. 나혼자 기획하고 그런다, 요새. 에휴. 어쨌든 내년엔 한국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고, 내 주변에 더 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 블로그에 사용된 사진은 직접 찍은 사진 몇 장을 제외하고는 삿포로 공연 후에 밴드메이드 측에서 올린 사진이다.

 

 

BAND‐MAID Setlist PENNY LANE 24, Sapporo, Japan 2023, BAND-MAID 10TH ANNIVERSARY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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