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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밴드메이드의 어쿠스틱 라이브 @ 시부야 공회당, 도쿄 (2024.03.20)

미친도사 2024. 4. 22. 21:33

난 86년 즈음부터 락음악을 듣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밴드를 들어왔고, 여전히 락음악과 공연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80년대 말, 90년 대초의 음악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편이다. 일본의 여성 5인조 락밴드 BAND-MAID(밴드메이드)는 나의 락 매니아로서의 40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을 통틀어 현재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다.

 

2013년에 결성되어 데뷰 이래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한글 표기 일어 표기 영문 표기 담당 재적 기간
코바토 미쿠 小鳩 ミク Miku Kobato 리듬 기타, 배킹 & 리드 보컬 2013–현재
토노 카나미 遠乃 歌波 Kanami Tōno 리드 기타, 배킹 보컬
히로세 아카네 Akane Hirose 드럼, 퍼커션
미사   MISA 베이스, 배킹 보컬
아츠미 사이키 厚見 彩 Saiki Atsumi 리드 보컬

 

코바토 미쿠가 밴드의 컨셉을 잡고 유튜브를 통해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 카나미를 섭외했고, 카나미는 이전 세션 활동으로 인연이 있던 드러머 아카네를 섭외했고, 아카네는 음악 전문 학교에서 함께 했던 베이시스트 미사를 영입했다. 미쿠의 리드 보컬로 4인조로 하기엔 보컬이 약하다는 판단에 사이키를 영입하여 멤버 변동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나는 2018년 즈음에 우연히 접한 초기 곡인 'Thrill'은 그닥 내 관심을 끌지는 않았으나, 유튜브 추천으로 접한 'DICE'란 곡은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이 곡이 수록된 「 World Domination 」 앨범을 2017년 라이브를 수록한 한정판으로 구입했는데, 함께 들어있던 라이브 DVD를 통해 나는 완전히 그들에게 매료되었다.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록 공연이 너무나 보고 싶어 졌고, 급기야는 일본에 공연을 보러 갈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어 실제로 2019년 12월에 후쿠오카 공연을 직접 관람하게 되었다.

 

2019.12.7. 밴드메이드 (BAND-MAID) @ Drum Logos, 후쿠오카

 

2019.12.7. 밴드메이드 (BAND-MAID) @ Drum Logos, 후쿠오카

작년(2018년)에 페이스북을 보다가 일본의 여성 5인조 락/메탈 밴드인 '밴드메이드(BAND-MAID)'란 팀을 알게 되었다. 5인조 밴드인데, 이름 그대로 메이드 복장을 하고 연주하는 것이 처음 볼 때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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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그 동안 접한 적지 않은 그 어느 밴드의 공연보다도 재미있었고 더욱 이들 음악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해 초부터 불어 닥친 전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으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활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 밴드는 이 기간을 소셜 미디어 활동,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정규 앨범 발매 등을 통해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코로나 기간을 2020년 초부터 2022년 중반 정도까지라고 본다면, 그들의 코로나 기간의 활동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 기간의 유료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 6회

  • 2020년 7월 23일 BAND-MAID ONLINE OKYU-JI
  • 2020년 8월 16일 BAND-MAID ONLINE OKYU-JI
  • 2020년 12월 13일 BAND-MAID ONLINE OKYU-JI
  • 2021년 2월 11일 BAND-MAID ONLINE OKYU-JI
  • 2021년 5월 10일 BAND-MAID “THE DAY OF MAID”
  • 2021년 12월 25일 BAND-MAID ONLINE ACOUSTIC

라이브 영상 매체 (DVD 및 블루레이) 발매 - 2회

WORDL DOMINATION TOUR [진화] @ 라인 큐브 시부야
2020년 4월 29일 발표, 코로나 직전에 있었던 World Domination 투어의 마무리 공연 전체(23곡)을 수록
BAND-MAID ONLINE OKYUJI (2021.02.11)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중 하나인 2021년 2월 11일 공연을 영상물로 제작하여 발표

 

코로나 기간의 앨범 및 신곡 활동

  • Different EP (2020-12-02)
  • Unseen World (2021-01-20)
  • about US Single (2021-02-04)
  • Sense EP (2021-10-27)
  • ONLINE ACOUSTIC OKYUJI (2022-04-27)
2021년 12월 25일에 있었던 온라인 어쿠스틱 공연을 팬클럽 한정으로 CD로 발매
 

 

이 기간에 세계적으로 팬들이 급증했는데, 나처럼 80-90년대 락음악에 열광했던 이들이 이후 음악에 흥미를 못 느끼다가 이들의 음악을 우연히 접하고 홀딱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 시대를 아우르는 감성의 작곡, 멤버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곡 진행과 뛰어난 연주, 그리고 즐겁게 연주하는 멤버들의 공연 영상은 우리가 락음악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느낌은 비단 나만의 감상이 아닌 수많은 서구 팬들도 공감하는 영역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세계 정복의 목표를 향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코로나 시대의 종식과 함께 발표된 「 Unleash!!! EP 」 와 함께 시작한 2022년 하반기의 일본 5개 지역과 미국 13개 지역 공연은 세계의 메이디악(Maidiac)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LB_EPS48HE

 

특히, 일본에서의 공연은 영상 촬영이 극히 제한되는데 반해 미국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찍어 공유한 스마트폰 영상을 통해 이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어 메이디악의 확산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이 미국 투어에 밴드 멤버들도 크게 자극을 받아 이 미국 투어 기간에 「Memorable」이란 신곡을 만들어 발표하여 미국에서 영상까지 제작하기도 하여 미국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QX8BTTsHHU

 

2023년은 이들의 데뷰 10주년이었고, 그 10주년 기념 투어의 시작을 1월 9일에 도쿄 가든 씨어터에서 하였다. 이 공연 마지막에 해당 공연의 DVD 및 블루레이 발매 및 일본 23개 도시, 북미 18개 도시의 10주년 기념 투어 일정을 발표하였다. 또한, 일본에서의 2회, 미국에서 4회의 음악 페스티벌 참가로 일본 및 미주에서 꽤 많은 대중적인 노출도 이뤄졌다. 2023년 한 해동안 50회가 가까운 공연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동일한 셋리스트가 없었고, 매회 20곡이 넘는 곡을 했고 연주된 곡의 수의 합이 70곡이 훌쩍 넘을 정도로 굉장히 다채롭게 꾸며내서, 공연을 여러번 보는 열혈팬들도 많이 생겼다. 나 역시 4월에 교토에서, 10월에 삿포로에서 두번이나 봤으니 말 다했지. 이 빡빡한 투어 기간에도 세 곡이나 신곡을 발표하여 팬들에게 선보였다.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기념 투어 @ 교토 KBS 홀, 2023.04.22.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기념 투어 @ 교토 KBS 홀, 2023.04.22.

BAND-MAID는 가수를 꿈꾸던 '코바토 미쿠(MIKU Kobato)'가 2013년에 만든 만든 밴드이다. 제일 먼저 프리랜서 음악인으로 활동하던 기타리스트 '토노 카나미(Kanami Tono)'를 유튜브에서 찾아서 합류시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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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투어 @ 삿포로 PENNY LANE 24, 2023.10.13.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투어 @ 삿포로 PENNY LANE 24, 2023.10.13.

밴드메이드는 2013년에 결성되어 올해 10주년을 맞는 일본의 5인조 여성 락밴드이다. 메이드 복장을 한 것 때문에 선입견이 있을 수 있으나, 멤버 모두 대단한 실력자들이며 그들이 구현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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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0주년 투어의 마지막은 '요코하마 아레나'라는 곳에서 대형 공연으로 행해졌는데, 이 공연 역시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동시 진행이 되어 세계 팬들이 그 10주년 투어의 대장정의 마지막을 함께 즐겼다. 새로운 무대 복장을 처음 선보인 이 공연은 3시간 반 가까이 동안에 무려 33곡이 연주되었다. 새로운 편곡, 한참동안 라이브에서는 안 했던 편곡 등으로 3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대단히 멋진 공연이었고, 나로서는 고민하다 안 간 게 꽤나 큰 아쉬움이 되었다. 엄청났던 이 공연의 영상물은 3월 말에 발매되었다.

10주년 기념 투어 파이널 '요코하마 아레나' 영상물 표지

 

이 공연이 끝나면서 무대에서 2024년의 큼직한 계획 몇 가지가 소개되었다.

  • 여름에 신보 발표
  • 2024년 2월 22일 10주년 공연 번외편
  • 2024년 3월 20일 어쿠스틱 공연
  • 2024년 5월 10일 "Day of Maids" 공연

2023년에 정말 빡세게 공연을 했던 밴드는 재충전의 기간을 가지면서, 새 앨범을 준비한다고 한다. 10주년 마무리 공연의 최종 셋리스트에 누락된 곡들 위주로 채워진 2월 22일 10주년 공연 번외편은 팬들을 다시 한번 열광시켰다. 아, 이 공연은 갔어야 해. 😢

 

그 다음 일정은 어쿠스틱 공연이다. 이들은 이미 2018년 「 WORDL DOMINATION TOUR [진화] 」 의 영상물에서 두 곡의 어쿠스틱 편곡을 선보였고, 2021년 크리스마스에 14곡을 어쿠스틱 편곡으로 온라인 공연을 한 적이 있다. 2021년 크리스마스 어쿠스틱 공연은 녹화 공연이었는데, 이들이 늘 입는 메이드 복장이 아닌 크리스마스 컨셉의 평상복을 입고 연주하였는데, 5명의 멤버들을 곡마다 재배치하여 둘, 셋, 혹은 넷이서 연주하는 등 익히 알고 있는 곡들을 완전히 새롭게 편곡하여 이들의 또다른 면모와 역량에 팬들은 다시 한번 놀라면서 매료되었다.

 

나 역시 어쿠스틱 공연을 볼까말까 약간의 고민을 했지만, 흔치 않은 기회라 이 공연은 보기로 마음먹었다. 팬클럽 회원만을 대상으로 공연 예매를 할 수 있었고, 조금은 이채롭게도 인당 2매 예매를 할 수 있었다. 내 기억엔 보통 팬클럽 선예매는 인당 1매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몇 안 되는 밴드메이드의 한국 팬으로서 같이 갈 사람이 없는 나는 한 장만 예매.

 

2023년 말엔 좀 색다른 경험도 있었는데, 요코하마 공연이 있던 다음 주에 페이스북의 밴드메이드 팬 그룹 중 한 곳에 한 미국의 밴드메이드 팬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한국의 밴드메이드 팬을 만나보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내가 한국 팬 대표로 그를 서울에서 만나서 광장시장에서 점심을 함께 하는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도 했다.

미국의 밴드메이드 팬과 종로에서 만나 구경하러 다녔었다.

 

코로나 이후에 일본 가는 항공권 값이 상당히 올라서, 어쿠스틱 공연을 위해 일본에 갈 때엔 약간은 저렴한 야간 여정으로 예약을 했다. 자정을 넘어 공항에서 나갈 것 같아 공항에서 가까운 ‘카마타’란 지역에 숙소를 예약했다. 여정과 도쿄에서의 공연 전후 이야기는 따로 글을 쓸 거라 공연과 관련된 얘기만 쓰겠다.

 

공연은 3월 20일 수요일이고 춘분인데 일본에서는 휴일이란다. 그래서인지 공연 시작은 조금 이른 듯한 오후 5시 30분, 도어 오픈은 4시 30분. 머천 판매는 오후 1시 30분이라 했다.

공연장은 2020년에 "WORDL DOMINATION TOUR [진화]" 영상 매체로 나온 바로 그 공연을 했던 'Line Cube Shibuya'이다. 구글맵에서 검색하면 '시부야 공회당'으로도 나오는 걸로 보면 공공시설인 것 같다. 하여간, 밴드메이드 팬들에겐 익숙한 곳이라 더 궁금하고 반가웠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길 건너에 있는 로손 편의점에 가서 티켓을 수령했다.

한 구석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예약 번호와 몇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예약 확인증을 출력할 수 있다. 이걸 카운터에 보여주면 티켓을 출력해서 봉투에 담아서 준다. 이렇게 티켓 수령한 것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그닥 어렵지 않아서 일본에서의 공연 관람에 자신감이 "1" 증가! 티켓을 보니... 헛! 3층이다. ㅠㅠ 처음 티케팅할 때 조금 고민하다가 2차 티케팅 때 추첨에 참여해서 그런가, 자리가 좀 아쉽다. 그래도, 뛰고 솟고 하는 공연이 아니라 얌전히 앉아서 보는 공연이라 괜찮을 것 같다.

 

머천 판매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이동을 한다고 했는데, 중간에 열차 갈아타는 곳에서 방향을 잘못 타서 2시 즈음에서야 공연장에 도착했다. 이미 공연장 앞에 머천 판매 줄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런 열혈팬들 같으니라고!! 밴드메이드는 공연 때마다 판매하는 상품이 조금씩 다른 게 있어서 이게 또 사람을 환장하게 한다. 이번에 소개된 품목들 중에 은근 맘에 드는 옷이 하나 있어 그걸 직접 보고 사볼까 하고 줄을 섰다. 지인 부탁받은 것도 있기도 했고. 일본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해외 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한 30분 줄 섰을까? 내 뒤로는 줄이 그닥 길어지지 않은 걸로 봐서는, 머천 판매 오픈런한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공연 기념품 판매대

 

이것저것 사려고 한 걸 사고는 안을 둘러보니, 5월에 있을 '인큐버스(Incubus)'의 일본 공연 전단지가 있다.

인큐버스 공연 전단지. 밴드메이드 특별 게스트! 아. 부러워라~

 

인큐버스의 창단 멤버이자 리드 기타리스트인 '마이크 아인징어 (Mike Einzinger)'가 밴드메이드 팬이고, 작년 5월에 미국의 '포인트페스트'란  페스티벌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인연으로 이번 일본 공연에 밴드메이드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는 것 같다. 당시 라이브 영상 보면, 공연 도중에 마이크가 무대 뒷쪽으로 나타나서 공연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RdenVmAioQ

이 영상의 15분 50초 즈음에 무대 뒤쪽으로 인큐버스의 Mike Einzinger가 쓰윽 등장해서 옆에서 흐뭇하게 보는 모습이 나온다.

 

인큐버스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부럽다~

머천을 사고나서는 시부야 근처를 좀 거닐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들이 좀 덜 유명하던 시절에 공연하던 Eggman이란 공연장이 이 Line Cube Shibuya 공연장 바로 길 건너편에 있네. 공연이 있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하~

 

머천 사고나서 공연장 맞은편에서 티켓과 인증샷!

 

공연이 지정좌석제라 일찍 갈 필요도 없는 것 같아서 4시 즈음에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공연장 옆 작은 공원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뭔가 하고 있는거다. 직감적으로 아, 팬들이 모여서 사진찍나 보다! 얼른 사람들이 모여 서있는 계단에 한 켠에 섰다. 다수의 일본 팬들과 일부 외국 팬들이 있는데, 근처에 그냥 있던 외국 팬들까지 다 불러모아서 사진을 수차례 찍었다.

공연 전에 밴드메이드 팬들 단체 사진~ 나 찾아봐~라

 

밴드메이드 팬 중에는 꽤나 알려진 Peter Lim씨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니 환호하며 '피터! 피터!'를 외치기도 했다. 이 양반이 한국인이면서 미국에서 살다가 지금은 일본에 사는데, 바로 전 날 오사카 쪽에서 도쿄로 이사를 해서 좀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작년에 교토에서 처음 인사하고, 삿포로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지라 인사 나눴다. 일본 밴드의 공연을 일본에서 보면서 우리말로 얘기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엔 공연 전에 유튜브 라이브를 안 해서 인터뷰는 안 했다. ㅎㅎ 사진 몇장 찍는 중에 팬들이 자기네들이 만든 굿즈들 나눔도 해서 어쿠스틱 공연 백스테이지 패스처럼 생긴 스티커와 수를 놓아 만든 밴드메이드 가타가나 로고 열쇠고리도 얻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뭐 좀 만들어 오는 건데.


줄 서있다가 다른 팬이 나눔해서 받은 밴드메이드 로고 태그와 이번 공연 정보 스티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너무 추워서, 머천으로 구입한 재킷을 꺼내 입었다. 방수 효과도 좀 있고 추위를 많이 막아주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ㅎㅎ

 

공연 입장 시간이 되니 줄을 세우는데, 갑자기 비가 시작하는 거다. 잠깐 비예보가 있긴 했는데, 숙소에서 나올 때 날이 좋아서 까먹고 우산을 안 들고 나왔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너무나 많이 불어서 엄청 추웠다. 안 되겠다 싶어서, 아까 산 바람막이처럼 생긴 옷을 꺼내 입었다. 햐~ 이거라도 없었으면 너무 추웠겠어. 방수도 좀 되고 바람도 막아줘서 참 다행이었다.

 

입장하고 3층의 내 자리를 찾아 가서 보니, 좀 많이 높다. 무대는 가림막이 있어 볼 수 없는데, 그 앞에 카메라가 몇 대 설치되어 있다. 영상을 찍을 건가? 흠. 궁금.

공연 전에 기다리면서 Be Real로 찍은 한 장

 

공연 정시(오후 5시 30분)에서 한 5분 있다가 시작한 것 같다. 가림막이 올라가는데, 무대가 숲속에 꾸며진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혹시나 2021년 어쿠스틱 온라인 공연처럼 멤버들이 사복을 입고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복장은 그들의 정식 복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숲을 표현한 듯한 무대 (사진 출처: 밴드메이드 공식 홈페이지)

 

이 날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alone*
NO GOD
Catharsis
Wonderland
Choose me (Saiki solo on piano)
Different (Saiki and Kanami)
Manners (Saiki, Kanami, and Misa)
Sayonakidori (Miku, Misa, and Akane)
Corallium* (Saiki and Kanami)
Smile
Bubble*
H-G-K
Mirage
Daydreaming* (Full band with Saiki on piano)

 

* 표시는 이전에 어쿠스틱으로 연주된 적 없는 걸로 아는 곡들이다.

 

첫곡은 'alone'인데 처음으로 어쿠스틱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발라드 곡이라 어쿠스틱 버전이라 해도 이미 들어본 것처럼 낯설지가 않다. 어쿠스틱 음악도 굉장히 attacky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어쿠스틱 편곡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드럼 스틱이 좀 브러시는 아니고, 좀 다른 거라는데 내가 설명은 못 하겠고 하여간 음량이 작고 부드러워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연주 중간중간의 예사롭지 않은 느낌은 잘 살린 굉장히 멋진 편곡이라 하겠다. 'NO GOD'이 끝나고 미쿠가 늘 하는 인사를 한다. 아, 일본말이 원활하게 들리면 좋겠다. 팬클럽 회원만을 위한 예매로 진행되어 특별하다는 그런 얘기도 있는 것 같다.

'Catharsis', 'Wonderland'까지는 이전 어쿠스틱 라이브에서 들어본 적 있는 곡이라 익숙하다.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다 보니, 이전에 편곡된 적 있는 곡의 경우 더 새로운 걸 더하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처음 접했을 때 원곡과는 다른 어쿠스틱 편곡에서의 새로운 감각을 직접 본다는 게 진짜 좋다. 그나저나 사이키 보컬이 진짜 끝내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혹은 연륜이 조금 쌓이면서? 사이키 목소리가 더욱 더 매력적으로 변해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tx9h41gaNo0

2021년 크리스마스 어쿠스틱 공연 중 유튜브에 공개된  'Catharsis'. 원곡과는 다른 솔로 파트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대에 키보드가 놓여진다. 작년 말 요코하마 공연에서 제일 놀라웠던 순서 중 하나가 사이키가 혼자 키보드를 치면서 'Choose Me'를 노래했던 건데, 그걸 한다. 원래 악기를 다루지 않던 사이키가 건반을 배워서 혼자 건반 반주에 노래를 한다. 신고 있던 하이힐도 벗고, 반지도 빼고...  '혹시 다른 노래를 하려나?' 했으나 그 때 그 노래를 한다. 어찌 보면 그닥 잘 하는 연주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그를 위해 응원하고 도와줬을 멤버들을 생각해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서라 아니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이키 ❤️ (사진 출처: 밴드메이드 공식 홈페이지)

 

무대 중앙 뒤쪽에 작은 공간에 의자가 놓이면서 사이키랑 카나미 둘이서 자리를 잡는다. 꽤나 어그레시브한 곡인 'Different'를 카나미의 기타 위에 사이키의 보컬만으로 편곡해냈다. 밴드메이드의 음악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카나미는 사이키의 열혈팬인데, 무대 위에 둘만 있으면 그리 귀여울 수가 없다.  카나미는 사이키랑 둘이서 뭔가를 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어찌보면 짜고 치는 설정일 수도 있겠으나, 그리 좋아하는 모습은 진심인 것 같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미 알고 있는 편곡이지만, 진짜 훌륭하다. 원곡에서는 미쿠가 코러스를 했지만, 여기서는 카나미가 코러스를 한다. 내가 전에 어떤 후기에서도 쓴 적이 있을 텐데, 난 개인적으로 락 역사상 스콜피온스의 '루돌프 쉥커 (Rudolf Schenker)'를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라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스콜피온스의 명곡들은 거의 다 그가 쓴 곡들이다. 진짜 대단하지 않은가? 그 루돌프 이후 가장 훌륭한 락/메탈 분야의 멜로디 메이커를 이 밴드메이드의 카나미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공간에 미사가 등장해서 자리잡는다. 유튜브로만 접한 팬들은 영상에서 보이는 무표정하면서도 어마어마한 연주를 보여주는 미사를 'Barefoot Assassin (맨발의 암살자)'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공연을 보면 잘 웃고, 귀여운 모습을 많이 보인다. 멤버들 역시 미사를 참으로 예뻐하는 걸 보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멤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엔 사이키-카나미-미사 3인조 구성으로 'Manners'를 연주한다. 원곡은 굉장히 서구적인 느낌의 미드 템포의 락 곡인데, 3인조 편성으로 간결하면서도 미사의 베이스가 엄청 풍성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이 3인조만으로도 엄청 풍부한 사운드가 연출된다! (사진 출처: 밴드메이드 공식 홈페이지)

 

미쿠가 무대 위에 등장하고 사이키랑 만담(?)을 좀 하면서 멤버들이 교체된다. 이번엔 미쿠-미사-아카네 3인조 구성이다. 미쿠가 보컬을 맡을 모양인데, 메인 기타까지도 맡게 되는 거다. 미쿠가 '굉장히 긴장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2021년 연말 어쿠스틱 공연은 녹화 공연이었기에 좀 덜 긴장했을 수도 있겠으나, 이번엔 완전히 실시간으로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것이라 노래와 기타를 맡아야 하는 미쿠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미리 다~ 얘기해놓고 긴장감을 관객들도 함께 하는 진행이 참 좋다. 미쿠는 원래 밴드메이드 결성 당시 기타를 칠 줄 몰랐다. 자기가 컨셉을 잡고 멤버들을 모았으나, 메인 보컬을 하기엔 약하다는 멤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사이키를 메인 보컬로 영입을 하고, 자기는 리듬기타 + 백업 보컬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 때부터 리드 기타리스트 카나미에게 기타를 배워서 리듬 기타의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매 앨범마다 본인의 메인 보컬 곡을 하나씩 넣는 것도 좋고, 실제로 라이브에서 본인이 메인 보컬인 곡을 적어도 한 곡씩은 넣는 것은 밴드메이드 공연의 큰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미쿠가 본인이 기타 전체를 맡고 보컬까지 해야 하는 이 순서는 분명히 큰 부담이고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참으로 훌륭히 해냈다. 이 곡은 2021년 라이브 영상으로 유튜브에 공개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GzAQigaL14

미쿠의 기타 및 보컬로 3인조 구성으로 편곡된 '사요나키도리 (새이름 "나이팅게일")'

 

미쿠 - 아카네 - 미쿠의 조합은 한 곡으로 끝나고, 다시 사이키 - 카나미의 2인조 조합으로 다음 곡이 이어진다. 이번엔 이전에 연주된 적 없는 'Corallium'이 연주된다. 하, 이 곡도 꽤나 락킹한 곡인데 이리 멋진 호소력 짙은 어쿠스틱 곡이 되다니, 카나미는 천재 맞고 사이키의 보컬 표현력은 정말 점점 짙어졌다.

 

이제 전체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사이키와 미쿠가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아~ 일본어. 😭 스페셜 토크라고 아예 미쿠와 사이키의 만담(?) 시간이다. 보통은 이 즈음이면 미쿠의 'magic spell time (오마지나이 타임)'이 있을 시간이긴 한데 어쿠스틱 공연이라고 둘이 진행하는 걸로 대체하려나 보다. 이 순서가 꽤 길어서, 대부분을 못 알아듣는 나는 좀 졸리기도 했다. 공연 전에 추위에 너무 떨었던 탓이리라. 🥶

 

이 때에 각 멤버들이 준비한 선물을 추첨을 하기도 했다. 공연이 유료 팬클럽 회원 위주로 예매가 이뤄진 공연이라 특별히 팬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한 것 같다. 각 멤버들의 선물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카네는 드럼 피였던 것 같고, 미사는 고급 케이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3층까지 있는 공연장인데, 가장 사람이 많은 1층에서 1명만 뽑히고, 2층에서 무려 3명이 뽑혔다. 3층을 불렀을 때 '혹시 나?'라고 잠시 두근거렸음은 부인할 수 없다. 뽑힌 사람들은 공연 끝나고 멤버들이 직접 선물을 전해준다고 하는 것 같다. 아~ 엄청 부러워!!!

 

이제 공연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것 같다. 2021년 어쿠스틱 공연의 시작이었던 'Smile'이 연주된다. 하~ 처음 어쿠스틱 공연이 예고되고, 그 첫 곡을 스트리밍으로 들으면서 이게 첫 곡으로 연주될 때의 그 신선함이란... 페북의 팬 페이지에 공연 실시간 리액션 게시물을 만들어 놓고 다른 나라 팬들과 감상을 공유하면서 감탄하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다음 곡의 시작은 완전히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소절 이후 바로 익숙한 진행... 'Bubble'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편곡된 곡이다. 원곡도 기존에 발표된 곡과는 색다른 느낌으로 팬들이 놀라워했던 곡인데, 어쿠스틱 편곡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도 좋지만, 곡 전체를 가로지르는 미사의 베이스 라인은 정말 놀랍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난 계속 미사 팬 할 거야! MISA! MISA! MISA!

 

경쾌한 락 넘버인 'H-G-K'는 중간에 사이키와 미쿠의 코러스가 한층 더 돋보이게 편곡되어 좋았고, 'Mirage'는 좀 더 차분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좋았다. 어쿠스틱 공연이라 해도 멤버들의 연주와 노래가 여전히 빛나는 편곡은 '역시 카나미!'라는 생각이 든다. 👏👏👏

 

이후에 미쿠와 사이키가 뭐라 한참 얘기했는데 잘 모르겠고, 관객들이 아쉬움의 한탄을 뱉는 부분에서 공연의 마지막 곡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곡을 준비하는데, 사이키가 다시 건반 앞에 자리 잡고 건반을 연주하면서 시작한다. 헛. 이거 뭐지? 낯선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더니, 이내 익숙한 'Daydreaming'을 사이키의 건반으로 시작한다. 첫 소절이 끝나더니, 멤버 전원이 악기 연주를 하면서 곡이 이어진다. 으허. 이게 뭐야. 이거 진짜 귀한 장면이다! 10년 넘게 4인의 연주에 사이키는 노래만 하던 구성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사이키까지 건반을 연주하면서 멤버 전원이 연주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린 밴드 메이드 역사상 처음 연출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중간중간 말이 많을 때엔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이 한 곡의 순간으로 '오늘 오길 진짜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

우린 다섯 명의 멤버가 모두 악기를 연주하는 최초의 순간을 목격했다! (사진 출처: 밴드메이드 공식 홈페이지)

 

앞서서 미쿠가 엄청 긴장했다고 말은 했지만, 아마도 이 날 가장 긴장한 사람은 사이키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그녀의 새로운 도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언제 다시 이런 구성으로 그녀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겠어?

 

보통 스무 곡 이상을 보여주는 그들의 공연에 비해 적은 곡이 연주되었지만, 완전히 다른 형태로 연주된 이 공연은 일본까지 가서 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하겠다. 공연이 끝난 후에 멤버들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소감 역시, 다들 색다른 연주와 분위기를 즐거워 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즐거웠어요~!

 

기분 좋게 공연을 보고 나와서 길 건너에서 공연장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봤다.

공연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내 모습. ㅎㅎ

 

일본에 꽤나 많이 (스무번 이상?) 와봤지만, 이번만큼 추운 3월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밴드메이드 공연 관람은 이번에도 대만족! 늘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는 그들이라 네 번의 공연이 느낌이 다른 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다른 느낌의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드문 경험인지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내가 이들의 팬임에 뿌듯했고, 이들의 새로운 도전을 직접 목격하고 나중에 증언할 수 있는 공연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기분 좋은 공연이었다. 이들은 당돌한 목표인 세계 정복을 향해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 팬들은 그 과정을 함께 하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수많은 서구의 팬들이 밴드메이드를 좋아하는 와중에, 나는 이들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서 외로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있고, 많은 팬들이 생기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들은 며칠 전에 신곡을 발표했다. 여름에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가 포함된 신보를 예고했는데, 그 시작으로 무려 '인큐버스(Incubus)'의 창단 멤버인 마이크 아인징어(Mike Einzinger)가 작곡에 참여한 신곡 'Bestie'가 며칠 전에 공개되었다. 곡 자체로는 그들만의 번뜩임은 살짝 부족한 느낌이긴 하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멤버 간의 큰 갈등없이 서로 사랑하며 발전해온 멤버들간의 우정을 노래한 가사와 중간중간 느껴지는 그들만의 멋진 연주는 "역시 밴드메이드!"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곡이다.

 

오랜 락매니아로서 이들을 알게 되면서 다시 10대/20대의 나이에 느낀 락/메탈 음악의 에너지를 다시 내 삶에서 느끼는 것이 너무나 좋은 요즈음이다. 정식 대형 투어는 아니지만 이들이 현재까지 발표한 일본 내에서의 공연 일정도 다 보고 싶긴 하지만, 여름에 신보 발표하고 정식 투어를 공개하면 이 때엔 다시 일본에 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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