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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천재 음악가의 Groovin' Night: 양방언 + 가와구치 센리 @ 노들섬 라이브하우스 2024.05.28.

미친도사 2024. 6. 10. 18:47

매년 이 즈음에 서울 드럼 페스티벌이란 행사가 있다. 세계적인 드러머들이 오기도 해서 그 라인업을 좀 들여다보는 편인데, 올해 라인업에 무려 일본의 '가와구치 센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와구치 센리(川口千里)'는 일본의 젊은 여성 드러머로 2007년생이다. 그녀는 10살도 되기 전부터 재즈 악단과의 라이브 협연 등을 했고, 유튜브에 교복 입고 K-ON 음악의 드럼을 커버하는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인물이다. 그 외에도 12살에 프로 밴드의 투어에 세션 드러머로 참여했고, 고등학생 시절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규 앨범 4장과 라이브 영상 매체 2개를 출시했다. 또한, 카시오페아 3기의 건반주자인 오타카 키요미와 '키요센(Kiyo*Sen)'이란 퓨전 재즈 듀오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교(와세대 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하고는 일본의 젊은 여성 재즈 뮤지션들과 '더 재즈 어벤저스(The Jazz Avengers)'라는 팀을 만들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한 5년쯤 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처음 본 영상은 18살의 가녀린 여학생의 드럼 연주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파워와 정교함, 그리고 그루브에 넋이 나가서 그녀의 영상을 한참 찾아보게 되었고 이내 팬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sAMVV9LugY

 

이번 서울 드럼 페스티벌에 가와구치 센리가 온다는 소식을 안 것은 행사가 있기 한 보름쯤 전이었던 것 같다. 드럼 페스티벌의 초대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야마하 악기의 대표 아티스트여서 단독 연주 순서와 사인회까지 있다는데, 그 날 다른 모임이 있어 못 가게 되어 너무 속상했다. 그러던 차에 드럼 페스티벌 이틀 후인 5월 28일에 양방언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봤다. 그런데, 포스터에 양방언과 가와구치 센리가 함께 있고 Groovin’ Night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하~ ‘이걸 봐야겠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아시아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천후 음악가 양방언의 세션 드러머도 그녀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인데, 그녀가 가끔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보면 대부분 양방언의 공연이었다.

[양방언 + 가와구치 센리]의 공연이 갑자기 잡혀서 소문이 덜 났는지, 좀 늦게 예매를 하는데도 앞쪽으로 자리가 있었다. 혼자 볼까 하다가 양방언 공연한다고 하니 아내도 보고 싶다 해서 오래간만에 둘이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4열 정중앙 자리를 확보

 



그러다가 서울 드럼 페스티벌이 있던 주말에 그녀의 공연 영상 일부가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Onyx도 연주했다. 그런데, 헛! 세션으로 건반을 연주하는 이가 무려 양방언이네? 기타와 베이스가 함께하는 4인조 구성이다.

 

양방언의 공연은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라는 곳이다. 서울 드럼 페스티벌에 노들섬 야외 무대에서 있었는데, 바로 거기에 있는 실내 공연장을 잡았나 보다.

 

센리가 인스타그램에 양방언 공연 준비하는 글을 올리면서, 브라스도 있을 예정이고 자기 곡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 만빵~!

 

센리가 공연 전에 올린 인스타 스토리

공연 날, 조금 일찍 퇴근하고 노들섬에 도착해서는 간단히 요기한다고 김밥 집에 갔다가 주문이 밀려 늦게 나오는 바람에 공연 5분 전에 간신히 입장했다. 공연장은 아담한 크기였고, 생각보다 관객도 많지 않은데, 뭔가 내 앞쪽 사람들은 양방언 팬클럽 회원들인 듯 다들 서로 아는 사람들 같다.
무대는 정중앙에 그랜드 피아노가 위치하고, 오른쪽 전면에 드럼이 세팅되어 있다.

 

공연은 정시(7시 반)에 시작했다. 양방언이 혼자 무대에 올라와서 혼자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머지 멤버들이 올라와서 본격적으로 연주가 시작되는데, 헉! 시작부터 드럼 소리가 장난 아니다. 영상으로만 보던 그 가와구치 센리의 드럼 연주를 직접 보다니 감개 무량! 무대 뒤쪽으로 왼쪽에 기타, 중앙에 브라스 3인방, 오른쪽에 베이스가 위치하고 있는데 중앙에 그랜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가 위치하다 보니 내 자리에선 기타, 브라스 3인방은 머리만 보인다. 아, 조금 뒤나 2층에서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공연은 두어곡 연주가 끝나면 양방언이 커멘트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인사 때 오래간만에 이런 소규모 공연이어서 무척 반갑다 했고, 서울 드럼 페스티벌로 한국에 온 가와구치 센리 일정에 자기 공연 일정을 만들어 넣은 것이라고 했다. 자기 곡 뿐만 아니라 센리의 곡도 연주할 것이고 공연 제목처럼 그루브 넘치는 곡들이 많을 거라 신나면 춤춰도 된다고 했다. 공연 끝나고 검색 좀 했더니, 이번 서울 드럼 페스티벌의 주제곡을 양방언이 맡아서 방문한 김에 공연을 만든 것 같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곡이 매우 익숙하다! 내가 처음 들었던 가와구치 센리의 곡 Onyx! 저 위의 영상은 기타, 베이스, 색소폰, 건반의 조합이었지만, 이번엔 브라스가 3인조라 훨씬 풍성한 사운드였고 센리의 연주 역시 10년 가까이 성장하여 예전 영상보다 한결 더 여유로우면서도 타이트하고 파워풀했다. 너무 좋아서 가슴이 막 뛰고 눈물까지 살짝 난다. 

 

곡 중간에 얘기하던 중에 "여기 공연장 처음인 사람? 양방언 처음? 가와구치 센리 처음?"을 각각 관객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다 처음이었던 우리 부부는 계속 손을 들었는데, 관객들 중에 '양방언 처음'은 정말 별로 없어서 질문이 끝나더니 우리 부부를 바라 보면서 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이힛. 그리고, 야마하 코리아에서 많이 도와줬는지 공연용 그랜드 피아노 CFX와 최고 수준의 드럼 셋을 준비해 줬다고 강조했다. 피아노는 잘 모르겠지만, 드럼 사운드는 정말 최강이다. 센리의 도마뱀 로고 박힌 베이스 드럼까지 있었으면 최고였을 텐데. ㅎㅎ

 

뛰어난 멤버들과 함께 하는 공연은 재미있다는 얘기를 계속 했고, 9월 달에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하는 행사의 음악을 맡아서 그 때 공연을 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공연 중에 언급했지만 기억할 수 없었는데, 양방언의 소셜 미디어 페이지에 올라와서 참고했다.

  • 양방언 (피아노, 건반)
  • 가와구치 센리(드럼)
  • 조광현(기타)
  • 장태웅(베이스)
  • 서대광(트럼펫)
  • 김수환(색소폰)
  • 서울(트롬본)

특히나, 또다른 주인공인 가와구치 센리를 여러번 언급했는데, 그럴 때마다 매우 유쾌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중간에 드럼 솔로가 있었는데, 하~ 정말 끝내준다. 재즈를 메인으로 하는 드러머이긴 하지만, 그 아래에 락적인 필도 굉장히 강한 드러머라 여느 락/메탈 드럼 솔로 못지 않게 파워있고 스피디하면서 재미있는 드럼 솔로를 보여줬다. 센리의 솔로를 듣다보면 드럼 연주에 있어서 '다이나믹하다'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특유의 좌우 심벌을 무지막지하게 쳐대는 부분은 생략된 게 살짝 아쉬운 정도? ㅎㅎ

 

양방언의 곡들 외에도, 센리의 솔로 곡, 키요센의 곡, 더 재즈 어벤저스의 곡 등 센리의 곡들과 베이시시트 장태웅의 솔로 음반 곡도 연주되어서 상당히 다채로운 셋리스트로 공연이 구성되었다.

베이스 장태웅과 센리는 서로 연주하면서 눈빛과 표정으로 맞춰나가는 모습에서 음악 고수들이 즐기는 연주를 감상하는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앙코르는 두 곡을 했는데, 마지막 곡이 양방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Frontier였다. 이 곡이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고, 아내 역시 좋아하는 곡이라고 신나 했다. 앨범에 수록될 때부터 국악기와의 크로스 오버로 연주된 곡인데, 이번엔 양악기 편성으로 편곡되어 색다르고 또다른 매력이 넘치는 곡이 되었다.

 

 

앙코르까지 마치며서 멤버들이 모두 무대 앞에 나와서 인사를 했다.

 

하~ 센리 너무 작아~ 그런데도 정말 어지간한 메탈 드러머 못지 않은 파워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센리의 팬이었지만, 더욱 팬심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는 무대였다.

 

양방언은 기분이 매우 좋은지 끝까지 남아 인사를 했는데, 그러더니 갑자기 "피아노 한 곡 더 해볼까요?"하면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캬~ 진짜 팬서비스 제대로다. 이렇게 해서 약 두 시간 가량의 양방언 + 가와구치 센리의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것이 양방언을 기다리는 것 같다.

나도 혹시 몰라서 양방언과 가와구치 센리 CD를 하나씩 챙겨왔지.

 

좀 기다렸더니, 양방언이 나와서 팬들과 인사한다. 나도 인사하고 사인 받았다~

 

가와구치 센리 사인도 받고 싶었으나, 가와구치 센리는 야마하 코리아랑 같이 움직인다고 했다. 쩝. 아마 밖으론 안 나오고 바로 이동한 것 같다.

 

아쉬움에 공연장 뒷쪽에 장비 철수하는 쪽에 가봤더니, 연주자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길래 "공연 잘 봤습니다~" 인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음악가 양방언의 공연을 한참을 기다려왔던 가와구치 센리와 멋진 연주자들의 연주와 함께 볼 수 있어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연 이후 1주일 이상을 계속 양방언, 가와구치 센리 음악 들으면서 보내고 있다.

다음에 또 봐야지!!!

 

아, 양방언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사진들이 좀 근사하던데, 그 링크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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