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후기에서 여러 번 언급하긴 했는데, 일본의 여성 5인조 밴드인 BAND-MAID를 엄청 좋아한다. 2018년? 2019년 즈음에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Thrill'이란 곡이 소개되었을 때 처음 접했는데, 그 때엔 그냥 그랬다. 그걸 보고 났더니 얼마 안 있다가 유튜브 추천에 다른 곡이 떠서 이후에 정신 못 차리고 듣는 음악의 90% 이상을 밴드메이드 곡이 차지하고 있다.
[정신 못 차리게 한 그 곡. DICE]
옆 나라엔 해외 아티스트 공연이 많으니 언젠가는 일본 가서 공연 볼 날이 오겠지 했는데, 2019년에 처음으로 건너가서 본 밴드도 밴드메이드였다. 작년에 두번 올해 3월에 어쿠스틱 공연 한번까지 해서 네 번 봤다.
2019.12.7. 밴드메이드 (BAND-MAID) @ Drum Logos, 후쿠오카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기념 투어 @ 교토 KBS 홀, 2023.04.22.
[공연후기] BAND-MAID 10주년 투어 @ 삿포로 PENNY LANE 24, 2023.10.13.
골수 팬들을 위한 어쿠스틱 서비스, 밴드메이드 @ 시부야 공회당, 도쿄 (2024.03.20)
사실 일본에서도 그닥 인지도가 높은 밴드가 아닌데, 코로나 기간에 서양 팬들이 급증하면서 페북에도 팬 그룹이 몇 개 생겨나고, 코로나 이후에 미국 전역 투어를 두 번 하면서 팬이 급증하고 역으로 일본에서 인지도도 높아지는 중인 것 같다. 이들 음악이 한국에 계약이 안 되어 있어서 대표작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다 누락되어 있다. 2021년도에 포니캐년을 통해 나온 앨범부터는 한국에서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긴 하다.
5년 가까이 팬질을 하면서도 한국 팬은 정말 찾기 힘든 와중에 올 초에 팬 그룹 중 한 군데를 통해 한국에 밴드에이드(BAND+AID, 반창고(?))란 밴드메이드 커버밴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 팔로우를 하고 있다.
5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프로 + 아마추어 조합의 사이드 밴드인 것 같다. 팬 그룹 중 한 군데에서 이들 중 여성 멤버 둘과 인터뷰도 하고, 5월엔 시간이 되는 멤버 둘(여성 보컬, 남성 기타 1)을 일본으로 초대해서 "BAND-MAID * The Warning"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건이 있을 때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에 팬이 있음을 알렸고, '다음에 공연장에서 보자'라는 커멘트를 날려놨다. ㅎㅎ
그러다가 7월에 JPOP을 커버하는 밴드들 4개 팀의 연합 공연에 참여한다 소식이 나왔다. 공연 소식이 나올 때 참가하는 밴드별로 셋리스트가 미리 공개되었는데 원곡이 꽤나 유명한 밴드가 많다고들 하는데 나는 밴드메이드 노래 밖에 아는 게 없다. 그 공연이 7월 21일 일요일에 있었다.
합정역 2번 출구 근처에 있는 '라디오 가가'라는 공연장이었는데, 어제 처음 가봤다. 3번 출구로 나가서 가는 공연장들은 여러번 가봤는데... 입장하고 들어가니, 뭐랄까 제 기준으로 어린('젊은'이 아닌) 친구들이 엄청 많았다. 대부분이 어렸다. 나이가 있는 사람은 연주자들 엄마인 듯.
밴드에이드는 첫번째 순서였는데, 메이드 복장을 입고 연주하는 밴드메이드 커버밴드답게 나름 복장도 신경 쓰고 화장도 독특하게 준비했다. 특히나 리드 기타리스트는 여장까지 하면서 시선을 많이 끌었다. ㅎㅎ 둘러보니, 이 팀만을 보러 온 사람은 나 혼자인 것 같아 무대 제일 앞의 왼쪽 코너에 자리 잡았다. 오프닝 곡으로 애니메 음악인 듯한 Ave Mujica라는 밴드의 노래로 시작해서, 다섯곡의 밴드메이드 곡을 연주했다. 곡이 어렵기도 해서 삑사리가 좀 나긴 했는데,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잘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밴드메이드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게 즐거웠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밴드메이드에서 백업 보컬을 맡고 있는 MIKU 부분과 약간의 이펙트(건반 등) 사전 녹음을 통해 재연했다는 것이다. 꽤나 준비를 많이하는 밴드였다.
그리고, 5월에 멤버 둘이 일본에 공연을 보러 갔을 때 팬들이 건네준 여러 기념품 중에 팔찌를 나눠 차고 공연하고 있다고 공연 중에 언급까지 했다.
이들 무대가 끝나고는 뒤쪽으로 물러서서 공연을 계속 봤다. 이후에 올라오는 팀들도 나름 재미있었다. 어린 친구들이 재밌게 하는 모습이 고등학교, 대학교 때 학교 밴드 보는 느낌이 나곤 했다.
세번째 팀이던가는 18살부터 23(24?)살까지 멤버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라 했더니, 제 주변에 있던 밴드에이드 멤버들은 헐, 우리보다 열살이나 어려... 그런다. 난 내 딸들이랑 비슷하거나 어린데... ㅎㅎ
마지막 팀은 Mrs. Green Apple이란 팀 커버 밴드라는데, 예사롭지 않았다. 괜히 헤드라이너가 아니네! 싶은 정도였다. 관객들 반응도 대단했고.
밴드에이드 멤버들과 다 인사를 했는데, 미리 알려놔서인지 다들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거기에 페북쪽 팬그룹 대장인 Peter Lim씨가 안부 전해달라고 해서, 인사 전했더니 그 양반한테 많이 고마워 한다. 밴드메이드 공연도 여러번 봤던 팬이 왔는데 실수 많이 해서 민망하다는 둥, 이런저런 얘기 조금 하고 멤버들과 다같이 사진도 찍었다. ㅋㅋ
원래 공연 보면서 영상은 짧게만 찍는데, 이 밴드는 유튜브에 팬 영상도 없고 너무나 안 알려져서 어제는 작정하고 소형 짐벌에 전화기 고정시키고 전체 영상도 찍어봤다. 구석에 있는데, 렌즈 방향을 잘못 거치해서 첫 곡에서 바로 잡느라 첫 곡이 조금 잘려나갔다.
사실 이 밴드의 리듬 기타로 있는 멤버가 요새 조금 알려지고 있는 비주얼 락 밴드 '데이로터스'란 밴드의 베이시스트이다. 다음엔 이 밴드 공연도 한번 보러 가려 한다.
선예매해서 1만원으로 본 공연치고는 무척 재밌었던 공연이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을 경험이었다. 다음 공연은 현재로는 전주 락페 2일차인데, 혹시 그 전에 세풀투라 서울 공연도 궁금해서 보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이라 시간 내기가 조금 애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