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를 늘 블로그에 길게 쓰다 보니 감흥을 놓치는 것 같아서 공연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써봅니다.
우리나라 메탈 씬은 밴드도, 팬들도 층이 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들은 정말 훌륭한 팀이 많아서 더 아쉽지요.
팬들과의 교류를 위해 몇몇 밴드들이 직접 주축이 되어 하는 기획 공연들이 꽤 있습니다.
그 와중에 좀 특이하게도 메탈 팬 한 분이 주축이 되어 수년간 끌어오고 있는 기획 공연이 하나 있습니다.
'와일드 매치'라는 기획 공연이 그 것인데요, 두 팀의 메인 밴드가 주인공이 되어 공연을 하는 것을 그 주요 컨셉으로 합니다.
보통 밴드들이 하는 기획 공연은 많은 밴드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4-5팀 이상이 하루 저녁에 하다 보니, 한 팀에 30-40분 정도 할애 받아 좀 재밌어지려면 끝나는 그런 공연이 많습니다.
그런데, 와일드 매치는 메인 팀인 두 팀 (혹은 세 팀)이 각각 1시간이라는 시간을 할애 받아 단독 공연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기획 공연입니다. 비슷한 느낌의 신예를 오프닝 밴드로 둬서, 30분 정도 할애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옛날에는 특정 공연이면 그 공연 전용 티켓이 있곤 했잖아요. 그런데, 요샌 다들 인터파크, 예스24 로고만 떡 박히고 내용만 다른 그런 티켓이라 티켓 자체를 컬렉션하는 재미가 덜하죠. 그런데, 이 기획 공연은 전용 티켓을 만듭니다. 그리고, 공연장에 각 밴드를 위한 대형 배너도 제작해서 걸고요. 이래저래 이 기획 공연은 팬 입장에서 많이 생각한 공연이구나 싶게 만드는 그런 공연입니다. 물론 밴드에게도 자기네 모습이 멋지게 들어간 배너가 걸린 공연장에서 뿌듯함을 느낄 것 같고요.
저는 이 기획 공연을 2016년, 2017년에 두 번 봤었네요.
2016.03.19. 와일드매치 6 - 해머링, R4-19, 제로지 @ 홍대 A.O.R
2017.09.16 와일드매치 10회 - 메써드 vs 네미시스 @ 케이아트홀
오늘 이 와일드 매치의 13회차 공연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밴드는 이제 한국 쓰래쉬 메탈의 큰 형님들 격이 된 '마하트마'와 '메써드'였습니다. 오프닝 밴드로는 작년에 미니 앨범 내고 씬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3인조 신예 쓰래쉬 밴드 '두억시니'였습니다.
마하트마는 한 30년 전에 좀 화제가 되었다가 한참 뜸했던 밴드였는데, 작년에 새 앨범을 내고 올해 한국 대중 음악상에서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 음반 부문에서 수상해서 부활을 알린 밴드입니다.
메써드는 2006년에 1집을 내고 지금까지 쉼없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밴드입니다. 개인적으론 2010년에 처음 알게 되어서 EBS 스페이스 공감에 처음 가서 본 밴드이기도 하고, 이후 앨범 낼 때마다 공연을 봐왔던 밴드 중 하나입니다.
2010.06.29. EBS 스페이스 공감 - G3: Thrash the Wall
2012.08.02. EBS 스페이스 공감 - 다크 앰비션 & 메써드 (한여름밤의 공감)
2015.11.16. 메써드 - 추상적인 세상에서 찾아낸 해답 @ EBS 스페이스 공감
2015.3.8. Arch Enemy - War Eternal Tour @ Yes24 MUV Hall, Seoul, Korea #공연후기
2017.09.16 와일드매치 10회 - 메써드 vs 네미시스 @ 케이아트홀
위의 링크들은 블로그에 글 남겼던 공연들인데, 다른 밴드 공연에서 멤버들을 보기도 했고 페친으로 있으면서 댓글도 좀 달고 하면서 리더 김재하씨하고는 다른 공연장에서 만나면 눈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이긴 합니다.
오늘 공연은 합정역 앞 드림홀에서 있었습니다. 예매를 한 보름 쯤 전에 했나? 해놓고 나니 뒤늦게 같은 날 게이트 플라워즈 신보 발매 기념 공연이 있다 해서 살짝 갈등했으나, 게플은 작년에 봤으니 코로나 이후로 한번도 안 본 메써드 쪽을 보기로 했습니다.
[공연후기] 톱밴드의 '게이트 플라워즈'가 돌아왔다! 2023.07.02 @ 벨로주 홍대
2024.06.01 - [문화 文化 Culture/음악 감상] - 톱밴드의 '게이트플라워즈' 신보 나왔다!!!
공연장에 한 20분 쯤 전에 도착해서 티켓을 예매 확인을 하려는데, 예매 확인하는 데에 기획자 분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이런 공연 종종 쫓아다니고 해서 서로 인사하는 정도의 안면은 있는지라 저를 알아보시고 바로 티켓을 내주시네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할 만한 밴드가 올해 여름 락페에 올 거라고 귀뜸을 해주셨습니다. ㅋ
공연장에 들어가니, 하... 공연 시간 15분 가량 남았는데 한 30명 있을까? 보통 이 기획 공연이 관객 몰이가 괜찮은 공연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적게 시작하네요. 물론 메인 밴드 나오면 좀 나아지겠지만, 시작은 좀 아슬아슬합니다. 무대 바로 앞에 하늘하늘 원피스 입은 젊은 여성 관객들 포함 여성 관객들이 쭉~ 서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밴드 별로 배너가 준비되었습니다.
공연 시간 6시를 살짝 넘은 시간에 오프닝 밴드 '두억시니'가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좀 들어봤지만, 역시 실력있는 아티스트는 라이브를 봐야 합니다. 3인조이고 완전 젊은(어린)데 무게감과 질주감이 예사롭지 않네요.
아직 경험이 적어서 멘트는 좀 어설프지만, 정통 쓰래쉬 메탈을 나름 젊은 감각으로 잘 하는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마하트마!
연륜이 느껴지는 엄청난 연주입니다만, 개성이 살짝 부족하지 않나 싶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우리네 밴드 크래쉬 + Slayer입니다. ㅋ
그런데, 관객들이 반응이 엄청 좋네요. 시작부터 서클핏 도는 관객들도 꽤 있고 재밌습니다. ㅋ
관객 중에 멤버 가족들이 왔는지, 미취학 아동(어린이집이나 다닐 법한 정도 어린 아기들)이 있었습니다. 아휴~ 귀여워라. 아빠 공연한다고 가족들이 출동했나 봅니다.
앵콜 곡은 제가 비슷하다고 느꼈던 바로 그 Slayer의 Hell Awaits를 하네요.
영상 좀 찍다가 헤드뱅잉을 해야겠어서 영상은 끊었습니다.
마지막은 '메써드'입니다.
관객들이 좀 새롭게 들어온 것 같기도 한데, 제 뒤에 되게 예쁘장한 아가씨가 서 있는데, 보니까 '락킷걸'이란 밴드에서 노래하는 아가씨인 것 같더군요. 흠. 귀엽네요.
메써드, 이 밴드는 15년 가까이 팔로우업하고 있고, 공연도 국내 밴드 중에 가장 많이 본 팀 중 하나입니다. 가능하면 1년에 1회는 보려고 하는 팀이고, 계속 보다보니 리더인 기타리스트 김재하씨와는 마주치면 목례 정도 나누는 정도 안면은 있습니다. 얼마 전 아치에너미 공연에서도 지나치면서 눈인사만 나눴네요. ㅋ
그런데, 공연 당일인 오늘 오전에 데뷰 이래 함께 했던 베이시스트 김효원씨가 밴드를 떠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하,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날인가 보다 하고 마지막 모습을 눈에 열심히 담아야지 했는데, 아! 효원씨가 없네요. 아쉽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활동해온 팀이라 관객들 반응이 좋았고, 특히나 앞줄에 쭉 서있는 여성 관객들 반응이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밴드가 전체적으로 멤버들이 좀 잘 생겼는데, 특히나 보컬/기타 우종선와 드러머 김완규는 심히 잘 생겼습니다. 아니, "이런 미소년들이 이런 초과격 메탈을 한다고?" 싶을 정도죠.
종선씨가 관객들 보고 "잘 안 노는 것 같다" 하니 어느 관객이 "나이가 들었어요"라고 했어요. ㅋㅋ 완전 어린 친구 같던데.
오늘의 베이시스트는 정식 멤버는 아니고, 세션으로 급하게 SOS 요청해서 온 이라는데 상당히 잘 메꿨습니다. 효원씨가 핑거링 베이스를 고집했는데, 오늘 세션 멤버는 피킹 연주자였습니다. 보컬 종선씨는 10년이 넘게 프론트 맨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말하는 게 뭔가 좀 두서가 없습니다. ㅋㅋ
멤버가 갑작스럽게 빠져서 아쉬움은 있지만, 오래간만에 보니 메써드 음악은 여전히 좋네요.
마지막 곡은 이들의 1집 수록곡이자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Coldest Fear인데, 아, 역시나 과격 헤드뱅잉 유발곡입니다.
앵콜은 세션 베이시스트 때문에 준비가 덜 되어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는데, 다들 좋아하고 예전에 카피했던 곡들을 되새기다 보니 나온 곡이라면서 Metallica의 Four Horsemen을 했습니다. 이 밴드가 Testament 느낌이 좀 있는 팀이라 Testament곡을 할 줄 알았는데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비록 오리지널 밴드의 연주가 아니어도 유명한 곡을 라이브로 듣는 재미가 있죠!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랑 밴드 멤버들이 다 같이 무대에 올라가서 단체 사진도 찍었습니다. 얼마나 관객이 적었으면 ㅠㅠ
이런 음악 좋아하는 제 친구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는데, 우리네 밴드들이 미국이었으면 좋은 집에 떵떵거리며 살았을 거라고... 정말 이런 엄청난 밴드들이 100여명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집에 와서 맥주 한 잔하면서 오늘 글 써봅니다.
3월달에 일본에 밴드메이드 공연 보러 간 김에 기린 맥주 요코하마 공장 투어를 했는데, 그 때 너무 재밌고 맛있어서 기린맥주에 대한 호감이 확 올라간 요즈음입니다. 물론, 얼마 전에 네덜란드/벨기에 갔다 와서 맥주 눈높이가 엄청 올라가긴 했지만, 기린 이찌방시보리는 여전히 좋네요. ㅎㅎ 기린 맥주 공장 투어 얘기도 글 써야 하는데. ㅋ
사실, 며칠 전에 양방언 + 가와구치 센리 공연도 너무나 재밌게 봤고 후기는 아직 쓰고 있습니다. 일단 오늘 공연 후기부터 써놓고 지난 공연 후기도 얼른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중학교 때 해외 락/메탈 밴드로 락음악에 입문했고 그런 음악들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전 세계에 새로운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은 해외의 새로운 밴드 음악보다 우리네 밴드 중에 우리 취향이고 잘 하는 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 등으로 밴드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져서 관심 조금만 가지면 예전에 우리가 좋아했던 그런 락/메탈 음악을 새로운 감각의 새로운 우리네 밴드로 접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락공연을 몇번 보다 보니, 나이 들어서도 자기가 좋아하던 음악을 계속 찾아서 공연 쫓아다니는 그런 문화가 너무나 부럽더라고요. 우리네 어른들은 자기가 좋아하던 걸 너무나 억누르고 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기에는 좋은 음악과 밴드가 이리 많은데 말이죠.
다음 공연은 아마도 일본 베테랑 메탈 밴드 앤썸의 내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중간에 좋아하는 우리네 밴드가 많이 나오는 기획 공연이 하나 있어 고민 중입니다.
오늘 짤막한 공연 후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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