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벨기에를 가보자!
핀란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큰 딸이 졸업하기 전에 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교환학생 제도로 다른 나라 학교에서 반년 정도 보내보고 싶다 했었다. 그러더니,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벨기에의 겐트 대학교에서 올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큰 애 덕에 핀란드도 가봤던지라 이번엔 벨기에를 가볼까 싶었다.
벨기에를 가는 법을 알아보니,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그 옆 나라인 네덜란드가 보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년 전에 출장을 가서 굉장히 고생을 하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그 때 구구절절한 사연을 블로그에 남겨놓기도 했다. ㅎㅎ
2004.09.06.~09.14. 네덜란드 사진 몇 장
당시는 지금처럼 정보가 많던 시절도 아니었던지라, 먹는 것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고 뭔가 구경을 제대로 한 기억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번엔 네덜란드에 대한 좀 좋은 기억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벨기에에 가기 전에 네덜란드에서 이틀을 보내보는 일정으로 준비를 해봤다.
4월 초에 큰 애가 약 열흘 간의 방학이 있어서, 아내가 먼저 가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일대를 내가 짠 일정을 참고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왔다.
5월 첫 주, 나 홀로 금요일 밤 비행기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KLM항공편으로 잡았다. 지난 3월에 처음으로 나홀로 여행을 일본 도쿄로 다녀온 이후로, 또다시 혼자 여행을 목적으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출발이 임박해서 체크인을 하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원하는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어 약간의 추가금을 내고 미리 자리를 잡았다. 자리 배치가 기본적으로 3-4-3인데, 가운데 블럭 저~ 안쪽에 네 자리에서 세 자리로 바뀌는 부분이 있어 옆에 조금 자리가 넓은 곳을 잡았다.
비행 내내 잘 자고, 잘 먹었다. 비행시간은 길긴 했지만, 작년에 핀란드 갈 때만큼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해가 저 멀리 뜰 즈음인 5시 반쯤 비행기에서 내렸다.
갈아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국 심사 때 네덜란드 온 적 있냐고 하길래 "20년 전에 온 적 있다"고 했더니 웃는다. ㅋㅋ
아침 일찍 도착해서 온전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큰 가방에 배낭에 있던 무거운 짐들을 옮겨 넣고, 가방은 공항 지하에 있는 짐 맡아주는 곳에 맡겼다. 스키폴 공항엔 코인 락커가 없고 짐 맡아주는 곳이 따로 있다. 결제는 짐 찾을 때 하라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식사를 했지만,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 위해 공항에 있는 '앨버트 하인' 수퍼마켓에 들렀다.
'앨버트 하인'은 네덜란드 전역에 있는 수퍼마켓 체인으로 빵도 직접 만들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퇴근하는 승무원들도 많이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네덜란드의 대표 간식인 스트룹와플과 우유를 하나 샀다.
저 스트룹와플은 얇은 와플 사이에 시럽을 넣어 만든 건데, 저건 엄청 달았다. ㅋㅋ
네덜란드의 첫 일정, 하를렘 도심 투어
첫 날의 일정은 암스테르담이 아닌 '하를렘(Haarlem)'이란 도시로 정했다.
네덜란드에서 이틀 있으면서 암스테르담만 다니는 것보다는 근교의 다른 도시를 가볼까 하다 지도를 보고 검색해보니 하를렘이 가볼만 해보였다. 구경거리를 검색하다가 에어비앤비에서 체험으로 '하를렘 도보 투어'가 있어서 신청해놨다.
https://www.airbnb.co.kr/experiences/760664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공항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20년 전의 기억을 되새겨 봤는데, 별로 기억 나는 건 없다.
다만 안내 표지판에 힐튼, 쉐라톤이 있는 걸 보니, 그 때 저 중에 한 곳에서 묵었던 건 생각이 나더라.
공항 안에 비행기 엔진과 바퀴가 놓여져 있는 기념품 점이 있다.
심심해서 하를렘에 가서 빈둥거리자 싶어 7시 40분쯤에 공항을 벗어났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예전에 내가 묵었던 곳이 쉐라톤이었던 게 확인되네. ㅎ
네덜란드는 대마초가 합법이어서 그런지, 공항만 나서면 확~ 처음 맡는 냄새가 났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그 냄새는 안 났다.
공항에서 하를렘까지는 버스, 기차 모두 되는데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서 대중 교통은 애플 페이가 된다고 한다. 탈 때 애플페이를 활성화시켜놓고 타고, 내릴 때 또 한번 찍어야 한다.
그러면, 일 단위로 정산이 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있는 동안 신용카드는 단 한번도 안 꺼냈다. 애플페이로 모든 결제가 가능해서 준비해 갔던 트래블 월렛조차도 쓸 일이 없었다.
이 버스는 자리마다 충전 단자가 있어 좋다. 20년 전에 출장 일기(?)로 기억을 되새겨 보면, 쉐라톤에서 묵다가 일정이 길어지면서 어디 좀 먼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간 도시로 호텔을 옮겼었는데, 그게 하를렘 어딘가가 아니었나 싶다.
한 40분 갔나? 하를렘 역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예전 글에서 분명 하를렘 역에서 기차 타고 암스테르담 도심으로 간 이야기도 있는데, 아주 낯설다. ㅋ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동전 구걸을 한다. 쌩까고 얼른 발길을 옮겼다.
모임 시간은 오전 10시 반인데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다. 쩝. 딱히 할 게 없어서 역 근처에 작은 공원을 가봤다.
조용한 동네의 토요일 아침이라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만 조금 있을 뿐 정말 너무 조용해서 살짝 무서울 지경이다. 20년 전에도 옮긴 숙소 주변에서 괜히 나한테 시비 걸던 녀석이 있기도 했었고, 이번에도 내리자마자 나한테 구걸하던 사람도 봐서 좀 무서웠다.
동네는 정말 너무나 한적하고 예쁘다.
'낮은 땅'이란 이름의 나라답게 정말 물길이 도심 전역을 가로지르고 있다.
걷다 보니 그냥 어지간한 데는 다 본 것 같다. 아, 걷다가 또 돈달라고 구걸하는 여자 만났다. 우이씨, 이 동네 무서워.
1시간 정도 남았나? 더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그냥 어디 들어가서 차나 한 잔 마시며 쉬고 싶다.
모임 장소로 갔더니 근처에 장이 섰다. 주말이라 그런가?
장터 구경해보니 나중에 점심 여기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계란 파는 곳이었는데, 계란을 담은 종이 포장을 파는 곳에 다시 갖다 주는 사람이 꽤 많더라는 것이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계란 포장을 만드는 것이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걸 판매하는 곳에 다시 갖다줘서 그걸 실제로 재활용하게 하는 그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가 2022년, 2023년 핀란드 여행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안 남겼는데, 그 때는 더 인상적이었던 것이 많다. 다음에 꼭 글을 남기리...
하여간, 모임 장소 근처에 초콜릿 전문점이 있어서 거기서 핫초코 한 잔 주문하고는 좀 쉬었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ㅎ
핫초코는 초콜릿이 붙어 있는 막대를 뜨거운 우유에 넣어 만들어주는데, 막대 초코를 고르게 되어 있다. 추천해 달라 했더니 두가지를 말해주는데 딸기맛 아닌 걸 골랐다. 핫초코와 함께 생크림과 초콜릿 한 알을 준다. 맛있어~
새벽부터 돌아다니다 보니 본 스케줄이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해질 지경. ㅋㅋ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다시 모임이 있는 광장 쪽을 향했다.
동네가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 같다. 저 앞에 높은 건물이 광장에 있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 성당.
나 혼자 뻘쭘하게 서 있으니, 모녀인 듯한 사람 둘이 또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서 있다. 조금 있다가 한 손엔 태블릿을 든 사람이 오더니 투어 왔냐고 묻는다. 가이드인 제임스다. 제임스는 뉴질랜드 사람이고, 영국에 잠시 살다 네덜란드 하를렘에 왔다가 너무 맘에 들어서 정착했다고 한다.
옆에서 기다리던 모녀인 듯한 사람들은 진짜 모녀였고, 뉴욕 출신이며 딸이 암스테르담에서 직장 다니며 살고 있고, 엄마가 딸 만나러 와서 같이 하를렘에 처음 와본 거랜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직장 다니는 싱가폴 사람 둘(아마도 부부인 듯)이 함께 투어를 하게 되었다.
뉴욕에서 온 모녀는 건출, 예술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엄청 많다고 했고, 진짜 할렘에 와보게 되었다고 재밌어 했다. 나중에 안 거지만, 뉴욕의 '할렘'가 이름이 이 도시에서 따온 거였다. ㅎㅎ
광장에 있는 St. Bavo 성당부터 시작했고, 주제는 '매너리즘'이었다. 매너리즘이 건출, 예술 사조였던 거였어? ㅋ
서양 역사와 미술사 같은 것에 관심도 없고, 고등학교 때 제대로 배우질 않아서 거의 모르다 보니, 완전 생소하다.
말을 듣고 보니, 건물마다 비슷한 패턴이라 해야 하나? 그런게 보이네. 정교한 장식과 도시를 상징하는 문양 등등
한 달 지났다고, 다 까먹었다. ㅋ
하여간, 이 건물은 St.Bavo 성당 옆에 있는 건물인데, 도축업자들의 길드가 사용하던 건물이라 했었다.
중세 유럽의 길드는 옛날에 배웠던 것 같다.
이 건물은 하를렘 시청이다. 이 건물도 매너리즘 어쩌고 하면서 설명했던 것 같다. 1층에 있는 입구에 무슨 사연이 있었는데 기억이...
조금 가다가 좀 쌩뚱맞은 건물 앞에 멈췄다. 여기는 옛날에 시계를 고치는 (만드는?) 집안의 가게 및 집이라 했다.
이 집안은 2차 대전 때 유대인은 숨겨 주고, 몰래 배를 태워 도망치게 하는 걸 도운 집안이라 했다. 하를렘의 상당수의 유대인들이 이 가게를 통해 피신을 했고, 해외로 무사히 도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수시 검문도 많이 당했는데, 숨은 곳을 찾지 못했다 했다. 그러다가, 결국엔 이들 가족이 잡혀갔는데, 그 와중에도 이 집에 숨어 있던 유대인들은 들키지 않았단다. 그리고, 경찰 쪽에 레지스탕스를 돕는 이가 있어 밤에 몰래 와서 숨어 있는 사람들을 피신시켰다고 한다. 이 집안의 가족들은 전쟁 중에 감옥에 있다가 죽었고, 전쟁이 끝나고 한 명만 살아 남아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 같다. 그리고는, 이 집안 사람들이 도주시킨 유대인들을 후에 만나러 다녔다나 뭐래나... 하여간, 이 집은 지금 박물관이 되어 있다. 물론 안에는 안 들어가고, 골목에서 설명 들은 거다. ㅎㅎ
길 가다가 갑자기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입구 앞에서 멈췄는데, 이건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라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실제로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앞모습만은 남겨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래 건물은 비슷하게 생긴 건물 3채다.
제일 왼쪽 가운데 있는 사람이 결혼을 해서 아내를 위해 집을 하나 더 만들어 붙였고, 아이가 태어나자 그 옆에 하나 더 만들어 붙인 거랬다. 제일 왼쪽 건물에 주인공의 얼굴과 하를렘의 시 문장이 장식되어 있고, 가운데 건물엔 그 아내 얼굴과 아내 집안의 문장이 장식된 거고, 제일 오랜쪽은 아들 얼굴과 장식인데, 그 때엔 이 집안이 많이 세력을 잃었다던가, 뭐 그런 스토리였던 것 같다. 원래는 내부가 다 이어져 있었을 텐데, 지금은 각각 다른 집이란다.
그리고, 하를렘은 싱글맘 혹은 독거 여성에 대한 지원 시설이 많다고 한다.
아래도 그런 곳 중에 하나였다.
여기는 옛날 수도원 뭐 그런 거였던 것 같다.
여기는 지금 공사 중인데, 뭐였더라... ㅋ
길 가다가 작은 다리 하나 건너면서, 제임스가 자기는 이 뷰가 네덜란드에서 가장 예쁜 물길 뷰인 것 같다고 해서 다들 잠시 멈춰서 사진 찍었던 곳.
다니다 보면 옛날 우리나라 차도 꽤나 보였다. 마티즈~
사진은 못 찍었는데, 우리가 거리 투어를 한 5월 4일이 유대인 오픈하우스 행사인 "Open Joodse Huizen – Huizen van Verzet"(오픈 유대인 집 – 저항의 집)이라는 행사가 있는 날이라 했다. 이 행사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매년 5월 4일과 5일에 걸쳐 열리며, 유대인 역사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저항 운동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날이랜다.
그래서, 예전에 유대인 클럽 하우스로 썼던 공간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유대인이 많이 살기도 했고, 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리고 전쟁에서 숨진 유대인들에 대한 추모에 대한 뭔가가 여기저기 많은 것 같다.
그냥 낡은 좀 넓은 집인데, 2층에선 이 날을 기리는 무슨 행사를 하는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블럭으로 된 길을 가다 보면 집 앞에 금색에 뭔가 작은 글씨가 쓰여진 정사각형 블럭이 있는 집들이 있었다. 이건 그 집에 살다가 2차 대전 때 희생된 유대인이 살던 집이고, 그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거라 했다. 어느 집 앞엔 여러 개가 있는 걸로 봐서는 그 집에 살던 이들이 모두 희생된 그런 경우인가 보다. 어떤 집엔 추모의 의미로 하얀 조약돌을 놓은 집도 있었다. 이걸 보고 나서 다른 도시에서도 이런 게 종종 보이기도 했다
또 걷다가, 하를렘에 좀 유명한 풍차 근처를 지나게 되어 다들 사진 찍고 있으니, 제임스가 자기는 이 뷰가 제일 사진이 예쁜 것 같다 해서 다들 따라서 사진 찍었다. ㅋㅋ
다음 사진은 원래 감옥이었던 건물인데, 그 건물을 개조해서 쓰고 있는 공공 시설이었다.
원형의 건물이고 그 중앙엔 감시 타워가 있고 바깥쪽으로 개별 감옥이 있어 감시가 용이하게 된 시스템이라 했다.
지금은 각 호실에 아티스트의 작품이 하나씩 들어있기도 하고, 전시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홀은 층을 만들어서 공간감이 좋은 미팅 공간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건물의 지하엔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와 있고. 어찌 보면 이런 가이드 없으면 알기 힘든 멋진 곳이었다.
네덜란드 신호등은 꽤나 아날로그적이다. 버튼을 누르면 조금 있다가 신호등이 바뀌는데, 전기적인 소리가 아닌 실제 벨이 작게 땡땡땡하면서 건너는 신호를 알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기도 오래된 미혼녀 및 독거 여성 지원 시설.
그리고, 또 미혼녀나 독거 여성 지원 시설이 있있었는데, 실제로 거주하는 분들이 정원에서 쉬고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그 안쪽으로 좁은 길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안 쪽은 독거 남성을 위한 시설이라 했다.
일반 거리에 있는 주차선 주변에 전기차 충전시설도 꽤 보였다.
조개 로고가 유명한 정유 회사인 쉘(Shell)이 대표적인 네덜란드 회사인데, 전기차 충전 시설도 서비스하나 보다.
옆에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아주 많은데, 가다가 물이 나오는 입구에 오리가 집을 짓고 알을 품고 있는지 가만히 있는 모습도 봤다.
수컷인지 근처에서 물속을 들락거리며 뭔가를 갖다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Hodshon Huis란 곳인데 좀 유명한 데라 했다.
관련 링크 : https://khmw.nl/hodshon-huis/
여기는 Taverne De Waag이라고, 옛날에 어부들이 조업을 마치고 들어오면 꼭 들르던 술집이랬다. 어부들의 길드? 그런 곳인 듯.
그리고, 유명한 건물, 박물관 등도 지나쳤는데 설명만 듣고 패스. 사실 너무 피곤해서 기억도 잘 안 났다. ㅋㅋ
도심에 있는 한 공용 주차장 옥상에 있는 식당에서 도심을 바라보면서 끝났다. 거기서 점심 먹을 사람들은 먹어도 좋다면서... 둘씩 온 사람들은 거기서 점심을 해결하려는지 인사를 마치고 헤어졌고, 나랑 제임스는 투어를 시작한 곳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대화를 좀 했다. 사람이 무척 조용한 사람 같다. ㅎㅎ
제임스와 헤어져서는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시장에 어딘가 앉아서 먹을 만한 곳이 없다.
궁금하고 맛있어 보이는 게 꽤 있었는데, 피곤해서 어디엔가 앉아서 먹고 싶다.
안 되겠다 싶어서, 하를렘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양조장 겸 펍을 찾아갔다. 사실 아침에 혼자 걸어다니다가 여기 지나쳤었다. ㅎㅎ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Loaded Fried'란 음식과 맥주 하나 추천 받아 주문했다.
'Loaded Fried'는 일단 감자튀김이고 거기에 뭐 이런저런 거 얹어 주는 거였다. ㅋㅋ
일단 맛이 괜찮았고, 맥주도 맛이 좋았다. 또 다른 맥주 하나 더 추천 맞아 마시고 점심 해결~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튤립 정원에 가다
다음 행선지는 퀴켄호프다.
'네덜란드'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튤립일 것이다. 퀴켄호프는 튤립을 주제로 한 공원인데, 봄에 한시적으로만 여는 곳이다. 4월 초에 아내와 큰 딸이 퀴켄호프는 아니고 튤립 농장을 다녀왔었는데, 그 때엔 살짝 덜 핀 것 같다 했는데 실제 사진으로는 상당했었다. 영화 같은데 보면 드넓은 들판에 튤립이 가득한 밭이 가끔 나오는데, 그런 튤립 농장을 간 것이었다.
퀴켄호프는 그런 농장이라기보다는 공원을 만들어서 예쁘게 꾸며 놓은 곳인데, 입장료는 튤립 농장보다는 조금 비싸다. 나도 아내가 갔던 튤립 농장을 가볼까 해서 알아봤더니, 공지에 올해는 튤립이 예년보다 2주 가량 일찍 피어서, 4월 말까지만 튤립 농장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에에?
그래도, 퀴켄호프는 예정된 대로 5월 중순까지 연다고 해서 살짝 불안하지만 일단 예매했다.
하를렘에서 퀴켄호프까지는 가는 버스가 한 노선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계속 대기 시간이 길어지네. 주말이라 길이 막히나? 흠... 기다리는 동안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보호자가 버스를 타려 한다. 휠체어가 바로 버스에 오를 수가 없자 승객들이 여럿이 장애인을 부축해서 자리에 앉히고 다른 승객은 휠체어와 보호자를 챙긴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휠체어 타고 다니는 장애인을 종종 보는데, 그러고 다녀도 아주 큰 불편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분명히 비슷한 비율로 장애인이 있을 텐데, 밖에 나다니기 불편한 인프라 등으로 밖으로 나오기 어려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흠.
하여간, 버스를 타고 퀴켄호프가 있는 동네로 이동...
구글 맵에서 볼 때도 그렇더니 그 주변이 모두 튤립 밭인가 보다. 역시나 꽃이 많이 없어 보인다. 흠...
버스에서 내려서 퀴켄호프 입구로 가는데, 아... 무슨 에버랜드 온 줄 알았다.
사람도 많고, 관광 버스, 주차된 차들도 엄청 많다.
하여간, 터벅터벅 걸어서 입장~
들어가자마자 꾸며놓은 곳.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긴 했는데, 사람이 사람이 너무 많다. ㅎㅎ
퀴켄호프 외곽길에 튤립 밭이랑 이어진 곳이 있다.
아마, 퀴켄호프가 관리하는 밭인 것 같은데, 이미 꽃은 하나도 없다 봐도 될 듯. 여기가 꽃으로 가득하면 진짜 장관이겠는데...
그래도 예쁘게 꾸며놓으려고 애썼다. ㅎㅎ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색의 튤립들은 일단 시기가 지났나보다. 전체적으로 '이런 색의 튤립도 있어?' 느낌의 튤립 위주로 재구성한 것 같다.
좀 한 곳에 예쁜 게 모여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ㅋ
바닥에 심어놓지 않고 화분에 심어진 것으로 배치해 놓은 곳도 꽤 많았다. 막판 느낌 물씬.
힘들지만, 공원 전체를 다 돌아보긴 했다. 안에 먹는 데도 있고 해서 정말 복잡한 에버랜드 돌아다니는 그런 느낌이다.
나왔더니, 헉... 이젠 버스 줄이 어마어마하다. 간신히 버스 타고 스키폴 공항으로 가서 짐 찾고, 수퍼마켓에서 간단하게 먹을 거 사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탔다.
숙소는 공항에서 하를렘 가는 길에 있는 '호프도르프(Hoofddorf)'란 도시에 에어비앤비로 잡아 놨다.
암스테르담 시내에 숙소를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공항 근처로 알아보다 보니, 공항 근처 호텔들이 호프도르프에 모여있길래 아예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았다.
종일 날이 흐리더니, 버스에서 내리는 즈음부터 비가 온다. 우이씨.
호스트가 내가 도착하는 시간이랑 비슷하게 귀가할 거라더니, 내가 도착할 즈음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해서 집 앞에서 만났다. 타이밍 좋고~
방은 깔끔하고 좋다.
화장실과 욕실은 호스트랑 다른 게스트 한 팀이랑 같이 쓰게 되어 있는데, 그닥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집 바로 앞에 수퍼마켓이 있어 다음 날 아침거리 사볼까 해서 나가봤는데, 다음 날(5월 5일)이 국경일(Liberation Day)이라고 일찍 닫은 것 같다. 7시 밖에 안 되었는데... 일단 공항 마트에서 사온 게 있으니 간단하게 샐러드와 맥주 한 캔 마시고 첫 날 일정 마무리~
하, 엄청 긴 하루였다.
다음 이야기
https://crazydoc.tistory.com/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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