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락밴드 밴드메이드(BAND-MAID)를 좋아하게 되어 그들의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것이 2019년(후쿠오카)부터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친 이후에 재작년(2023년)에 2회(교토, 삿포로), 작년(2024년) 3회(도쿄 2회, 나고야 1회)를 봤다. 기회가 될 때마다 보려고 하는데, 어차피 일본에 갈 거라면 안 가본 도시를 가보는 쪽으로 일정을 잡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작년 말에 2025년 일본 투어가 발표되었을 때 1라운드 도시 중에 히로시마와 오카야마를 그 후보지로 두고 좀 알아봤다. 그러다가,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던 오카야마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일직선으로 그엇을 때, 3등분을 한다면 오사카 쪽에 가까운 도시가 오카야마, 후쿠오카에 가까운 쪽이 히로시마라 할 만한 위치였다.
오카야마라는 도시는 아주 생소했기에 유튜브를 좀 찾아봤는데, 오카야마 성과 그 옆의 정원 정도 언급되고, 근처의 구라시키라는 도시를 한 여정으로 포함시키는 영상들이 많았다.
2박 3일을 예정하고 챗GPT에게 일정을 짜달라고 했다. 여느 여행 유튜브 영상과 다르지 않은 곳들로 여정이 채워졌다. 검색을 좀 해보니 이 지역이 나름 일본의 곡창 지대고 과일이 유명하다고 한다. 곡창 지대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술 아니겠는가?
기린 맥주 오카야마 공장이 근처에 있다! 작년 3월에 기린 맥주 요코하마 공장 투어는 지금까지 다녀본 맥주 공장 투어 중에 가장 재미있었고, 알찼으며 맛있는 맥주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혹시 이 지역 특산 맥주가 시음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투어 신청!
그리고, 또 검색해 보니 로컬 양조장이 검색이 된다. '돗포칸'이란 양조장이 꽤 평이 좋아 보인다. 규모는 그닥 안 큰 것 같은데, 맥주, 일본주, 소주, 위스키까지 곡창지대의 양조장답게 다양한 주종을 만드는 곳인 것 같다. 좋았어! 여길 가봐야겠다!
오카야마 가는 대한항공은 아침 일찍 출발하여서 오전 9시에 오카야마 공항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큰 도시가 아니다보니 비행기도 크지 않았고, 거의 뜨자마자 내리는 느낌으로 오카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오카야마 공항은 정말 작았다. 어지간한 일본 대도시의 큰 전철역만하다고 하면 과장일까?
공항에 도착하니 그 시간에 도착한 비행기는 우리 뿐이었고, 입국 수속도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다. 일본 입국할 때엔 Visit Japan Web이란 곳을 통해 입국과 세관 서류를 미리 작성하고 가면 매우 편하다. 작성한 후에 생성되는 바코드로 입국 심사 때도 바로 띡~, 세관 심사도 띡~ 한번으로 다 된다.
입국 심사도 가볍게 마치고 나오니, 수하물 찾는 곳도 한 곳밖에 없다. 나는 짐도 간결해서 그냥 들고 탔던 지라 바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사전 조사 때 도심행 버스 탑승장이 출국장 바로 앞에 있다고 봤는데, 실제로도 금방 눈에 띄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비행기편에 맞춰 버스 시간도 짜져 있다고 했는데, 역시나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편에 맞춰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곧바로 타기엔 긴팔 위에 입은 반팔 티셔츠 조합으로 조금 더운 느낌이라, 화장실에 들러 긴팔을 벗고 반팔만 입고 다니기로 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는 교통 카드는 도쿄 주변의 수이카(SUICA), 오사카 일대의 이코카(ICOCA) 등의 일본 철도 계열 카드다. 이 카드들이 아이폰에 결제 수단으로 등록해서 충전해서 사용할 수가 있다.
버스 기사님이 짐을 실어주고는 IC카드 쓸 거냐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타라고 한다. 일찍 나온 편이어서 출발 시간까지는 여유가 좀 있다. 9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9시 50분 출발 버스를 타고 일사천리로 오카야마 도심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매우 맑고, 날씨가 적당히 따뜻한 것이 너무너무너무 좋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큰 종합 운동장이 있었는데, 마침 경기가 있는 날인지 많은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 목적지인 오카야마 역까지는 딱 30분이 걸렸고, 오카야마 역 서쪽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공항은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신칸센까지 다니는 오카야마 역은 상당히 컸다. 오카야마 공항보다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ㅎㅎ
내 숙소는 언제나처럼 토요코인으로 잡았는데, 토요코인은 오카야마 역의 동쪽 출구 쪽에 있다 한다. 역의 서쪽 출입구로 들어가서 역을 관통해서 이동했다. 대충 이런 스타일의 역이 익숙해서인지 그닥 어려움 없이 이동했다.
내가 가는 방향 쪽에 유명한 정원인 고라쿠엔이 여기서부터 안내되고 있네. 나중에라도 찾기 어렵지 않겠어.
역 동쪽 출구 쪽엔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길을 건너면 길 바로 건너 편에 종합 전자 기기 쇼핑몰인 빅카메라가 보이고 그 옆으로 토요코인도 살짝 보인다.
빅카메라 옆으로 상가 거리가 있고, 그 거리를 조금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토요코인이 있다.
오카야마 역 주변에 토요코인이 세 군데가 있는데, 주로 갈 곳이 역 동쪽에 몰려 있어서 역 동쪽 지점을 예약했다. 체크인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짐만 맡기고 나왔다.
이제 뭘 할 거냐면 오카야마 시의 오래된 상점가인 '오모테초 상점가' 구경을 갈 것이다. 일본은 도시마다 활성화된 상점가가 있는데, 이 상점가 구경이 꽤나 재미있는 편이어서, 이 상점가 구경으로 이번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아, 본격적인 일정 시작하기 전에 공연 티켓부터 수령해야지! 근처 로손 편의점에서 티켓을 수령했다. 일본은 편의점에 다용도 자판기가 있다. 각종 티켓 예매 및 수령,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하여간, 내 예매 번호로 티켓 수령증을 출력해서 카운터에 갖다주면 티켓을 출력해서 준다.
![]() |
![]() |
그러면서 들고다니며 마실 우롱차도 작은 걸로 한 병 샀다. 로손 편의점 포인트 카드도 있어서 내밀었더니 계산해주시던 할머니가 스고이~ 그러신다. 😊
아, 티켓을 보니 역시나 또 애매한 자리네. 약 600-700명 규모 공연장이라는데 382번이라. 외국 팬들은 보통 자리를 좀 모아서 중간쯤에 놓는 게 지금까지 일본 티켓 추첨의 느낌이다. 쩝. 나름 팬클럽 선예매인데 좀 앞자리로 주지.
이제 본격적으로 관광 시작~ 목적지인 오모테초 상점가는 지도를 보면 걸어서 한 20분 거리인데, 아직 시간도 이르고 날씨도 좋고 하니 거리 구경 삼아 슬슬 걸어서 가기로 한다. 걷다 보니,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인데 벌써 줄을 서있는 동네 맛집인 듯한 식당도 보인다. 얼른 찾아보니 중국(中国)식 카츠동 집이고 리뷰 수가 상당히 많다. 뭐야, 오카야마에서 중국(中国)식 카츠동은 좀 안 어울리는데? 그러고, 길을 걷다 보니 여기저기 광고에 '중국생명(中国生命)'이라는 보험사 광고도 엄청 많이 보인다. 저녁에 일정 끝나고 숙소 들어가서 챗GPT에 물어봤더니, 이 오카야마 지역을 '주고쿠 지방'으로 분류하고 한자로 '中国地方'이라고 쓴다는 것이다. 도쿄 일대를 칸토(관동) 지방, 오사카 주변을 칸사이(관서) 지방이라 부르 듯이 이 지역을 주고쿠 지방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어쩐지 여기저기 중국이란 말이 많더라니... 지나고 보니 그 카츠동 식당도 그 지역 특색의 카츠동을 하는 식당이었을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이래저래 걸어가다 보니 동네에 작은 운하도 있는 것이 제법 운치가 있다.
오모테초 상점가에 도착했다. 도착한 지점에 영상에서 봤던 공룡 조형물이 딱 있다. 😝
시간이 11시가 살짝 넘어서 이른 점심을 먹어볼까 생각도 든다. 도착 지점 바로 근처에 꽤나 유명한 식당이 있다 해서 가봤다.
'식당 야마토'라는 식당인데 일본식 경양식 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뷰 봤을 때 꽤나 일본스러운 음식점일 것 같은데, 막 오픈해서 첫번째 팀이 들어갔을 시간이라 좀 대기 시간이 길 것 같다. 아직 점심으론 이른 시간이기도 해서, 일단 상점가 구경하기로 하고 거닐어 본다.
시작 지점에 작은 중고 레코드 샵이 있는데, 일본 음악 위주이기도 하고 요즘 밴드 음반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조금 들여다보고 나왔다.
일본의 여느 상점가 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우리 대학 시절엔 한국에도 꽤나 많았던 도토루 커피샵. 반갑다.
이런 작은 도시의 메인 상점가에도 한국 식당이 있다! 저 포스터 챗GPT가 그려줬을 것 같다. 😆
노점도 가끔 있는데, 떡~하니 '김밥' 노점이 있다. 야~ 일본에서의 정말 한국 음식의 위상이 달라짐을 갈 때마다 느낀다.
기타 샵도 있고,
관악기 샵도 있다.
관악기 샵 앞에는 주말이라고 작은 연주회도 있을 예정인가보다. 출연진들인 듯한 이들이 연습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꽃집도 있다.
알록달록 예쁜 것이 꽃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상점가가 작다. 길이도 짧고 먹는 가게도 별로 없다. 여기서 구경하고 이것저것 군것질하면서 점심을 떼우려고 했는데 그럴 만한 먹거리가 없다. 그나마 중간 즈음에 타코야키 집이 있어 먹어볼까 하고 들어갔는데, 기본 타코야키는 다 떨어져서 다시 만들고 있는데, 20분 쯤 걸린다 한다. 헛.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서 아쉽지만 나왔다. 에휴
그래, 역에 붙어 있는 식당가가 꽤 크니 거기로 가보자! 오모테초 상점가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오카야마 역으로 갔다. 도시마다 버스 탈 때 교통 카드 사용법이 다른데, 여기는 탈 때 찍고, 내릴 때 또 찍는다. 역의 식당가를 조금 거닐다가 보이는 텐동(튀김 덮밥) 집이 괜찮아 보인다.
새우 튀김이 3개에 각종 튀김이 있는 특선 메뉴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배부를 것 같아 새우튀김 하나에 다른 튀김 다섯가지가 있는 메뉴로 시켰다.
새우, 오징어, 단호박, 수란, 연근, 생선 등의 튀김이 얹힌 것이었는데, 가격은 1150엔, 대략 11,000원?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새우 튀김은 예상한 맛이긴 한데, 오징어 튀김이 정말 예술이었다. 살이 통통한 것이 부드럽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들 너무 맛있었다. 맥주 한 잔 시켜 같이 먹으면 딱이겠으나, 다음 일정 때문에 맥주는 패스~
다음 일정은 기린 맥주 오카야마 공장 투어~ 이 투어는 기린 맥주 홈페이지에서 예약 방문하면 된다.
오카야마 역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만토미(万富)역 근처에 있다.
완전 작은 시골 역이다. 상주 직원도 없는 것 같다. 나오면 기린 공장 가는 셔틀이 대기할 줄 알았으나, 아예 사람 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한 동네다. 그냥 걸어 가야겠다.
열차 타고 가다 보면 보일 법한 시골 마을 정경이다.
한 10분 걷다 보면 기린 공장 입구가 나온다.
경비실에 '투어'라고 말하면 경비 아저씨가 이런 카드를 주면서 저~기 건물로 가라고 손짓해 준다.
들어가면 있는 안내 데스크에서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발권 자판기에 가서 500원 결제를 하고 나면, 투어를 위해 몇 가지를 확인하고 팔찌를 채워준다. '혹시 운전하고 왔냐?' '술 마실 수 있냐?' 기타 등등.
![]() |
![]() |
아마도 일반적인 투어 대상자가 노란 색인 것 같다.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7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 15명까지 한 회에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확실히 투어 손님이 적네' 생각하면서 시작했다.
투어 내용은 지난 요코하마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설명은 짤막하게
- 원재료인 맥아 씹어보기 및 홉 냄새 맡아보기
- 기린 이치방 시보리 맥주의 핵심인 맥즙 추출 맛보기. 첫번째 짜낸 맥즙과 두번째 짜낸 맥즙 맛보기
- 발효 과정 애니메이션
- 병입 및 포장 시설
여기 공장은 견학 도중에 병입 및 포장 시설 쪽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이 좀 색다른 점이긴 했다. 이 공장도 규모가 상당해서 검색해봤는데, 아무래도 기린 맥주가 시작한 요코하마 공장이 제일 크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난 요코하마 공장 투어 글로 대신. 😉
2024.03 나홀로 여행 (도쿄/요코하마) Ep.3 (닛산 글로벌 HQ & 기린 맥주 요코하마 공장 투어)
2024.03 나홀로 여행 (도쿄/요코하마) Ep.3 (닛산 글로벌 HQ & 기린 맥주 요코하마 공장 투어)
지난 이야기2024.03 나홀로 여행 (도쿄/요코하마) Ep.1 (출발, 도착, 카마타)2024.03 나홀로 여행 (도쿄/요코하마) Ep.2 (도쿄 시부야 주변, 요코하마 산카이엔) 닛산 글로벌 HQ요코하마 역 옆에 있는 스
crazydoc.tistory.com
마지막 과정은 대망의 맥주 시음!
섬세한 일본답게 맥주 따르는 것부터 아주 정성스럽게 따라준다.
국가별 테이블이 있어서, 가이드가 나는 1번 한국어 테이블로 안내해줬다.
테이블에 한글로 된 안내서가 있기는 하다. 투어 전체의 설명은 전부 일본어로 해줬지만, 지난 요코하마 공장으로 내용은 전부 알고 있어서 대충 다 예측할 수 있다. ㅎㅎ
작년 요코하마 공장 투어 이후, 일본 맥주 사먹을 때엔 기린 이치방 맥주만 사먹고 있다. 🍺
이 곳에서는 시음은 최대 세 잔을 제공한다. (작년 요코하마는 넉잔!)
기본 이치방 시보리 맥주를 시원하게 한 잔 먹고 나서, 프리미엄 맥주과 흑맥주를 맛 보았다.
![]() |
![]() |
혹시나 공장마다 다른 특별한 한정판 맥주를 맛볼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요코하마 공장과 같이 기본 - 프리미엄 - 흑맥주 이렇게 세 가지를 맛 보는 것이었다.
시음잔은 적당히 얇고 맥주 거품이 좋은 비율로 생길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라 하고, 기념품 샵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맛있게 맥주를 맛 보고 나니 기념품 점에서 프리미엄이 있으면 한 팩 사고 싶었으나, 시즌 한정인 프리미엄은 1주일 후부터 판매 시작이라 한다. 아오~ 작년에도 시즌이 아니라 해서 못 샀는데, 안타깝다.
요코하마에도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 하나 찍을까 하고 가이드한테 부탁했더니, 유니폼이랑 모자도 입고 찍을 수 있다고 해서 입어봤다.
출입구 앞에 있는 큰 기린 맥주 로고 앞에서 셀카 찍고 있으니, 가이드가 다가오더니 찍어주겠다고 해서 또 한 컷. 😉
작년에도 느낀 것이지만 기린 맥주 공장 투어는 진짜 일본에서 500엔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알찬 2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미 한 번 해본 경험이긴 하지만, 맛난 맥주 기분 좋게 마신 이번 투어도 대만족!
이제 슬슬 호텔로 돌아가서 체크인하고 공연장으로 가야겠다.
만토미 역으로 돌아가는 길이 한적한 것이 기분을 좋게 한다.
시골 동네 역이여서 그런지 전철 배차 시간도 대략 30분에 한 대 수준인 것 같다.
대합실처럼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는 것도 재밌다.
호텔로 돌아와서 체크인했다.
일본에서는 어지간해선 토요코인을 이용한다.
적립 포인트가 많기도 하고, 일본식 가정식 아침 식사도 좋고, 어느 도시나 다 교통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가격도 착하다.
잠깐 쉬었다가, 공연장인 Crazy Mama Kingdom으로 향했다.
걸어도 18분, 버스 타도 18분 정도 거리이긴 한데 공연 전이니까 살짝 체력 안배를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도, 공연장 바로 근처까지 가는 건 아니어서 크게 두 블럭 정도는 걸어야 했다.
걸어가는 길에 또 작은 물길이 있는데, 건너는 다리 중간에 의자와 재털이가 딱! 있는 것이 분위기 끝장이다.
일본은 담배 피우는 사람에겐 꽤 괜찮은 나라일 것이다. 😆
Crazy Mama Kingdom에 도착해서 공연 본 이야기는 따로 공연 후기로 남길 예정이다. (공연 후기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흠)
버스를 타나 걷는 거나 시간이 비슷하기도 해서, 공연 끝나고는 숙소까지 걸어서 왔다.
보통 일본 여행 오면, 저녁 식사는 패스하고 편의점에서 안주거리 좀 사서 방에서 맥주 좀 먹곤 했는데 이번에는 밖에서 먹고 들어가고자 마음 먹었다.
호텔 길 건너편이 먹자 골목 같은 곳인데, 거기에 봐둔 식당이 두 곳이다. 하나는 오코노미야키 식당이고, 다른 하나는 꼬치구이 체인인 '토리키조쿠'다. 8시가 좀 넘은 시간이긴 한데, 허름해 보이는 오코노미야키 식당은 사람들이 문 앞에 줄을 서 있다. 토리키조쿠는 근처 2층에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하고 가봤는데, 헐! 대기자가 엄청 많다. 얼른 먹고 들어가고 싶은데... 싶어서 근처 먹자 골목을 뺑 한바퀴 돌아봤는데, 딱히 끌리는 데가 없다. 아, 낮에 대형 경기장에서 무슨 시합이 있는 것 같다 했는데, 그 뒷풀이하는 듯한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한바퀴 뺑~ 돌고 왔더니 8시 40분쯤 되었으려나? 여전히 토리키조쿠는 사람이 많고, 오코노미야키 식당은 적어도 바깥에 대기자는 없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저녁을 먹어보자!
가게 이름은 영어 표기로 "카몬 S (Kamon S)"로 되어 있다. "컴 온"을 소리만 따서 일본어 표기한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이 한 6-7개 정도 있었나? 헛. 그런데, 자리가 없는 거야? 1명이라 하니, 손님 나가고 정리가 안 된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바로 치워주겠다 해서 잠시 기다렸다. 외국인 일행도 두 테이블 정도 있었다. 직원은 젊은 아가씨 셋이 요리도 하고 써빙을 하고 있어, 조금 낡아 보이는 가게 외관과 대비가 색달랐다.
자리에 앉으니, 라스트 오더가 9시라고 한다. 나야, 저녁 먹고 술 한잔하면 되는 거니 괜찮다고 하고 일단 시원한 생맥주 먼저 주문
메뉴는 믹스드(Mixed) 야키 우동을 주문했다. 사실 오코노미야키인데, 우동을 올린 메뉴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코노미야키가 일본 대표 음식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 지역 음식이다. 도쿄 쪽에서는 오코노미야키 식당이 확실히 적다. 도쿄 쪽은 몬쟈 야키가 더 많다. 하여간, 오코노미야키가 간사이 대표 음식이긴 한데, 그 옆에 있는 히로시마 쪽은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면서 우동이나 소바를 얹은 스타일로 살짝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식당은 히로시마 스타일에 가까운 곳이라 하겠다.
주방에서 요리를 다 해와서, 각 테이블에 있는 철판에서 식지 않게 하며 먹는 스타일이다. 벽에 직접 담근 김치도 반찬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네. ㅎㅎ 이건 무슨 맛이려나. 일본 풍이라니 달짝지근하고 시큼한 맛은 덜할 것 같다. 김치가 있으면 더 좋겠으나, 애매한 맛의 김치는 싫어서 주문 안 했다.
한 15분 정도 지나서야 내 오코노미야키가 나왔다.
히로시마 식답게 재료들이 층층이 쌓여서 엄청 두껍다! 이 위에 취향에 맞게 따로 뿌려 먹도록 마요네즈는 따로 주었고, 가다랑어 포는 테이블에 별도의 용기에 담겨져 있다. 마요네즈 뿌려가면서 가다랑어포도 얹어 먹는다.
여러 재료들이 충분히 들어있으면서 두툼하게 익혀진 오코노미야키 위에 우동면과의 조합이 맛있다! 불판 위에 있어 바닥은 바삭한 편이고, 나머지 재료는 상당히 부드럽게 익어있는 상태다. 조금 짭짤하긴 한데, 일본 음식의 보통 짜기 정도다. 아주 깔끔한 식당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로컬 냄새 물씬 나는 곳에서 먹는 재미가 이런 것이지! 직원들도 자기네들 저녁 식사인 듯한 것을 만들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음식 양도 많아서 맥주 다 마시고 나서, 메뉴 보고 찬 니혼슈 한 잔 무작위로 골라서 한 잔 더 마시면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이렇게 오카야마에서의 첫 날 일정을 나름 알차게 보냈다.
이 날 대략 27000보 정도 걸었다고 애플 워치에 찍혔는데, 많이 걸은 것 치고는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2일차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
'일상 日常 Daily Life > 나들이 / 여행 / 야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5. 나홀로 여행 (일본 오카야마+구라시키 ) 2일차 오후: 돗포칸, 구라시키 미관지구 (1) | 2025.06.09 |
---|---|
2025.05. 나홀로 여행 (일본 오카야마+구라시키 ) 2일차 오전: 오카야마성, 고라쿠엔 (0) | 2025.06.02 |
애틀란타에서 하루 동안 혼자 놀기: 코카콜라, 맥주 + @ (2) | 2024.12.02 |
노잼 도시에서 찾은 재미, 피츠버그 맥주 공장 투어 (0) | 2024.11.23 |
2024.05 나홀로 여행 (네덜란드/벨기에) Ep.6 브뤼셀, 벨기에 (0) | 202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