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아이들 커가는 이야기

인생의 또 한 페이지를 여는 손녀를 보고

미친도사 2004. 11. 18. 20:07

규영이가 유치원에 간 날,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자랑을 많이 했답니다.

애들 할머니의 그 날 감상입니다.

 

제가 25년 전쯤의 제 부모님의 위치군요. ...

우리 아이들이 또 이 정도 후엔 저희 위치겠지요...


어느 날 저녁 규영이의 전화.
"
할머니, 오늘 유치원에 갔는데 나 혼자 선생님이랑 있었어요.
그런데 후레쉬가  터져서 너무 눈이 부셨어요.
내가 잘 하고 있으니까 엄마는 세영이랑 살그머니 나가고,
또 예쁜 낙엽잎을 주워서 세영이를 줬는데 세영이가 짝짝 찢어서 울었어요...."

장황한 설명으로  혼자 선생님과 잘 하고 있었다는 말에 흥분하고 있었더니
유치원에 촬영을 왔었다는 것이다.
지나 가다 얼굴이라도 나올지 모른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더니
그렇게 야무지게 인터뷰까지 한 줄이야...

규영 말대로 눈이 부시게 후래쉬를 터트리며  인생의 새 장을 편 것이다.

규영 애비 처음 유치원 보낼때의 그 벅찼던 심정,
처음 도시락을 싸 보내던 날의 기쁨과 걱정.
공연히 눈물이 앞을 가려 시야가 뿌연채로 손잡고 걷던 기억,
국민학교 입학식 날의 감격,
책가방 무게에 짓눌리듯 깡마른 체구로 스쿨버스를 타던 안쓰런 모습이랑,
조금 더 자라 4학년  Boy scout 여름 야영 대회를 보내고
어떻게 혼자 잘 지낼까 걱정에 밤을 꼴딱 새웠던 기억......

그 아이는 이제 아빠가 되어 젊은 날 우리가 가졌던 기쁨과 고뇌를
그대로 복사해 가질 것이다. 아마도.

유치원을 시작으로 아이 앞에 놓여질 과제들이 조금은 근심스럽다.
너무 세속적으로 키워도 안 되지만, 또 시류를 의식 않고 이상만 추구하면
아이가 현실 적응력이 떨어질 것이고...

장차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잠깐이라도 고달픔을 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의 기쁜 기억들을 더 많이 저장해 둬야겠지
즐거움을 잘 가꾸는 부모를 둔 규영, 세영은 진짜 행복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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