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기타 일상 이야기

윤경이 결혼식 ...

미친도사 2005. 11. 27. 23:52

제 동생 이름은 윤경이입니다.

저랑 1 2주 차이 나는 여동생이죠.

오늘은 제 동생이 결혼을 한 날입니다.

제가 만 26에 결혼한 것에 비하면, 31에 결혼한 윤경이는 참 늦게 한 셈이죠.

신랑은 어머니와 같은 포교원에 다니시는 분의 사촌동생입니다.

저희 국민학교의 선배이고, 저한테는 중학교 선배이기도 한 분입니다.

나이가 꽤 많은 편이지만 윤경이가 누군가를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처음 봤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참 바빴습니다.

온 가족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죠.

저야 커트만 하면 되는 것이였지만, 한복을 입는 아내는 한복머리...

화동(花童)을 하기로 한 규영이와 세영이는 하얀 드레스에 꽃머리띠에 어울리는 머리를 하기 위해...

너무나 깜찍한 머리를 하고서 우리는 결혼식장에 갔습니다.

세영이는 어제 화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신랑의 조카 중 하나가 하기로 했습니다.

 

간만에 참 많은 친척분들을 만났습니다.

제 결혼식에서도 많이 뵈었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식이 시작해서, 신랑입장을 하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신부 입장도 아니고...

신부 입장. 규영이와 신랑의 조카가 나란히 손잡고 입장하는데...

규영이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에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습니다.

누군가 말이라도 걸면 바로 울듯한. 그러나, 얼굴엔 맘을 단단히 먹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끝까지 걸어와서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보고서야 긴장이 풀어지고 웃더군요.

 

신랑에게 손을 건네주기 전에 아버지가 윤경이를 한번 안으셨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의례적인 행동으로 보였겠지만, 저는 그 모습에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나더군요. 아버지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윤경이 이름을 부르곤 하셨습니다. 지금도 규영이 세영이 이름을 부르신다는 걸 종종 윤경이 이름을 부르시죠. 결혼 안 한다고 뭐라고 하셨지만, 윤경이를 너무나 아끼신다는 걸 저희는 압니다.

 

주례사 동안 세영이는 외할머니 근처 갔다가, 친할머니 할아버지 근처에 갔다가 하면서 마냥 즐겁더군요. 규영이는 예쁘게 한 고모 모습 보느라 조용하고요. 뒤에서 보이는 부모님도 가끔씩 눈을 만지시는 것이 저랑 다르지 않았던것 같고요. 신부 부모님께 인사할 땐 윤경이도 좀 울더군요. 짜식...

 

왜 눈물이 날까 생각해보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뭔가 허전한 느낌. 표현이 안 되네요.

진짜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결혼하고 몇년간 미국 볼티모어에 가서 살 겁니다. 신랑(이제 제게 매부가 되는군요)이 생물학 연구원으로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몇년 가게 되거든요. 우리 애들이 고모부가 낯설 법도 한데, 꽤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 되네요. 애들이 어른들보다 우리 가족이라는 느낌을 먼저 받나 봅니다.

 

오늘도 제가 더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몫을 이제 매부에게 넘겨야 하겠죠. 윤경이는 이제 제 동생의 위치보다는 한 사람의 아내, 그리고 나중엔 엄마의 몫을 해야 할 테니까요.

 

윤경이는 잘 할 겁니다. 그리고 행복할 겁니다. 욕심이 많은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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