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日常 Daily Life/기타 일상 이야기

2014.7.16. 단대부고 직업 체험의 날...

미친도사 2014. 7. 19. 14:49

얼마 전에 페이스북의 단대부고 동문 모임 게시판에 모교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 체험 특강이 있다면서,

다양한 직군의 졸업생들이 강의를 해줬으면 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신청한 동문들의 면면을 보니 순수 엔지니어 업무를 하는 분들이 없는 것 같아 저도 신청을 했습니다.

현재 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슈퍼컴퓨터 하드웨어 개발"

일단 업무가 좀 그럴싸 해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하하.


이 강의는 여러 주제를 학생들에게 주고, 강좌를 선택하게 했다는군요.

수강생이 많은 주제는 2시간에 나눠서 하게 되고, 적은 주제는 1시간만 하도록 하고요.


어떤 내용으로 진행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한참 했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가 좀 생소한 분야라 일단은 소개하는 걸 방향을 잡고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강의가 있는 날의 전 날, 학교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1시간만 할당되었다고요.

몇 명이나 제 강의를 들으려나...


강의 당일, 오전에 회사에서 일을 보고 학교로 가기 전에 잠깐 볼 일을 본 후에 학교로 갔습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은 못 먹고 갔어요.

2000년 정도에 고 2때 담임선생님 뵈러 친구랑 학교 찾아가본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 학교가 있는 바로 앞 사거리까지 전철이 들어와서 우리 학교 가기가 참 쉬워졌습니다.

학교 올라가는 길은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데, 너무나 오래간만이네요.


그리고, 예전엔 꽤나 높은 언덕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 높지 않아요. 그 때보다 키가 더 큰 것도 아닐텐데.


1층 도서관이 모이는 장소인데, 입구에서 강사들의 명찰을 나눠줍니다.

예전엔 금녀의 공간이었던 단대부고에도 여자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네요.

그리고, 10여년 전보다 전체적으로많이 젊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쭉 있는 과자들 덥썩 집어서 와작와작...


제가 최근에 페이스북의 동문 모임에 몇 번 나가서 그런지 몇몇 동문 선후배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동문으로만은 강사가 다 채워지지 않았는지, 학부모 등 외부 강사들도 계신 것 같더군요.


저랑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선배는 졸업하고 처음 만난 것 같아요. 그대로더군요. 흐흐.


이번 이벤트를 맡으신 선생님이 간략하게 일정을 소개하시고,

교장선생님의 인사말과 교감 선생님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은 새로운 분이라 잘 모르겠는데, 교감 선생님은 예전에 교련 선생님이셨지요.

25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교감 선생님은 정말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1교시가 시작할 시간. 1시간을 그냥 혼자 있으려니 심심할 것 같아 후배가 하는 강의를 들으러 가봤습니다.

제가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참고도 할 겸해서요.


게임회사에서 개발 관리 업무를 하는 친구인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인 듯 두 시간이 할당되었더군요.

저도 서버를 다루는 입장에서 억지로 연관 분야라 생각해서 가봤습니다.


아, 이 후배는 시작부터 저랑 접근 방법이 많이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업무는 생소하더라도 아무래도 게임이란 분야가 익숙한 산업이기에 그럴 수 있겠더군요.

약간은 썰렁하기도 한 유머에, 저랑은 조금 다른 생각의 내용이 있었지만 흥미로웠습니다.

주어진 시간보다 조금 넘치게 해서 학생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많이 못 가진 것이 아쉽네요. 흠.

저도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할 텐데...


저는 2학년 10반 교실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선 순간, 헉... 애들이 별로 없다. 흑흑.

하지만, 시간이 다 되니 교실이 다 차긴 찼네요. 출석부를 보니 그래도 29명이나 신청을 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과 다함께 단체 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준비한 자료를 기반으로 발표를 했습니다만, 많이 어색하네요.
졸릴 시간이고, 요즘 아이들 수업 태도 나쁘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걱정도 했지만, 몇몇은 졸린 눈을 부릅뜨고라도 제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기도 하더군요.
한 3-4분 남겨두고 간신히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질문도 두개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들으니, 제가 강의의 주제가 광범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더군요.

제가 일하는 분야의 소개를 최소화하고, 관련된 학과나 공부 분야 같은 것, 실제로 우리 업계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 등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했고요. 많이 아쉽습니다.


끝나곤 강사를 했던 동문들끼리 간단히 동문회에 대한 토의를 하고, 우리가 학교 때에도 근처에 있었던 일품향이란 식당에 가서 저녁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처음 보는 동문들과도 인사하고, 요새 몇번 나갔더니 이제 얼굴 익은 선후배들도 꽤 있습니다.

자기 강의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이들이 다들 진지하더라는 말이 대부분 비슷했고, 동문들이 전하는 그들의 강의 내용에 제가 감동받기도 했습니다.

1, 2차는 학교 앞에서 먹고 마시고, 3차는 분당으로 와서 간단하게 한잔 더하고 헤어졌습니다.


나름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아쉬운 강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큰 자극이 되었고 이런 쪽으로도 제가 평소에 좀 생각을 많이 하고 마음에 나름의 정리를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조금더 아이들에게 가깝게 강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뜻깊었던 하루에 대한 짧은 이야기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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