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의 아쉬움을 풀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던 차에 멀지 않은 토후쿠지(동복사)란 절로 이동해 봅니다.
여기에도 작지만 전용 무료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이 주변엔 토후쿠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크고 작은 절들이 모여 있는 곳인 것 같았습니다.
이 곳은 방문기를 찾기 쉬운 곳은 아니었으나,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멀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을 찾으려다 찜해 놓은 곳이었습니다.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헉.
작은 계곡이 하나 흐르고 숲 안에 뭔가 근사한 게 보입니다.
입구 쪽으로 가는 길도 그늘도 있고 사람도 적고...
공사를 하고 있는 입구를 통과하니 뭔가 큼직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오우~ 이 절의 본당에 해당하는 건물인가 본데, 뻥 좀 보태서 무슨 왕궁 만합니다.
본당 아래에서 입구 쪽을 보면 종루도 큼직하고 예쁘게 있습니다.
해가 엄청 뜨거워서 본당의 그늘 아래로 자리를 이동했는데요.
아, 사방으로 트인 공간과 바로 옆의 숲에서 오는 듯한 바람이 이로 말할 수 없이 시원합니다.
천천히 본당 주변을 돌아보니 뒷편으로 불상을 보신 곳이 보입니다.
일본에서 불교 사찰에 가봐도 큼직하게 불상을 모신 곳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에는 마치 우리네 절처럼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부모님 모두 반가움에 합장하시며 잠시 기도하셨습니다.
저도 가볍게 합장하며 기도...
본당의 다른 쪽에서 바라본 모습. 이렇게 멋진 곳이 이렇게 한적하다니.
마당 같은 곳의 저편에 무슨 입구가 따로 있는 듯합니다.
가보니 방장의 정원이라는데, 약간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와봤으니 가봐야죠.
아까 차에서 내려 걸어올 때 본 바로 그 곳이 보일 때까지 다 가보려 합니다.
여기도 신발을 벗고 가야 하는 곳인데, 아~ 여기도 근사한 일본식 정원이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오고 조금 후에 수학여행 온 듯한 일본 남학생 한 반 정도가 우루루 들어옵니다.
이 녀석들 때문에 시끄러워지기 전에 얼른 안 쪽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정원의 뒷편에 뭐랄까 작은 정자라 해야 하나? 그런 공간이 나옵니다.
이 공간은 절벽(?) 위에 만들어진 곳이더군요.
주변이 6월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저 건너 편에 또 뭔가 건물이 보입니다.
야~ 여기 계절마다 와도 좋을 것 같은 풍경입니다.
오래된 나무인지 구멍이 묘하게 송송 뚫린 기둥이 이채롭습니다.
그 안을 돌아서 나오는 길에 또 이렇게 특이하게 꾸며 놓은 정원이 있습니다.
나름 의미가 있다는데, 그건 패스...
들어왔던 곳으로 가는 회랑... 이번에 이런 회랑 많이 걸어 보네요.
시끄럽고 정신 사나울 것 같던 남학생들도 조용하게 쪼르르 앉아 쉽니다.
부지런한 친구들만 돌아다니고, 나머지는 그냥 퍼질러 쉬면서 조용히 잡담이나 합니다.
그래도, 다른 관람객들한테 폐 안 끼치고 조용히 자기네들끼지 빈둥거리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방장의 정원을 나오면 또 하나의 입장료를 받는 길이 나옵니다.
여기도 들어가 보는데, 하~ 아까 주차장에서 걸어올 때 계곡 위로 보이던 회랑인 것 같습니다.
많이 걸어 힘드실텐데도 이 곳이 맘에 드시는지 부모님 모두 기분 좋게 거니십니다.
회랑을 걸어가다 보니 아까 방장의 정원에서 보이던 건물이 보이는 듯합니다.
이 쪽 입구에서 바라보니 아까 방장의 정원 뒷편 정자 같은 곳도 보입니다. 햐~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본당 건물까지... 진짜 멋지네요.
이 안에도 뭔가 오래된 불전이 있습니다. 심히 아기자기하게 만든 정원과 함께요.
이 정원을 바라보는 곳에 사람들이 앉아 조용히 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쪽 저편 언덕 위엔 납골당이 있더군요.
교토 내에 이렇게 멋진데 덜 알려진 곳이 있다니. 이번 여행 중에 정말 가 본 중에 제일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한때 교토 내에서 5대 사원 중 하나였다 하네요.
이쪽 불전을 나와서 주변 정원을 거닐어 봅니다.
뭔가 붉은 것이 신식 건물 같아 보여 수상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오래된 여래상이 있네요.
이 쪽 정원도 큼직하고 조용하고 선선합니다.
아까 우리가 걸어갔던 그 회랑을 계곡 쪽에서 바라본 모습.
크진 않지만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습니다만,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게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토후쿠지라는 사찰의 방문은 뜻 밖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정말 다음에 교토를 방문할 일이 있을 때마다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점심 시간을 훌쩍 넘었는데, 마땅히 먹을 곳이 생각나지 않아 교토역 앞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로 갔습니다.
주차도 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곳.
일본식 라면을 먹고자 찾아왔는데, 라면 가격에 '무슨 라면이 그리 비싸냐'고 버럭하시는 아버지께 우리네 라면 같은 거 아니라고 욱하며 잠시 대들고 들어가서 자리 잡았습니다.
식당 안에 보니 미슐랭 가이드 별점 하나를 받은 적 있는 체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식당 이름을 딴 메뉴를 시키고, 아버지는 살짝 매콤한 맛의 라면을 시켰습니다.
투덜거리시던 아버지께서도 맛을 보시더니, 맛있게 다 드시고는 어머니랑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시더군요.
깨와 땅콩 맛이 느껴지는 맛이었는데, 저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교토 가면 또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제가 교토대학교에 출장 가면 늘 가던 라면집(이번엔 못 가서 아쉬운데...)과 함께 꼭 방문하게 될 곳 같습니다.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미국에 사는 조카들 선물 자그마한 것 구입하고서는 두 분을 호텔에 내려드리고, 렌트카를 반납했습니다.
그리곤, 저는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하며 주변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숙소 근처에 이온 몰이 있었는데요.
여기에 큰 서점도 있고, 푸드코트가 있어 가볍게 골라 먹기 괜찮아 보이네요.
어슬렁거리다가 부모님께 이 쪽으로 오시라 하고 기다리다 보니 해가 슬슬 지는군요.
오른쪽 위로 기차길에 신칸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늘 참 예쁩니다.
늘 회사에 있고, 주말에도 시간을 잘 못 맞추니 이런 하늘 구경한 것도 참 오래간만입니다.
이온몰의 상층부에 있는 푸드 코트...
일본에 와서 꼭 먹으려 했던 오무라이스, 인도 음식점에선 란 세트, 그리고, 군만두...
절대 많다고 할 수 있는 양은 아닌데, 원체 양이 적은 우리 가족은 이것만으로도 배가 꽉 차버렸습니다.
음식 남기지 말라고 그러셔서, 저만 배터지게 먹었네요. 쩝...
밥 먹고, 쇼핑센터 구경하다가 어떤 가게에서 기획 판매하는 코너에서 어머니는 200엔짜리 가방 몇 개 구입하시고 신나셨습니다.
두 분은 거리 좀 더 돌아다니신다 하셔서, 몇 군데 제가 본 곳들 말씀드리곤, 저는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 사서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교토역 앞에서만 파는 한정판 맥주. 신칸센의 특정 모델 뱃지가 있는 에비수 맥주입니다.
그냥 맥주도 맛있어서 사먹게 되는데, 이런 한정판을 꾸준히 기획해서 내는지라 편의점 구경하는 재미가 한결 더 재밌습니다.
이렇게 교토에서의 3일째 날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날엔 교토에서 기차 타고 고베로 넘어가 둘러볼 예정입니다.
이거 여행기가 두달이 넘도록 완성을 못 하네요. 부지런히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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