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7.01.11. Metallica - Worldwired Tour 2017 @ 고척 스카이돔, 서울

미친도사 2017. 1. 14. 22:26

메탈리카(Metallica)의 공연을 19년 만에 다시 봤다.

이번이 메탈리카의 네 번째 내한 공연인데, 첫 내한이었던 1998년 공연만 봤고 그 이후엔 못 봤다.



1998년 당시 첫 내한 공연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

1998.04.25. Metallica in Seoul



메탈리카는 작년 말에 새 앨범 Hardwired ... to self-destruct를 발매하고 투어를 하기 시작했는데, 2017년 투어의 시작을 한국에서 한단다. 우웟!!!! 작년 8월에 부산 락페에서 임펠리테리 공연 함께 봤던 울산 사는 친구한테 연락해서 메탈리카인데 서울 한번 올라와야 하지 않겠냐 했더니 잠시 주저하다가 OK 사인.


현재 메탈리카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제임스 헷필드 James Hetfield – lead vocals, rhythm guitar (1981–present)

  • 라스 울리히 Lars Ulrich – drums, percussion (1981–present)

  • 커크 해밋 Kirk Hammett – lead guitar, backing vocals (1983–present)

  • 로버트 트루히요 Robert Trujillo – bass, backing vocals (2003–present)


1월 11일 수요일, 고척 스카이돔 야구장에서 한다고 한다. 가장 앞 구역에서 볼까 하다가, 아이언메이든 공연에서 제일 앞구역의 제일 뒤에서 애매하게 서있다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바로 뒷구역의 제일 앞자리를 노려 라구역의 앞 번호 두 장을 확보했다.



표를 구입해놓고 며칠 지나니, 오프닝 밴드가 무려 베이비메탈이란다. ‘아이돌 + 메탈’이 조합된 살짝 엽기적인 밴드인데, 1 여성 보컬 + 2 댄서 여성 멤버와 4인의 남자 세션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접했을 때엔, 뭐 이런 골때리는 음악이 있나 싶었는데 노래를 일단 꽤 잘 하고, 스피디하고 타이트한 연주가 굉장히 좋았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도 올라가고, 최근에 영국 웸블리에서 단독 공연한 라이브 음반이 나오기도 한 것이 무척 놀랍다. 단독 공연한다고 가서 볼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16년의 12월 공연 셋리스트들을 대충 훑어보고 예상 셋리스트 만들어서 틈틈이 예습. 물론 메탈리카는 매 공연 다른 셋리스트가 나오기도 하는 팀이라 3주 정도의 휴식 기간 후의 내한 공연에서 그대로 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았다.

언제 공연 날이 되나 싶었는데, 날짜는 잘도 간다. 메탈리카가 언제 입국하나 궁금하던 차에 메탈리카의 리드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이 페이스북에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을 하나 올렸다. 우하하. 우리한테 좀 있다 보자고 손가락질한다!


[Source : Kirk Hammet Facebook page]


새벽에 공항에 마중 나가고 싶다는 생각하면서 자고 일어났더니, 기획사인 액세스 측에서 새벽 4시 20분 경에 사운드 체크 중인 제임스와 라스 사진을 올렸다. 우워~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공연장에 가서 사운드 체킹했나봐. 역시 초특급 밴드는 다르구나!


[Source: ACCESS Facebook page]


울산 사는 친구는 새로 생긴 고속 철도인 SRT 타고 분당으로 와서는 옛 친구네 회사에 들러 오래간만에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네 회사는 우리 모형 작업실과 같은 골목에 있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친구로 인해 메탈리카도 알게 되었다는데, 이렇게 메탈리카 공연 보러 올라왔는데 마침 친구네 회사가 우리 동네였다는 것이 인연이라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다.


작업실에서 잠시 얘기 나누다가 4시 반쯤 공연장인 고척 스카이돔으로 이동. 야구장의 주차장을 쓸 수가 없다고 해서 검색해보니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넥슨 히어로즈 프로야구 팀 홈페이지에 주변 주차장 안내가 있어 중앙 유통 단지에 주차하기로 했다. http://www.heroesbaseball.co.kr/heroes/stadium/parking.do


내비게이션으로는 1시간 10분쯤 걸린다고 했는데, 어후… 서울로 진입하니 길이 많이 막힌다. 꾸역꾸역 가서 고척돔이 지척에 보이는 구로 중앙 유통 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부지런히 공연장으로 이동. 신호등 앞 편의점에서 물과 초코파이를 하나 사는데, 소주를 한 병씩 사서 가는 외국인들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친구, 지인들이 연락이 왔지만, 공연 시작 전에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5시 반부터 입장 줄을 선다고 했는데, 도착했을 시간이 6시가 넘었다. 헛! 부지런히 우리 구역 줄을 찾아 이동. 입장 대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카이돔 지하 주차장에 수천 명이 이미 줄을 서 있다. 구역을 찾아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초코파이 하나씩 먹었다. 우리 앞에 서양 청년 둘이 치킨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한테도 하나 권하기도... (사양) 6시 반부터 입장이라는데, 우리 구역은 거의 7시 20분에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하자마자 오프닝 밴드인 베이비메탈의 공연이 시작했다.


무대 중앙에 베이비메탈의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는 현수막이 있고, 좌우에 스크린이 있다. 애플 뮤직에서 몇 번 들어봤다고 곡들이 좀 익숙했는데, 음원으로 듣던 그대로다. 스피디하게 몰아치는 연주가 마치 예전의 X-Japan 곡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좀 엽기적이라 생각했던 여자 멤버들의 안무도 그냥 일본 여자 아이돌 영상이라 생각하면 그닥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곡에서 연주자들의 솔로 타임이 있었는데, 어후~ 살벌하다. 세션 멤버들이 현재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거나 연주인 학교 강사라 하더니 역시 타이트함이 일품이다. 그렇다고 기대했던 이상은 아니고, 딱 기대한 정도였다. 중간에 관객들 보고 서클핏을 만들라고 하던데, 반응이 없어 ‘쟤들 무안하겠다…’ 싶었더만, 가 구역에는 일본에서 온 팬들이 많아서 상당히 과격한 서클핏이 만들어졌었다고 한다. 흥미롭게 보다 보니 Gimme Chocolate!!란 곡은 혼자 중얼중얼 따라 부르고 있더라. 공연은 35분 조금 넘게 했던 것 같다.



베이비메탈의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BABYMETAL Setlist Gocheok Sky Dome, Seoul, South Korea 2017

본공연 시작은 8시 반이라 했는데, 좀 늦어지나 보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긴 하는데, 아주 꽉차는 정도는 아니네. 악기 최종 점검을 하는데, 어후 드럼 소리가 앞선 베이비메탈 때의 음량의 배는 되는 것 같다. 너무 큰 거 아냐? 싶을 정도인데, 심히 거슬릴 정도는 아니네. 배경음악들이 나오는 중에 AC/DC의 Highway to Hell이 나오니, 큰 소리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인 본 스콧은 죽었고, 이후 AC/DC의 목소리를 맡았던 브라이언 존슨도 청각 문제로 라이브를 못하는지라 너무나 아쉽다. 쩝. 공연 시작을 알리는 느낌의 배경음악이 안 나온다.


시간은 계속 흘러 거의 30분이 지났을 즈음에 AC/DC의 It’s a Long Way to the Top이란 곡이 나온다. 속으로 ‘앗. 이 곡이다’ 싶었다. 기억은 정확히 안 나는데, 다른 밴드도 이 곡 다음에 공연이 시작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이 곡이 끝나니 메탈리카의 공연 오프닝 음악인 영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우리나라 제목: 석양의 무법자)의 주제곡이 시작하면서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엔 영화의 장면이 나오기 시작한다. 꽤에~~엑. 반가움에 석양의 무법자 주제곡의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메탈리카를 기다린다. 아... 그런데, 묘한 것이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는 메탈리카 공연인데, 많이 두근거리지 않고 편하다. 나의 이들에 대한 감정이 좀 변했나?


하여간 잠시 후에 새 앨범의 첫 곡인 Hardwired의 오프닝이 녹음된 음원으로 나온다. 우워!!!!! 어이! 어이! 어이! 어이!!! 그러더니, 밴드의 연주로 이어지면서 Hardwired 시작!!! 상당히 빠르고 쿵짝쿵짝 리드미컬한 곡. 분위기 확~ 달아 오른다. 무대에 커다란 스크린이 다섯 개가 나란히 세워진 거다. 거기에 멤버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나온다. 야~ 메탈리카가 19년 만에 다시 내 눈 앞에 있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Atlas, Rise! 새 앨범의 두 번째 곡. 최근 앨범은 예전 메탈리카다운 헤비함과 전성기 적의 스피디한 감이 종종 있지만, 최근 스타일의 곡이 많다는 느낌이다. 라이브에서 따라 부르고 하기엔 괜찮은 것 같은데, 일단 많이 익숙하지 않아 후렴구나 제목이 나오는 가사 부분만 간신히 따라 부른다. 무대는 큰데, 멤버들은 네 명뿐이어서 다들 널찍하게 간격을 두고 자리 잡아서 연주한다. 한 눈에 안 들어오네. -_- 중간의 기타 솔로 부분이 쉬운 멜로디라 많은 관객들이 따라 부른다.


일단 셋리스트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상태. 예측하지 말고 그냥 나오는 대로 즐겨야겠다. 멤버들 다들 컨디션 좋아 보이고, 음향도 괜찮은 편이다.


제임스가 "서울의 메탈리카 가족 여러분!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친구 메탈리카를 보러 왔지요? 우리는 새 노래도 부르고, 옛 노래도 부를 겁니다. 이번엔 옛날 곡입니다." 빰~빰빰빰빠~ 빰~빰빰빰빠~ 크하~ 무겁다! 엄청 무겁다! 관객들 반응 급상승! 아이! 아이! 아이!! Sad but True! ‘Black 앨범’이라 불리는 이 앨범이 원체 대중적으로 인기있던 앨범이라 그런지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따라 부를 기세다.


바로 이어지는 곡은 오잉~ 이게 뭐더라? Black 앨범의 Wherever I May Roam이네. 이건 전혀 예상 못한 곡인데? 아, 이 곡이 이렇게 멋진 곡이었던가? 무척 반갑다. 곡이 끝나니 멤버들이 뒤로 사라지고, 커크만 남아서 짧은 솔로를 한다.


또 음원으로 뭔가가 인트로가 나온다. 뭐더라? 제임스가 무대 왼쪽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시작되는 곡. The Unforgiven. Black 앨범에서 연속 세 곡을 하는구나. 반갑긴 한데, 메탈리카 공연에서 이렇게 처지는 시간이 길어져도 되는 거야?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기 시작한다.


"여러분 살아 있습니까?" 라고 물으며 짠짠짠짠~ 쿵짝쿵짝 시작한 곡은 신곡이다. 어, 이건 신보 발표 후에 한번도 연주된 적 없는 걸로 아는 곡인데? Now That We're Dead. 좀 낯선 곡이고 극적이지는 않지만, 세계 최초로 신곡을 라이브로 처음 들어보는 것도 좋지! 메탈리카 홈피에도 이 곡이 연주되었다 하니 부러워하는 외국 팬들이 무척 많았다. 베이시스트가 제이슨 뉴스테드였을 땐 코러스를 제이슨이 거의 전담했다가 로버트 트루히요가 들어온 이후에 한참 동안은 커크가 코러스를 주로 했는데, 이젠 로버트도 코러스 많이 하네. 


이 곡은 처음 라이브로 소개되었다고 메탈리카 측에서 정식으로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오우예~! 재미있습니까? 우리 새 앨범 곡들을 연주할 건데, 여러분이 좋아하길 바랍니다" 짠짠짜~잔~ 짠짠짜~잔~ 새 앨범에서 가장 극적이고 스피디한 곡 중 하나인 Moth into Flame이다. 스크린 영상이 깨진 거울 혹은 거미줄처럼 조각난 채로 나온다. 묵직하게 시작했다가 중간에 매우 리드미컬하게 몰아치는 부분이 있는 것이 다시 후끈해진다. 야~ 계속 좀 처지는 듯했는데, 다시 달아오르는 건가? 이런 분위기 좋아, 좋아.



“여러분 더 시끄러워질 준비 되었습니까? Harvester of Sorrow~” 오~ 4집 … and Justice for All 앨범 수록곡인데, 라이브마다 거의 빼먹지 않고 하는 곡. 정말 헤비메탈이 왜 헤비메탈인지 알게 해줄 만큼 묵직한 곡. 오래된 곡이라 분위기는 확실히 좋다. 중간에 연주가 잠깐 멈췄다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제임스가 눈알을 굴리면서 관객들의 더 큰 환호성을 유도했다. 하하하. 제임스 정말 최고다. 185cm의 큰 키에 비율도 좋고 뾰족한 기타 메고 노래하는 모습은 정말 요새 애들 말로 간지 철철. 거기에 유쾌하게 관객들을 들었나 놨다 하는 무대 매너는 정말 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여러분, 내 친구 로버트 트루히요에게 인사하세요~”라는 제임스의 소개로 로버트의 베이스 솔로 시간. 2002년 2월에 첫 오지 오스본 내한 공연 당시 베이스를 치던 인물의 와일드함에 완전 반했는데, 그 사람이 얼마 후에 메탈리카에 합류했다는 소식은 나를 무척 흥분하게 만들었었지. 흠. 그러고 보니, 로버트 합류 후에 메탈리카의 세 번째 내한 공연인데, 난 처음 보는 거구나. 너무너무 반갑다. 솔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데, 왜 우리나라 밴드 ABTB의 베이시스트 장혁조가 생각나는 거냐. 장혁조가 로버트 트루히요 엄청 좋아하던데. 이 사람이 마치 원시인 같은 와일드함이 넘치는 사람에 연주도 박력있어 솔로도 멋지네. 중간에 손을 교차시켜 태핑하는 부분은 어후~ 훅~ 간다.


이어지는 곡은 어? 또 신곡이네. Halo on Fire. 최근 라이브 보면 신곡은 세 곡 정도 하던데, 벌써 다섯 곡째다. 야~ 이거 놀라운데? 이 곡 역시 라이브에서는 처음 연주된 곡.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묵직하게 한번씩 훅~ 한방 날리는 느낌. 오늘 셋리스트는 예상을 할 수가 없었겠다. “오~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Halo on Fire는 오늘 처음 무대에서 선보인 곡입니다."


"여러분 Hardwired 갖고 있습니까??” 예~~~ “여러분 Kill’em All 갖고 있습니까?? 여전히 듣고 싶나요? 여기 네 명이 무대에 서 있습니다. Four Horsemen!!!” 꽤엑!!!! 그렇지!!! 메탈리카가 현재 시류의 곡으로 채워진 앨범을 내더라도, 그들이 이 곡들을 연주하는 한 영원히 우리의 메탈리카인 것이지. 뭔 소리냐. 하~ 진짜 반갑다. 이 앨범이 세상에 나온 것이 벌써 34년이 되었다. 내가 2000년도에 딥퍼플 30주년 내한 공연 보면서 ‘영감님들 건재하네!’ 했었는데, 메탈리카가 벌써 그 나이가 되었다. 물론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고. 역시나 쌍팔 락키드여서 그런지, 너무 좋다. 중간에 제임스가 살짝 삑사리가 난 듯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분위기 한방에 훅~ 불붙었다. 하~



갑자기 어두워지고, 레이저가 번쩍번쩍하면서 전쟁터의 총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 아~ 아름다우면서 비장하게 시작하는 One. 아, 긴장이 다 된다. 메탈리카가 처음으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헤드뱅잉하면서 연주했던 (수상은 못 했지만) 그 극적인 곡. 배경 화면으론 전쟁터를 군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에게 Stairway to Heaven이 있고, 스콜피온스(Scorpions)에게 Holiday가 있으면 메탈리카에겐 One이닷! 조용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템포가 빨라지고 점점 더 몰아치다가 후반에는 극한으로 치닫는 곡 구성이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라스의 드러밍이 정말 중요한 곡이 아닐 수 없는데, 이 날 연주는 아주 양호했다. 중간에 자라라라라잔잔, 어이!어이! 자라라라라잔잔, 어이!어이! 자라라라라잔잔, 어이!어이! 아, 미치겠네.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빰! 빰빰빠~암, 빰! 빰빰빠~암. 우웨엑!! 꽤엑!! 악!악!악! 으아~~!!! 마스터~~~~~!!!!!!! 초과격 헤드뱅잉~ 우와악! Obey you master!!!! 화면에는 수많은 공동묘지의 십자가가 나온다. 중3때 우리 반에 메탈 듣는 애들이 자기네들끼리 빌려주고 했던 십자가 잔뜩 그려진 LP를 보고 정말 궁금했던 그 앨범. 내가 처음 해적판으로 샀던 앨범. 메탈리카에게서 단 한 곡 꼽으라면 바로 이 곡이고 쓰래쉬 메탈의 완성형이다! 한바탕 휘몰아치고 아름다운 중간 기타 솔로는 관객들의 떼창으로 함께 하는 이 곡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장관인 거다. 잔잔잔잔 잔자라잔~ 다시 몰아친다. Master! Master! 아, 8분이 넘는 곡인데 단 한 순간도 안 멋진 순간이 없이 멋지다. 우이쒸!!!


“다같이 더 시끄러워지자! (Let’s get louder) For Whom the Bell Tolls~!” 바로 이어지는 곡이 무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작정을 했구나! 로버트의 화려한 베이스 솔로로 시작하는 2집 대표곡 중 하나. 아, 미치겠다. 자자자장~ 자자자장~ For whom the bell tolls! 라이브에서 듣는 그들의 대표곡은 왜 메탈리카가 최강의 헤비메탈 밴드인지 알게 해준다. 이 곡에서 커크의 솔로로 이어지는데, 무대 뒤로 사라지는 라스가 커크에게 드럼 스틱 하나를 건네주는데 그걸 피크 삼아 좀 연주하다가 무대 위의 스피커에 기타를 긁어대다가 무대 위의 카메라맨이 들고 있는 카메라에 긁어대기도 하고, 바닥에 두고 구둣발로 긁어대기도 하면서 기타를 혹사시킨다. 그래도 망가질 짓은 안 한다. 하하. 카메라에 얼굴 갖다 대고 인상 한번 써주고 기타 솔로 마무리.



무대 저편에서 제임스가 다시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면서 다음 곡 Fade to Black이 시작한다. 메탈리카표 발라드인 셈. 정말 이 곡의 웅장함은 공연장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가 없을 거다. 짜잔짜자~안 짠자라짠자라안~ 아 뭉클하다. 다같이 워~워~어어어어. 오늘 라스 컨디션 무척 좋은 것 같다. 드럼 오늘 아주 탄탄하게 좋다. 뭐라 형용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이 현장에 있음이 행복한 순간이다. Four Horsemen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끝내주는 떼창입니다. 조명 좀 저기로 비쳐줘봐요” 관객석으로 조명을 비쳐주니 반갑게 인사해주고, “진짜 더 크게 같이 불러야 해요. Kill’em All 곡이에요 Seek & destroy”. 짠짠짜라라~안, 짠짠짜라라~안 “여러분 아직 거기 있습니까?” 예~~~~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코러스는 관객들이 더 크게 열심히 외친다. “Searching~ Seek & Destroy~!” 아니, 이 곡은 보통 앵콜 마지막이었는데? 간주로 들어가는 드럼 연주 부분에서 “여러분, 라스에게 인사하세요~” 안녕 라스~!!! 라스 오늘 정말 잘한다. 최근 메탈리카 라이브 영상들 보면 라스가 제일 힘들어 보여 아쉬움이 많았는데, 오늘은 정말 괜찮다. 아니, 잘 한다! 1만 8천명의 관객이 모두 함께 Searching~ Seek & Destory를 외치는 이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아니할 수 없구나!!!

이 곡이 정규 순서의 마지막이었나 보다. 오늘 셋리스트 진짜 좋다. 후~ 잠깐 숨 좀 돌리자. 후~ 



앵콜엔 뭐가 나오려나 하는데, 허거걱. 틀어져 나오는 음원은 무려!!! Battery의 오프닝 아닌가. 옴마나!!!! 최근 라이브에서 이 곡이 빠져서 안 할 줄 알았는데, 흑흑흑. 이제 다시 시작인 거다! 밤바라밤바바~ 밤바라밤바바~ 쿵짝쿵짝쿵짝. 아, 목소리가 갈라지고 몸이 힘든데도 내가 나를 제어할 수가 없다. 이건 헤드뱅잉을 하게 만드는 주문이 걸린 곡이다. 중간에 제임스가 “여러분 아직 살아있지?” 하면서 확인 사살시킨다. 다같이 죽자!!! 내가 언젠가부터 공연장에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건 안 했는데, 이건 폴짝폴짝 뛰면서 헤드뱅잉에… 아, 19년 전에 이들의 첫 내한 공연에서 정신 못 차리고 내 몸이 주체 안 되도록 헤드뱅잉했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다. 내 옆에 있는 긴 생머리 젊은 아가씨가 헤드뱅잉을 과격하게 안 하는 것이 천만 다행이다. 긴 생머리 헤드뱅잉 채찍질은 꽤나 아프다.



후~ 미치도록 달리고 났더니 바로 잔잔한 기타 솔로… 아~ 오늘 선곡이 기가 막히네. 대중적으로 가장 히트한 헤비 발라드곡 중 하나인 Nothing Else Matters… 이 앨범이 정말 좋은 곡이 많긴 많았구나. 앞서서 미치도록 달리고 나서 잠깐 숨 좀 돌리면서도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기에 더 적절한 곡이 생각나지 않네. 아, 좋다. 진짜 좋다. 너무 좋다. 그냥 좋다.


이제 마지막 곡일 텐데 Creeping Death해야 하는 거 아냐? 싶은데, 이건 Enter Sandman 오프닝이닷! 함께 간 친구가 급흥분하더니 하이파이브하잖다. 5집 Black 앨범에서 오늘 다섯 번째 선곡이다. 아, 아까 Battery에서 내 몸의 배터리는 다 방전되었는데 이거 내가 왜 방방 뛰고 있는 거지? Exit: Light~ Enter: Night~ 더 나올 목소리가 없을 것 같은데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마무리는 신보의 한 곡 리프를 짧게 연주하면서 “메탈리카는 여러분은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마무리했다.


아, 끝났다, 끝났어. 2시간 15분 가량 했는데도 너무 짧게 느껴지잖아. 멤버들이 관객들에게 피크를 바구니째 뿌리고 인사한다. 잉~ 저 앞에 가고 싶어. “야~ Creeping Death 해주고 가야지!”라고 외쳐 봤다. 멤버들 하나하나 관객들에게 한참 인사해주는 동안, 아쉬운 관객 일부들은 앵콜을 더 외쳐보기도 한다. 제임스가 다시 마이크 앞에서 관객들에게 박수를 치게 하더니 “감사합니다, 서울! 여러분은 메탈리카의 기분을 좋!게! 해주었어요!”라며 인사한다. 커크도 “여러분 정말 끝내줬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로버트는 우리말로 “서울,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다같이 “우워~”를 외치게 했다. 마지막으로 라스는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만에 메탈리카 가족이 여러분의 대한민국의 이 아름다운 도시 서울에 다시 왔습니다. 새 앨범 응원해줘서 고맙고, 우리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위의 모습이 반대 방향 사진.

[Source: http://www.metallica.com]



멤버들이 관객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인사하고 들어가면서, 제임스는 무대 위 카메라에 입을 쩍 벌려서 갖다 대는 장난 한번 치고 들어갔다. 정말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이렇게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기도 하다.



입장할 땐 몰랐는데, 퇴장할 때 보니 사람이 엄청 많다. 천천히 무대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면서 있으니, 바로 앞 나구역에서 아는 얼굴이 보인다. 에헤~? DP의 모형 소모임 회원 중 한 분이 있네. 하하. 진짜 오래간만이다. 물 마시며 몇마디 얘기 나눴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이 분이 커뮤니티에 쓴 후기 보면, 공연 보면서 눈물이 그리 나더란다. 뭔가 불확실했던 고등학생 시절,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던 메탈리카의 공연을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나이가 되어서 보는 지금의 느낌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겠지. 당시 주목 받기 시작하던 팔팔한 젊은이들이 50대 중반이 되어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고, 당시 고등학생은 40대 중반의 관객이 되어 여전히 그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는 것이 많은 생각이 나게 한다.


공연장에서 빠져 나오려는데, 누가 또 내 이름을 부른다. 고1때 우리 반이었던 친구다. 동기 카톡방이나 페이스북에서 보긴 했지만, 만나긴 고등학교 졸업하고 26년 만에 처음이다. 친구 모임에서 보기로 하고 악수하고 헤어졌다. 연락된 다른 지인들도 엄청난 인파에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며 각자 헤어졌다.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가니 11시 반쯤? 주차장이 밤이라고 출구를 하나만 열어놔서 지하에서 정체가 엄청나다. DP 게시판에 카풀 요청하신 우리 동네 분이 있길래 연락해서 만나서 기다림이 좀 덜 지루했던 것 같다. 주차장을 1시간 만에 빠져나오니 눈이 살살 온다. 울산 친구는 광명역에서 제일 가까운 찜질방에 내려주고, 동네로 오는 길에 동행이 있어 음악 얘기, 영화 얘기 등을 나누면서 늦은 밤 졸지 않고 재미있게 올 수 있었다. 죽전역에 내려드리고 집에 오니 새벽 2시 반. 그냥 뻗었다.


중 3때 처음 알게 되어서 오랫동안 제일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인 메탈리카. 1998년에 나의 첫 대형 메탈 공연이었던 그들을 19년 만에 다시 만난 이번 공연은 왜 그들이 여전히 세계 최강의 헤비 메탈 밴드임을 보여주었다. 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기타 솔로이긴 하지만 그것도 근사하게 보이는 커크 해밋, 하도 악평이 많아서 걱정 많이 했지만 최선의 드럼 연주를 보여준 라스 울리히, 야만인 같이 생겨서 정말 탄탄한 베이스를 연주 들려준 로버트 트루히요, 그리고 그냥 무대에서 서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것만으로 무조건 따르게 되는 제임스 헷필드까지 모두 최고였다. 멤버들 모두 전보다 몸도 엄청 좋아진 것이 이들 역시 장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관객들은 젊은 편이긴 했지만, 내 주변 나이로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관객은 대략 18,000여 명 되었다는 것 같다.



공연 후에 기획사인 액세스 측에서 올린 스태프 용 셋리스트. 역시나 AC/DC 곡부터 지정된 상태.


5집과 신보에서 각 다섯 곡이나 연주된 것이 이례적이라 생각된다. 그 외엔 연주될 곡들이 연주되었고, 개인적으론 Creeping Death를 안 한 것이 꽤나 아쉽다. 그렇다고 이 날 연주된 곡 중에 하나 빼라면 그건 싫고. 어떤 공연에서든 생기는 딜레마 중 하나이지.


Metallica Setlist Gocheok Sky Dome, Seoul, South Korea 2017, WorldWired Tour

이번 메탈리카의 내한 공연은 그들의 2017년 투어의 시작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를 담은 영상도 공개를 했다.


새벽에 도착해서 저녁에 공연을 해서 관관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동행한 듯한 사진사가 찍은 재밌는 사진이 있어 퍼와 본다.

[Source: Ross Halfin Facebook page]


메탈리카 홈페이지의 공연 정보 쪽에 서울 공연 사진들이 많이 있다.

https://metallica.com/tour/26153


그 중에 스탠딩석 관객들의 수가 보이는 사진 하나 퍼왔다.

[Source: https://metallica.com/tour/26153]


메탈리카는 모든 공연을 음원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의 음원 역시 현재 예약 판매 중이다. 

http://www.livemetallica.com/live-music/0,533/Metallica-mp3-flac-download-1-11-2017-Gocheok-Sky-Dome-Seoul-KOR.html


주문했는데, 얼른 발매되었으면 좋겠다.


2017년 들어 첫 공연 관람은 메탈리카의 2017년 투어의 시작인 서울 공연이었다. 내게는 19년만의 메탈리카 내한 공연 관람은 그들에 대한 신뢰를 확고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괜히 그들이 현재의 헤비메탈의 제왕이라 하는지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기도 하다. 베이비메탈이란 밴드 공연도 재미있게 본 것은 덤이었다.


올해 공연 관람의 시작이 메탈리카로 멋지게 시작했고, 다음 공연은 2월의 저니(Journey)가 예정되어 있어 올해 공연 관람도 무척 기대된다.


이상 메탈리카의 2017년 첫 공연인 서울 공연 관람 후기를 마친다. 다음 저니!



2015/06/17 - [문화 文化 Culture/음악 감상] - 나의 음악 이야기 #2 - 메탈리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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