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文化 Culture/공연 중독

2017.02.15. Journey - Live in Seoul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 서울

미친도사 2017. 2. 22. 23:58

그룹 저니(Journey)는 내게 좀 유명한 팝 락 밴드 정도로 처음에 다가왔던 것 같다. 팝과 락음악을 막 듣기 시작했던 중학교 시절인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들의 음악은 듣기 좋아 베스트 앨범 하나 LP로 갖고 있는 정도로만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냥 들리면 듣는 정도로 관심 갖고 있던 그들의 음악을 대표한다 할 수 있는 보컬 스티브 페리(Steve Perry)가 탈퇴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새로운 보컬을 영입해서 2000년대 중반에 낸 라이브 DVD가 아주 괜찮다는 얘기가 dvdprime.com에 소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때엔 락음악 DVD라면 다 구입 혹은 빌려서라도 보려 했던 시기라 어떻게 그 라이브를 구해서 보게 되고, '오~ 저니 공연이 굉장히 멋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몇 년 후에 그 때 그 라이브 DVD에서 노래했던 스티브 오거리(Steve Augeri)로 그만 둔 저니에 필리핀 사람인 아르넬 피네다(Arnel Pineda)란 인물이 보컬로 들어왔다는 황당무계(?!)한 소식을 듣게 된다. 멤버들이 유튜브를 통해 보컬을 찾다가 발견하곤 섭외해서 오디션을 보고 뽑았단다. 유튜브를 통해 들어본 새 보컬은 스티브 페리와 거의 같으면서도 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거기에 새로 낸 앨범 'Revelation'이 새 보컬과 함께 녹음한 베스트 곡 CD가 한 장 더 있다는 2 CD인데 굉장히 평이 좋다는 거다. 좀 더 알아보니, 미국 내의 베스트바이(Best Buy)에 한정으로 새 보컬과 함께한 라이브 DVD까지 해서 2 CD + 1 DVD로 나왔다고 한다.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베스트바이를 통해 구매해서 어떻게 배송시켰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손에 쥐게 되었다.

일단 새 곡들이 너무 좋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저니의 대표 음악의 느낌인데 모두 새로운 곡들이다. 보컬이 바뀌었는지 어쩐지 생각도 안 난다. 그냥 굉장히 맘에 드는 저니의 새 앨범이었다. 그리고, 새로 녹음한 예전 히트곡들. 뻥 좀 보태서 기존 곡들 리마스터링한 것 같다. 보컬 느낌이 같아도 이리 같을 수가!

어느새 저니가 내가 공연을 꼭 보고 싶어진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미국 출장을 갔는데, 근처에 저니와 데프레파드(Def Leppard)가 합동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아! 너무 보고 싶었는데 출장 일정이 빠듯하여 저녁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던가 해서 공연을 못 봤다. 흑흑

어지간한 대형 밴드들 내한을 하는데, 저니는 안 오네... 그러던 작년 11월에 저니가 내한을 한다는 소식이 떴다. 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멤버를 보니, 80년대 초반 그들의 최전성기 시절의 멤버 4인 + 새로운 보컬.

현재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닐 숀 (Neal Schon) – lead guitar (1973–present)

  • 로스 발로리 (Ross Valory) – bass guitar (1973–1985, 1995–present)

  • 스티브 스미스 (Steve Smith) – drums (1978–1985, 1995–1998, 2015–present)

  • 조나단 케인 (Jonathan Cain) – keyboards (1980–present)

  • 아르넬 피네다 (Arnel Pineda) – lead vocals (2007–present)


드러머가 최근에 전성기 시절의 드러머인 스티브 스미스가 재합류했는데, 솔직히 꽤 최근까지 오랜기간 드럼을 친 딘 카스트로노보(Deen Castronovo)를 기대했다. 밴드 캐코포니(Cachphony), 마티 프리드먼 (Marty Friedman), 토니 맥칼파인 (Tony McAlpine) 등의 헤비메탈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한 스피디한 드러밍이 일품인 드러머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티브 스미스란 드러머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기대해 보기로 했다.

공연장은 작년에 나이트위시(Nightwish)가 공연했던 이태원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이다. 티케팅이 시작했는데, 어! 전석 좌석이네. 락밴드라 당연히 스탠딩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관객 연령층이 높을 거라 그런가 좌석이다. 공연장이 그닥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서 1층의 R석이 아닌 S석으로 예매. 아래 좌석 배치도에서 빨간 점이 내 자리.

1월의 메탈리카 공연 이후 회사일도 바쁘고 집에서도 바쁜 일이 계속 있어서 공연날까지 예습도 거의 못 하고 있다가 공연이 있는 주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최근 셋리스트 검색해서 예상 목록 만들어서 예습. 최근 목록을 보니 그냥 베스트 앨범 수준. 그런데, 쓱 훑어보니 아르넬 피네다 합류 이후의 곡은 없는 것 같아 보여 아쉽다.

공연 날인 2월 15일 수요일도 아침부터 엄청 바빴다. 컨디션도 그닥 좋지 못해서 퇴근 무렵이 되니 피로가 몰려온다. 퇴근하면서 비타500 하나 사마시고 부랴부랴 공연장으로 차로 이동. 공연 전날 공연장 측에서 전화까지 와서 얘기하길 주차가 혼잡할 수도 있으니 대중 교통을 이용바란다 했는데, 공연장 바로 옆에 한강진역 공영 주차장이 있어 거기는 여유로워서 차를 가져갔다. 경차여서 공영 주차장은 50% 할인 받을 수 있어 더 좋다. 도착해서 보니 역시나 공영 주차장은 여유롭다. 차를 세워두고 공연장 앞에 한 번 둘러보고는 딱히 일찍 들어갈 필요를 못 느껴 다시 주차장에 와서 예습 곡 들으면서 눈 좀 붙이려 했다. 그런데, 마구 두근두근거려서 잠이 오질 않는다. 얼마 전 메탈리카 공연에서도 이렇게 두근거리지 않았는데... 허~

그냥 공연장 입장.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은 지하로 내려가는데, 공연장 들어가는 층에 무료 물품 보관함이 꽤 비치되어 있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 후 입장. 전에 나이트위시 때엔 스탠딩이어서 입장하자마자 앞으로 나아가느라 공연장 전체를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엔 자리가 좀 뒤여서 전체를 바라 볼 수 있네. 악스홀이 가로로 좀 긴 느낌이라면 삼성카드홀은 정사각형인 것 같은 느낌. 하여간 내자리는 콘솔 바로 옆. 무대가 꽤 잘 보인다.

공연장이 그닥 크지 않다. 저니가 이 정도 공연장에서 할 밴드 급은 아닌데 싶어 안타까운 생각도 좀 든다. 그 덕에 좀 더 가깝게 그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입장하는 관객들을 보니 확실히 연령대가 높다. 40대 중후반 이후로 보이는 관객이 많다. 내가 나이가 중간 정도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8시가 다가오니 거의 다 채워졌다. 평일 공연이 퇴근하고 오는 관객들의 입장이 늦어져서 대개 10~20분 정도 늦게 시작하길래 그냥 느긋하게 기다린다. 그래도 8시 넘으니 더더욱 두근두근.

8시 5분쯤 되었을까? 나오던 Bad English 음악이 갑자기 멈추더니 어두워진다. 우워!!!! 어둠 속에서 멤버들 등장과 함께 키보드 소리에 닐 숀 특유의 톤의 기타 소리로 오프닝 연주가 시작. 와~. 짧은 오프닝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그 유명한 오프닝. Separate Ways!!! 이 곡으로 시작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당하고 만다. R석의 관객들은 Separate Ways가 시작과 함께 바로 스탠딩 모드. 화제의 주인공 아르넬 피네다 등장. 우워~ 야, 진짜 작다. 첫 곡이어서 그런서 사운드가 밸런스가 안 맞는 듯 살짝 안 맞지만 곧 안정화되겠지. 그나저나 아르넬의 목이 덜 풀린 건지 좀 불안한데? 혹시 감기 이런 거면 어쩌지? 너무 반가우면서도 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난다. 중간의 닐 숀의 기타 솔로에 이어지는 조나단 케인의 키보드 연주. 아~ 미치겠어요!!! 중간에 아르넬이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서울, 코리아~'라고 인사했는데, 이게 서양 사람들이 하는 억양이 아닌 동남아 사람들이 하는 '안녕하세요~' 억양이라 혼자 피식 웃었다.

두 번째 곡은 경쾌한 건반으로 시작하는 Be Good to Yourself. 우워, 신난다 신나~ 시작부터 흥분의 도가니로 만드는구나. 드럼을 제외한 멤버 전원이 코러스도 해서 코러스도 아주 풍부하다. 조나단 케인 외에 보조 건반 주자가 한 명 더 있고, 그 사람도 코러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운드가 그냥 꽉! 차면서 명료해서 이게 음반 듣는 것만큼이나 좋다. 야~ 닐 숀의 기타는 작살나는구나. 마지막의 워워~워워워~ 부분부터 아르넬의 목이 트인 것 같이 들린다. 그리고 전체적인 사운드도 많이 안정적이 된 것 같다.

바로 이어지는 곡 역시 밝은 느낌의 Only the Young. 햐~ 넘 신나게 시작해서 나중에 재미없으면 어쩌려고 싶을 정도로 초반부터 분위기가 후끈거린다. 신나는 곡 세 곡을 연달아 하고는 닐 숀의 기타 솔로. 이 양반이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인데 어찌 그대로인 거냐. 연주에 뜨겁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뜨거움이 느껴졌다.

쉼없이 이어진 곡은 Stone in Love. 바로 앞의 그 기타 솔로의 느낌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느낌. 중간에 관객들에게 '워워워~ 워~워~ 워워워워~'를 다같이 부르게 한다. 곡 순서가 기가 막히네. 또 쉬지도 않고 바로 신나는 Any Way You Want It이 이어진다. 안 그래도 흥겹기 그지 없는 곡인데, 라이브로 들으니 진짜 신이 난다. 박수 치면서 큰 소리로 따라부르는 것이 더 이상 신날 수 있을까?

아르넬이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왔는데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잔잔한 건반 반주에 잔잔한 기타 솔로가 시작한다. 닐 숀이 'Good evening~ 여러분의 도시에 드디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다음 공연이 기대됩니다~ 어쩌고 저쩌고'라며 쫀득쫀득한 기타 연주를 시작한다. 오우~ Lights. 내리 30분 가량을 신나는 곡으로 달리더니 한숨을 돌리는 것 같기도 한데 여전히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다. 관객들은 전화기의 플래시를 켜서 Lights를 만들어낸다. 하~ 좋구나.

조나단 케인이 피아노 솔로를 하기 시작한다. 굉장히 오랜 기간 솔로가 늘 같다는 얘길 들었는데, 난 그런 건 잘 모르니, 새로운 마음으로 듣는다. 중간중간 이 날 연주하지 않은 저니의 곡들의 주요 테마가 메들리로 나오기도 했다. '아, 이 곡도 저니였지. 아, 이 곡도 있었다.'하면서 들으니 피아노 솔로도 지루하지 않다. 아, 조나단 케인은 중간중간 세컨드 기타로 1인 2역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건반 앞에 있다.

솔로가 끝나자, 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피아노 오프닝. Open Arms다. 이 곡은 너무나 뻔한 선곡이고 내가 그닥 좋아하는 곡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 뭔가가 올라오면서 눈물이 마구 흐른다. 헉. 이럴 수가.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공연 때엔 Here I Go Again이, 퀸(Queen) 공연 땐 Somebody to Love,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공연 땐 Let it be가 그런 곡이었는데, 저니 땐 이 곡이구나. 후~ 조나단 케인이 아르넬 이름을 불러준다. 하~ 다들 정말 잘 한다, 잘 해. 큰 박수 짝!짝!짝

그러면서 바로 이어지는 곡이 Who's Crying Now. 뭐지, 이 선곡은? '나야, 나. 내가 지금 울고 있다고...' 정말 이런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짠 건가? 하~ 좋다는 말 말고 뭘 할 수 있는 거지? 중간의 기타 솔로가 원래 이렇게 길었나 싶긴 한데, 그런 것도 굉장히 좋다. 

베이스 치던 로스 발로리가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다음 곡은 Frontier 앨범의 After the Fall이라 한다. 이번엔 보조 건반 및 코러스를 하던 이가 리드 보컬을 한다. 아르넬은 무대 뒤에서 쉬는 듯. Travis Thibodaux라는 사람인데 노랠 곧잘 한다. 그렇다고 늘 리드 보컬할 정도는 아니고. ^^ 이 곡이 정말 쉬어가는 순서였네. ^^

이번엔 정말 내겐 낯선 곡이다. Edge of the Blade. 83년 앨범인 Frontier 수록곡인데, 상당히 직선적인 락이다. 저니 앨범도 대표 앨범들은 다 들어봐야겠다. 이거 베스트 앨범 하나만으로 버틸 수 있는 밴드가 아닌 듯하다. 아르넬의 보컬은 안 어울리는 곡이 없구나. 원래부터 자기 곡인 마냥 불러낸다.

이어진 78년도 앨범 Infinity 수록곡인 La Do Da도 생소한 곡이었는데, 이 두 곡부터 뭐랄까 저니가 팝/락밴드 같은 느낌이 아닌 인스트루먼탈 밴드라 해도 될 정도의 인상적연 연주 위주의 곡들로 배치된 느낌이다. 닐 숀, 조나단 케인, 스티브 페리가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저니의 리듬 섹션 역시 최고였던 것이다. La Do Da 중간에 드럼 솔로가 있었는데, 어후~ 저니 음악에 이렇게 정교하고 파워풀한 드러머가 뒤를 받치고 있었구나 감탄이 나오는 솔로였다. 거기에 중간에 스피디한 더블 베이스 위에 현란한 드러밍은 요즘 말로 '여타 젊은 드러머는 다 쌈싸먹을 실력'이었다. La Do Da로 다시 돌아와 끝났는데, 아르넬이 드러머를 "스티브 기관총(Machine Gun) 스미스"라고 소개했는데, 기관총이란 별명에 손색없는 정말 대단한 연주였다.

짧은 연주곡에 이어서 아르넬이 합류하고 낸 첫 앨범인 Revelation의 수록곡인 After All These Years가 나온다. 아르넬이 첫소절 들어가는 타이밍을 살짝 놓친 것 같다. ^^ 앞에서 이 앨범이 굉장히 좋았다고 언급했는데, 난 이 앨범을 꽤나 많이 들어서인지 이 곡 역시 스티브 페리 시절로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와서 셋리스트 확인하면서, '아, 이 곡이 이 앨범 곡이었구나' 뒷북을 쳤다. 그 정도로 이 곡은 전성기 시절 곡 못지 않게 멋지고 아름다운 곡이라는 거다. 아르넬의 호소력짙은 목소리. 하~ 정말 좋다. 이 곡 끝날 때 아르넬이 Revelation 어쩌고 저쩌고 말을 덧붙였는데, 난 왜 공연장에선 '아르넬이 저 말을 왜 하는 거지?' 했던 걸까? 흠...

닐 숀이 치던 기타로 간단한 배킹을 루프백으로 반복시키고는 기타를 바꿔 메더니 그 반복되는 반주 위에 솔로를 한다. 솔로굉장히 밴드 지향적인 밴드라 생각했는데, 멤버 각자의 실력을 뽐내는 시간도 많구나. 매 기타 솔로가 그게 그것 같았던 1월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의 기타 솔로와 달리, 닐 숀의 기타 솔로는 매번 다른 느낌이다. 이번 솔로에서도 정말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는데, 굉장한 내공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내공이 위압적이지 않고 따뜻하고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했다.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이어지는데, 익숙한 멜로디. Wheel in the Sky!!! 야야아~~~ 'Wheel in the sky keeps on turning~' 큰 소리로 따라 부르니 신난다, 신나~

조나단 케인이 간단한 피아노 반주에 이야기를 한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드디어 왔다. 어쩌고 저쩌고. 1982년 버스 안에서 썼고, 1983년에 녹음했다. 어쩌고 저쩌고" 잘 안 들리는 영어지만,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 곡. 연결되는 오프닝 피아노 반주는 역시나 그 곡 Faithfully였다. . 앞에서 연주했던 Open Arms처럼 너무나 뻔한 선곡이고, 이 때 쯤 나올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다같이 Faithfully를 부를 땐 또 한 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온다. 뭐냐, 내가 한 공연에서 두 번이나 이렇게 울컥한 적이 없었는데... 둘 다 내가 그닥 좋아하던 곡도 아니었는데.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면서 이 곡을 함께 하는 관객들. 뒤에서 보니 정말 보기 좋다.'워~ 워~ 워워~ 워~ 워~ 워워~ 워~ 워~ 워워워어~~~~' 닐숀의 워~ 워~ 기타 소리에 관객들이 부르는 워~ 워~ 가 더해지고 그 위에 아르넬이 부르는 노래. 하~ 정말 기대했던 그 이상이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있을까?

쉼없이 바로 또 뭔가 색다른 연주로 시작되다가 바로 우리가 아는 오프닝으로 이어지는 이 날의 정규 순서의 마지막, Don't Stop Believin'. 시작부터 관객들은 박수에 떼창에 분위기가 진정 클라이막스라 할 만했다. 미국에서 프로 운동 경기에 많이 쓰여서 디지털 음원 이전 음악 중에 가장 디지털 음원 판매량이 많은 곡이라 했던 것 같은데 괜한 기록이 아니다. 너무너무 재밌어~ 시작의 내겐 낯선 오프닝의 그 연주로 곡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그 낯선 곡인데 주제는 Don't Stop Believin'이네. 햐~ 정말 원곡은 해치지 않으면서 앞뒤로 색다르게 구성하여 넣은 연주들이 정말 훌륭하다.

정규 순서의 마지막이어서 멤버들이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갔다. 흥분한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앵콜을 요청했다. 새로 등장하면서 닐 숀이 La Raza del Sol란 곡을 하거라며 소개를 하면서 많은 기타, 피아노, 드럼이 나올 거라 했다. 1981년도 앨범의 수록곡인데, 설명하긴 어렵지만 남미 음악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할까? 닐 숀이 산타나 밴드 경험이 있어 그런걸까? 닐 숀의 소개대로 각 파트들이 장기 자랑을 하는 듯한 연주가 나온다. 조나단 케인의 오르간 사운드의 키보드가 작렬하다가 그걸 닐 숀이 이어받고, 또 바로 조나단 케인이 받아치는 것이 이건 2000년도에 본 딥 퍼플 공연에서 존 로드와 스티브 모스가 오르간과 기타를 주고 받는, 그 이전으로 보면 70년대 초의 딥퍼플의 최고의 라이브 Made in Japan에서 존 로드와 리치 블랙모어의 주고 받기 배틀 연주가 떠오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당연히 그 두 연주자의 화려한 배틀을 엄청 탄탄하면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베이스와 드럼 연주가 있다. 토토가 대놓고 수퍼밴드라 불리는데, 저니도 대놓고 수퍼밴드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밴드구나. 감탄에 또 감탄.

거의 15분 가량의 락킹한 첫 앙코르 곡이 끝나자 바로 블루지한 연주로 바뀐다. 아르넬이 이런저런 인사말을 하고 이어지는 기타 소리에 맞춰 따라 부르기. 보컬이 주도하는 따라하기 시간이 아닌 기타 연주에 맞춰 따라 부르기라니. 재밌어, 재밌어! 이번엔 블루지하게 가는데, 어우~ 원체 힘도 좋고 뜨거운 연주를 하는 닐 숀의 블루스 연주, 이게 또 기가 막하다. 그 블루지함 위에 여유로운 아르넬의 Lovin', Touchin', Squeezin'. 와우!!! '나~나, 나~ 나나~ 나나나~ 나나~' 이런 파워 블루스는 게리무어 내한 공연 때의 느낌에 버금갈 정도다. 덩실덩실. 지루할 수도 있을 블루스 곡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끝났다. 저니는 이번 해에 락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다. 그 사실을 아르넬이 알리면서, 이번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갈 멤버 넷을 하나하나 다시 소개한다. 정말 큰 박수를 아니 칠 수 없다. 이제서야 저니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베이스 로스 발로리가 아르넬을 소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스티브 페리가 없는 저니는 보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았겠으나, 2시간 동안 공연을 본 바 그는 엄연한 저니의 보컬이었고 대단히 훌륭했다. 공연 중간중간 무대 앞쪽에 있는 관객들과 악수도 하고 관객들과의 교감도 많이 했다. 공연을 더 재밌게 만든 데에 큰 공헌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끝까지 앉아서 관람한 E구역에 있었지만 멤버들 소개할 때엔 기립해서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2시간 5분 가량의 저니의 첫 내한 공연이 끝났다. 처음 두 곡 정도까지 아르넬의 목이 좀 덜 풀린 것 빼고는 정말 모든 곡에서 연주면 연주, 노래면 노래, 공연장 전체의 사운드까지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대단히 훌륭했다. 정말 내가 아는 베스트 앨범의 저니가 그 시절 그 곡 그대로의 느낌으로 라이브를 보여줬다. 원곡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움도 많이 느껴지는 편곡도 기가 막혔다. 마지막에 아르넬이 기타 히어로라고 소개한 대로 닐 숀은 정말 수퍼 기타리스트다웠다. 환갑이 넘은 멤버들 모두의 연주력은 전성기 시절의 라이브라 해도 무색할 만큼 최강이었고,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아르넬 피네다의 보컬이었다. 정말 작은 키의 아르넬은 노래도 물론 인상적이었지만, 여유로운 무대 액션과 멤버들과 환한 얼굴로 서로 좋은 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보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한국 공연 이틀 후가 필리핀 마닐라 공연이었는데, 필리핀 가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베스트 앨범 듣는 것 같은 익숙함에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은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곡 사이의 쉼도 거의 없이 스트레이트로 몰아치면서도 숨차지 않았고 여유롭게 그들의 히트곡들과 열정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기대를 많이 한 공연이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을 줄 몰랐던 공연이었다. 올해 볼 여러 공연이 있겠지만 내게 올해 단연 최고의 공연이 아닐까 싶다. 공연 이후 계속 바쁜 나날이어서 후기도 1주가 지나서야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 1주 동안 매일 저니의 곡들을 찾아 들으며 새로운 매력을 찾아가고 있다. 80년대 초가 전성기였기는 하지만, 3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그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 밴드라 생각이 든다.

벌써 이들의 무대를 다시 보게 될 기회를 기다려진다.




Journey Setlist Samsung Card Hall, Seoul, South Korea 2017

후기 중에 언급되었던 공연 후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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