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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오울루 대학교 구경하기

미친도사 2023. 6. 8. 02:52

큰 딸이 핀란드의 오울루라는 곳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 얘기는 블로그에 쓴 적은 없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쓴 적이 있다.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1961582 

 

큰 딸이 핀란드로 대학을 간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 DVDPrime

안녕하세요. 가끔 공연 후기 남기는 좀 오래된 회원입니다. 두 딸들 태어나기도 전에 가입했는데, 벌써 큰 아이가 대학을 갈 나이가 되었네요. 그 큰 아이 이야기입니다. 꽤 긴 이야기입니다. 저

dprime.kr

 

3학년이 끝나 가지만 아직 애가 다니는 학교에 가보지는 못 했는데, 이번에 핀란드 락페도 보는 겸해서 아이가 사는 도시에 갈 일정을 만들어 보았다.

 

락페 보기 전에 쓴 글은 아래 링크 참고.

2023.06.07 프롤로그] 메탈의 나라 핀란드에서 락페 보기! ROCKFEST 2023

 

[프롤로그] 메탈의 나라 핀란드에서 락페 보기! ROCKFEST 2023

작년에 딸이 살고 있는 핀란드에 처음 갔다왔다. 덤으로 그 기간에 Rockfest란 이름의 락페스티벌 3일을 모두 보면서, 제가 좋아하던 여러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작년 라인업 작년에 본 공연

crazydoc.tistory.com

 

딸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종합 대학교인 오울루 대학교에서 "Intercultural Teacher Education"이란 전공을 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다문화 교사 교육"인 건가? 다문화 시대의 교사를 키우는 전공인 것이다. 전 세계의 문화가 섞여 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작 이런 환경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면서,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학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학과가 무려 30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은 더 놀라운 점 중 하나. 핀란드는 교육에 관해서는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다양한 시도 및 바람직한 교육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나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된다.

 

서문이 좀 길었는데, 지금 딸이 살고 있는 오울루를 와있고, 어제 학교 구경을 했다.

오울루 대학교는 교문이 따로 없다.

 

학교 건물들이 예쁘게 생겼다. 뭔가 단순하게 직육면체로만 된 관악산 밑 학교 다녔던지라 이런 학교 모습은 낯설면서도 예쁘게 보인다.

학교 안내 중인 딸

 

핀란드는 호수와 소나무가 유명하다고들 한다. '핀란드송'이란 목재 이름이 있을 정도니...

학교 주변 숲

산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숲은 산에 있는 거고, 호수는 평지에 있는 거라 공존할 수 없는 것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그렇다. 그런데, 여긴 숲이 평지에 숲이 있다. 산이 거의 없이 조금만 넓은 데 나가보면 사방을 둘러봐도 산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다니면 숲은 진짜 많다. 그냥 동네에서 한발짝만 더 가면 휴양림 수준의 숲과 호수가 있다. 추운 나라라 확실히 나무들이 키가 크고 침엽수가 많다.

 

이런 학교의 바깥 모습도 맘에 드는데, 안에 들어가 보면 더 맘에 든다. 일단 여기저기에 자유롭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아주 많다.

혼자 짱박혀서 뭔가 할 수 있는 공간이 진짜 많다!

30년 전이긴 하지만, 우리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빈 강의실을 찾아가거나, 학교 식당, 동아리방, 도서관 등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여기는 그냥 수업 나와서 아무데나 저런데 들어가서 혼자 공부를 하거나 졸거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후원하는 기업들이 만든 큐브 형태의 공간도 많다.

학생들끼리 같이 공부하거나 프로젝트 등을 할 게 있으면 자리가 여럿 있는 큐브에 들어가서 함께 하면 된다. 모니터나 프로젝트 등의 시설이 있는 공간도 많은데, 그런 데는 예약해서 쓰기도 하고, 화제의 스포츠 경기 중계가 있으면 맘에 맞는 애들끼리 모여서 그런 데서 보기도 한단다. 모여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학교 복도를 제외한 모든 공간이 이런 형태로 꾸며져 있다.

이런 시설들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그러면서 모두 다 산뜻하고 예쁘다!) 있는 것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좋아 보였다. 또한, 논문 예비 심사도 한다고 하고, 외부 학술 행사를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진짜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이 개인 PC나 랩탑이 없어도 학교 여기저기에 학생증 인증만으로 대여 가능한 노트북 보관소가 있다.

노트북이 없어도 학교에서 자유롭게 대여해서 쓸 수 있다.

혹은 자기 노트북이 고장이 나도 그냥 여기서 대여해서 쓰면 요즘처럼 클라우드에 개인 자료를 보관이 일반화된 경우라면 크게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학생들이 취미 혹은 프로젝트로 3D 프린팅이나 레이저 절삭기 등이 필요한 경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실험실도 제공된다. 특히나 아래 공간은 아무나 써도 되는 공간인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STUDENTS, STAFF & VISITORS ... WELCOME!

3D 프린터도 일반적으로 많이들 쓰는 Enders사 우리나라 '신도' 정도의 적당한 제품부터 에서부터, 산업용으로 쓰는 수준의 Staratasys 제품까지 용도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는 점도 놀라웠다. 하여간 뭔가 만들기 위한 도구들이 많았다. 미싱도 있다! 관심은 있는데 모르거나 하면 도움을 주거나 가르쳐 주는 이도 있다.

아래는 또다른 실험실. 학생증만 대고 들어가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전자 공학 실험실

그리고, 악기 취미를 즐기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도 보여줬는데, 자기 악기 없이도 시간 남으면 친구들이랑 모여서 비치된 악기로 밴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괜히 핀란드가 메탈의 나라가 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그러니까, 전공자를 위한 공간도 있지만, 전공과는 무관하게 학생들은 미술, 음악, 공작 등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체험해 볼 수도 있고 그걸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건물 입구마다 이런 것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안 좋은 날이면 걸치고 온 옷을 건물 입구에서 이렇게 걸어두고 학교 안에서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학생증으로 활성화되는 사물함도 있어, 임시로 짐을 두고 다니기도 쉽다. 이런 사물함의 경우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어 시간 제한이 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교육 전공이다 보니 자기네 학과 주변도 구경시켜주었다. 

여기는 과방의 한 켠
과방 탕비실. 집에 있는 주방 같다!
단과 내 각 과의 게시판
여기저기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 있다. 여기서 학생들 발표회 같은 거 관람도 하고 한댄다.

그리고, 학교에서 폐기되는 물품들 모아두는 곳도 있어, 필요한 학생들이 있으면 가져가도 된단다. 오래된 모니터 등이 몇 개 있었는데, 그런 거 필요한 사람도 분명 있으니까.

 

수도를 식수로 자유롭게 먹는 핀란드라 복도 여기저기에 식수대도 자주 보이고, 복사기, 프린터도 여기저기 복도에 많이 배치되어 있어 학생들의 발걸음을 줄여준다. 물론 학생증으로 무료 이용할 수 있다.

 

또 하나, 아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이다.

 

공공 건물에 있는 화장실은 당연히 공중 화장실이라 생각하지만, 핀란드의 큰 건물들엔 이렇게 집에 있는 화장실처럼 되어 있는 화장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집에 있는 화장실처럼 남녀 구분이 없다. 사람들 중엔 공중 화장실 이용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수 있을 텐데, 이런 형태로 그런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도 꽤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핀란드는 산이 거의 없는 평지가 대부분이라 자전거 이용이 진짜 많다.

자전거 셀프 관리대

기어도 없고, 브레이크도 없는 아주 단순한 자전거들을 많이 타고 다닌다. 그러면, 자잘하게 손봐야 하는 것도 생길 텐데, 이런 걸 다 직접 할 수 있게 이런 셀프 관리대(?)가 여기저기 있다. 물론 학교에도 있다. 바퀴를 떼어내야 하는 경우엔 위에 거치대에 자전거를 걸쳐 놓고 작업할 수도 있다. 간단한 장비지만, 너무나도 실용적인 것이라 맘에 들었다.

 

학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식당이다. 물론 맛난 음식 많은 한국 사람 기준이다.

뭔가 다양한데 맛은 없다.

나름 다양하고 그럴싸 해 보이는데, 맛은 없다. 핀란드의 일반식이 다 그런 것 같다. 학생들은 3유로, 일반은은 약 10유로 정도 된다. 나라 전체에 학생 할인이 다양하게 많다. 교통비는 물론이거니와, 어디 전시회 입장료 등도 학생 할인이 많이 된다고 한다. 작년에 보니, 헬싱키 도심에 있는 대관람차도 학생 할인이 있었다.

 

학교를 잠깐 둘러본 느낌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뭘 하든 편안하겠다는 것이다. 개인 또는 그룹이 스타일에 따라 공부 혹은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여서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관심사가 많을 수 있는 대학 시절에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여러 기자재 및 공간이 자유롭게 제공된다는 점 역시 앞으로의 풍성한 삶을 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좋은 점이었다.

뭔가 공간이라고 만들어 놓고는 '뭘 하는 용도로는 사용하면 안 돼!' 이런 게 우리네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이라면, 여기는 그런 제약이 없다는 게 대단히 좋게 보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인데, 우리네는 관리의 불편함, 혹은 최초 의도와의 다른 활용에 대해 너무나 너그럽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소수의 의견도 반영되고, 그에 따라 다양함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고 배려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학교, 사회는 다양한(관리의 불편함, 기존 사상과의 다름 등) 이유로 이런 다양함을 너무나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은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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