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밴드메이드는 밴드 결성 10주년을 맞아 기념 투어로 50회가 넘는 공연을 했고, 1년 동안에 연주된 곡은 70곡이 넘었다. 그리고, 그 10주년 투어의 마지막은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무려 3시간 반에 걸쳐서 33곡을 선보였다. 10주년 투어를 교토와 삿포로에서 관람했기에 투어의 마지막 공연은 안 봤는데,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면서 요코하마 현장에 안 간 것을 무척 안타까워 했었다.
그러면서, 올 2월에 이 10주년 투어의 마지막 공연에서 다 못 보여준 곡들을 모아서 10주년 공연의 번외편 (Spin-off) 공연을 했고, 정말 반가운 곡들로 가득한 보너스 같은 공연이었다. 이날 셋리스트를 보면서 '아, 이건 갔어야 했어... 😭' 하면서 기회되는 대로 특별 공연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공연은 이후 녹화 영상이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개하여 이 공연을 직접 못 본 아쉬움이 달래면서도 직접 봤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마음도 더 커지기도 했다.
10주년 공연의 또다른 번외편 격으로 3월 20일에 도쿄 시부야 공화당에서 어쿠스틱 공연도 기획되었다. 앞서 10주년 번외편을 못 봐서 안타까웠던 나는, 그들의 첫 관객 앞에서의 어쿠스틱 공연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도쿄로 향해 이 공연을 직접 보았다.
https://crazydoc.tistory.com/1026
이 어쿠스틱 공연에서는 그들의 곡들을 어쿠스틱 편곡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노래만 하던 사이키가 건반 연주를 두 곡이나 하면서 팬들 사이에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5월 10일에 Day of Maid 단독 공연 후에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3개 도시에서의 "Hall Tour"라는 이름으로 다음 일정이 공개되었다. 시민 회관급 공연장에서 행해지는 공연으로 재미있겠지만, 좌석으로만 구성되었을 공연장이 살짝 맘에 안 들어서 이 투어는 패스하기로 했다. 이 Hall tour가 끝나는 시점에 또 11월에 새로운 투어가 발표되었다. 일본에는 Zepp이란 공연장 체인에서 나고야, 오사카, 도쿄 3개 도시에서 4회에 걸쳐 (도쿄 2회) Zepp 투어가 진된다. 그러면서, 8월에 또 한 번의 번외편 공연이 함께 예고되었다. 10주년 공연의 번외편인지, Hall Tour의 번외편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색다른 공연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였다.
이 공연들을 보고 싶어서 팬클럽 예매가 시작하자마자 8월 번외편 공연과 11월 Zepp 투어의 한 도시 공연에 응모를 했고, 모두 당첨되었다.
9월 25일에 거의 4년 만의 신보 발표가 예고되었고, 신곡들도 속속 공개되었다. 그러던 중에 작년에 만나 서로 팬임을 확인했던 멕시코의 세 자매 밴드 '더 워닝 (The Warning)'을 일본으로 초대하여 6월 달에 조인트 공연도 했고, 함께 한 신곡 'SHOW THEM'도 발표하여 더 워닝 팬들이 급격히 밴드메이드 팬에 유입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Vl0mcEu1r8
나는 나대로 우리나라에서 세계 유일의 본격 밴드메이드의 커버 밴드이자 한국 밴드인 '밴드+에이드'의 공연을 관람하며 밴드메이드의 공연 관람에 대한 기대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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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번외편 공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다가 공연에 임박해서 미디엄 템포 곡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좀 락킹한 공연을 기대하긴 했는데, 좀 색다른 곡들로 이루어질 공연이라는 기대를 가져보기로 했다. 미쿠가 틱톡 라이브에서 새로운 편곡의 곡도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단 말도 있었다.
공연 날을 기다리는 동안 작년에 인스타에서 본 팬아트 하나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밴드메이드 10주년 기념 자동차 모형을 거의 1년 만에 완성시켰다.
https://crazydoc.tistory.com/1051
공연이 있던 주 초에 태풍 '산산'이 일본을 가로 질러 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공연 즈음까지 도쿄 근처에는 오지 않았다. 이 얘기는 여행 이야기에서 다뤄보겠다. 공연 날 오전에 비가 꽤 많이 오는 중에 도심에서 전시회를 하나 보고 호텔로 돌아가서 잠시 쉬었다가 점심을 먹고 시부야로 향했다. 이번 공연에는 전에 사놓고 처음 입는 미사 티셔츠를 입고 처음 입고 갔다!
이번 공연장은 'Spotify O-EAST'라는 시부야에 위치한 곳으로, 규모는 스탠딩 기준 1700석 정도 된다 한다. 지난 3월 어쿠스틱 공연 역시 '시부야 공회당 (Line Cube Shibuya)'에서 했던지라 시부야 지역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공연장에 도착하여 일단 기념품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티셔츠가 하나 사고 싶었지만, 이번엔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대신 1000엔짜리 무작위 아이템을 10개 구매했는데, 다들 좀 평범한 아이템이 나와 좀 아쉬웠다. 어떤 관람객은 사인 엽서가 2개나 당첨되었던데. 칫. 한켠에 밴드 멤버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있는 박스가 놓여있었는데, 뭐 좀 챙겨올 걸 그랬나 싶다. 다음엔 한 번 준비해볼까 싶네.
그리고, 밴드메이드 멤버들을 직접 3D 모델링해서 3D 출력까지 하여 공연장에서 무료 나눔하는 홍콩 팬이 이번에는 3월에 있었던 어쿠스틱 공연 모습을 설계하여 출력한 피겨 셋을 나눔한다는 소식을 공연 전날 일본에 도착한 후에 접했다. 얼른 한 셋을 신청하여 공연 전에 만나 받을 수 있었다. 미리 알았다면 나도 뭔가를 준비했을 텐데, 갑작스럽게 선물을 받게 되어 급하게 공연장 앞 편의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를 하나 사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여러 디자인으로 인형들을 디자인해서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곤 했는데, 내가 종종 '네가 판매할 의향이 있으면 내가 첫번째 고객이 되겠다'고 댓글을 달았었는데, 드디어 그의 인형이 내 손 안에! 진짜 밴드 멤버들의 특징을 잘 살렸다!
공연장이 Spotify O-EAST인데, 골목 맞은 편에 O-WEST가 있었다. O-WEST는 도쿄의 다른 지역에 있을 줄 알았는데, 골목을 사이에 두고 동/서 공연장이 따로 있었네. ㅎㅎ O-WEST에는 좀 이른 시간에 행사가 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3-4시쯤 몰려 나왔다. 평일인데도 그런 행사가 많이 있나 보다. 우리 나라에서는 평일 공연은 보통 8시나 되어야 시작하는데, 내가 경험한 일본에서의 공연은 평일은 6시, 주말은 5시에 시작했다.
O-EAST 공연장은 2층으로 입장하는데, 1층에 또다른 공연장 입구가 있어 관객들이 중복되어 꽤나 붐볐다. 그 쪽은 여성 관객이 많았고, 밴드메이드 쪽은 남성 관객이 많다. 꼬마 하나가 젊은 부모랑 밴드메이드 관람객들 사이에 함께 있는 모습도 보였다. 웅성거리며 서있는 동안에 밴드메이드 팬 그룹 중 하나를 운영하는 피터(Peter Lim)씨를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누고, 최근에 내가 본 "밴드+에이드" 이야기도 잠시 나눴다.
공연 전에 웅성거리며 서있는 동안에 내 주변에 해외팬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 한명에게 말을 붙였는데, 싱가폴에서 왔다 면서 주변에 일행이 서넛 있다 한다. 늘 팬클럽 사전 예매를 하면 해외팬들을 비슷한 위치를 몰아놓는 것 같다. 내 주변에 있던 해외팬들 대부분이 비슷한 번호대에 몰려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디스코드(Discord)란 앱을 통해 밴드메이드 해외 팬들이 많이 활동을 하고 공연 전에 정보 교환을 한다면서 내가 그 그룹에 가입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한켠에서는 피터씨가 짤막하게 유튜브 라이브를 하고 있고, 나를 향해 카메라를 비추길래 손을 흔들었는데 내 이름도 언급되면서 잠깐 비치기도 했다. ㅎㅎ
입장은 5시부터 시작하였고, 653번이었던 나는 5시 20분 쯤에 입장했다. 일본에서 클럽 공연인 경우 대부분 음료비를 추가로 내고 입장한다. 요즘엔 600엔인데 전에 다른 공연장에선 현금만 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카드 결제도 되었다. 입장하면서 음료를 고르는 데서 얼른 캔 맥주 하나 챙겨서 입장했다. 나중에 나올 때엔 맥주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 ㅎㅎ
공연장은 우리네 Yes24 라이브 홀(악스홀)처럼 들어가면 사운드 콘솔 주변으로 약간 높이 (15-20cm 정도?)가 있는 공간이 있고, 앞쪽으로 공간이 넓게 되어 있었다. 생각 같아선 높이가 있는 공간에 있고 싶었으나,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앞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앞쪽이고 시야가 좋은 쪽을 찾아가다 보니 중앙에서 살짝 오른쪽에 보컬 사이키랑 리드 기타리스트 카나미 사이 정도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주 앞은 아니지만, 시야가 꽤 괜찮은 위치였다. 2층엔 지정석도 좀 있었다.
공연 전에 미사가 한동안 안 들고 나왔던 SG 스타일의 베이스도 들고 나왔다고 사진과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저 베이스는 뭔가 소리도 그렇고 미사랑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ㅎㅎ
이번 공연은 완전 매진이라 했고 입추의 여지 없이 꽉 채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몇 명이 서서 보는데 시야가 꽤 괜찮아 보인다. 공연은 6시 5분에서 10분 사이에 시작한 것 같다.
처음 듣는 오프닝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들은 오프닝도 다양해서 오프닝 곡들만 모아서 싱글이나 EP로 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한 곡 한 곡 챙겨서 후기를 쓰기보다는 인상적이었던 부분 위주로 써보려 한다.
무대 뒤로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어 다양한 영상 또는 가사가 나오기도 해서 작지만 세련된 무대였다.
첫 곡이 Awkward였는데, '이 곡으로 시작한다고?'라는 놀라움이 확~ 온다. 그리고, 다음으로 다가온 느낌은 카나미의 기타 소리가 지금까지 본 어느 공연보다도 선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이들 공연을 보면서 카나미의 기타 볼륨이 살짝 더 컸으면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선명하게 들렸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평소 피킹 주법을 주로 연주하는 미사가 시작부터 핑거링 주법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시작부터 볼 수 있어 벌써부터 심쿵! MISA! MISA! MISA!
다음 곡도 의외였다. Start Over. 이들 곡 중에 어찌 보면 그닥 애정을 받지 못하는 곡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미드 템포의 곡인데 이게 선곡되었네. 오래간만에 듣고, 그게 라이브이다 보니 이게 또 그리 쫀쫀하니 매력적이다.
세번째 곡은 미쿠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At the Drop of a Hat이라는 마이너한 곡 중 하나이다. 올해 이들의 공연을 보면 유난히 사이키의 보컬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이 곡이 스튜디오 앨범보다도 훨씬 더 호소력 짙게 들리는 것이 귀가 확~ 트인다. 마지막 부분의 카나미의 기타 솔로가 원곡과는 다른데 뭔가 진한 느낌이 전해 온다. 죽이네~
그 다음 곡은 싱글로 냈던 발라드 about Us다. 원체 곡이 아름다운데, 유난히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이 이채롭다. 이들 곡을 듣다보면, 보컬의 멜로디 라인 뒤로 카나미의 기타가 나름의 멜로디를 이끌고 가고, 거기에 미사의 핑거링 베이스 라인이 나름의 멜로디를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화합이 절묘하여서, 그 소리가 풍성하기 이를 데가 없다.
다음은 조금 템포가 있는 YOLO다. 이 곡은 여러 번 라이브에서 연주되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각 파트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이 또 색다르다. 미드 템포라 하기엔 카나미와 미사의 따로 노는 듯하지만, 절묘하게 어울어지는 유려한 연주가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게 한다. 카나미가 앰프를 Bogner로 바꿔서 그런가, 전보다 좀 와일드한 느낌이 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미사 역시 Aguilar 앰프로 바꿔서 좀 더 거친 느낌인 것 같다.
Wonderland가 이어졌는데, 미드 템포들 곡에서 이런 긴장감이라니. 미드 템포 곡이긴 한데 아카네의 애매하게 빠른 더블 킥과 기가 막힌 심벌 소리는 묘하게 곡을 타이트하게 만든다.
쓰다보니, 매 곡마다의 느낌을 쓰고 있네...
여섯 곡을 쉼없이 연주하고는 미쿠의 인사가 있었다. 악천후에 와줘서 고맙다는 그런 얘기인 것 같다. 태풍 때문에 피해를 입은 지역도 있고 해서인지 인사도 조금은 차분하게 느껴졌다.
azure라는 곡이 이어졌는데, 또 '하, 이 곡도 하는구나' 싶은 느낌의 곡이다. 나야 이들 음악을 무작위로 계속 들으니 다 익숙하지만, 이들의 라이브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곡 중 하나일 것이다. 은근 신나는 느낌의 곡이라 관객들도 '어이!어이!어이!'를 연호하면서 즐겁게 함께 했다.
곡 자체로는 그닥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공연에서는 꽤 연주된 matchless Gum이 이어진다. 미사의 묵직한 베이스와 아카네의 절도 있는 드럼 위의 유난히 잘 들리는 기타 솔로가 이 곡을 더욱 멋지게 한다.
미쿠의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한 발라드 곡 anemone. 언젠가부터 어쿠스틱 기타는 미쿠가 전담하는 것 같다. 밴드 마스터 라 할 수 있는 카나미가 정말 멤버 전원이 주목 받을 수 있도록 모두에게 파트를 잘 나눠주는 것 같다. 오늘 곡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느 공연보다도 더 고해상도로 들리는 것 같다.
다음 곡은 Conqueror 앨범의 첫 곡인 PAGE로 이 곡 역시 앨범으로 들을 때나 첫 곡이니 자주 듣게 되지 라이브에선 그닥 많이 연주된 곡이 아닌데 선곡되었다. 미쿠의 어쿠스틱 기타와 미사의 베이스 라인 위로 보컬의 코러스 라인과 카나미의 기타 라인이 진짜 절묘하게 흘러가는 데 음반으로 듣던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다. 오늘 유난히 카나미가 여유있고 자신있는 듯한 묘한 미소가 너무나 멋지다. 큰 소리는 아니지만 관객들이 함께 하는 '어~어, 어~어' 코러스가 더 멋지게 하는 데 큰 몫 했다!
PAGE가 끝나고 멤버들이 무대를 하나둘씩 떠난다. '혹시 사이키가 혼자 건반을 치면서 노래하나?'하는 의심을 잠시 했는데, 홀로 남은 멤버가 다름 아닌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있는 미쿠였다.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탄성이 나오다가 환호성으로 이어졌다.
미쿠가 혼자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곡은 이들의 데뷰 앨범인 MAID IN JAPAN의 수록곡 중에 미쿠의 보컬 곡인 Big Dad란 곡이다. 나도 곡 제목은 기억 안 나고, 앨범 전체들을 무작위로 자주 들어서 익숙한 정도의 곡인데 이 곡이 선곡되었다. 나중에 보니 2015년 이후에 처음으로 연주된 것이고, 그게 무려 미쿠가 혼자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멤버들이 사라진 무대 옆쪽으로 다른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미쿠를 응원하고 있는 실루엣이 살짝살짝 보인다. 아카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미쿠가 소셜 미디어에서 새로운 편곡 언급했던 것이 이 곡이었나 보다. 미쿠 혼자 곡 전체를 소화해낸 역사적인 무대를 우리는 목격했고, 그녀는 충분히 잘 해냈다!
미쿠가 연주를 마치고 나머지 멤버들이 무대로 올라오면서 사이키가 미쿠의 깜짝 무대에 대해 뭐라고 한 것 같다. 미쿠 역시 엄청 긴장했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어쩌다가 얘기가 그리 흘러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곡인 Shambles의 표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근육질 미쿠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은데, 뭐가 되었든 멤버들이 모두 체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들 볼 때마다 더욱 건강해진 모습인 것 같아 흐뭇하다.
다음 곡 역시 미쿠가 어쿠스틱 기타를 쳤는데, 2022년 미주 투어를 하면서 팬들을 향한 감사의 곡인 Memorable이다. 하~ 그냥 아름답다.
조금 템포가 있는 Catharsis.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 곡은 정말 보석 같은 곡이다. 메일 보컬 멜로디와는 따로 노는 듯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기타 멜로디 라인과 그와 함께 하는 베이스, 드럼, 리듬 기타의 흐름이 정말 일품이다.
하, 이들의 대표 미디엄 템포 발라드 endless Story. 분명히 발라드 느낌의 곡인데 템포는 상당히 빠르고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그 흐름이 끝내준다. 몸을 흔들 수 밖에 없는 그루브와 관객들이 함께 부를 수 밖에 없는 코러스 파트는 정말 이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곡이다. 행복함 가득!
다음은 역시 비교적 마이너한 곡 중 하나인 Mirage. 이 곡은 내가 이들 공연을 처음 본 2019년 12월 7일의 후쿠오카 공연에서 초연되었던 곡이어서 내게는 또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곡이다. 내가 언젠가는 일본에 건너가서 락 공연을 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서구의 락 밴드가 아닌 밴드메이드가 될 것이라곤 정말 몰랐다. 그 2019년 공연 이후 나는 더 이들에게 빠져들었고, 이렇게 일본에서 그 때 그 곡을 들으며 감회에 젖는다.
이들의 발라드 곡은 그 어느 하나 잔잔하기만 하지는 않다. 그들의 대표적인 발라드 곡인 Daydreaming이 이어지는데,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카나미의 기타 때문일까? 아니면 한결 단단해진 사이키의 목소리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하게 들리는 가운데 중간 부분의 미쿠의 보컬 파트는 곡을 더욱 새로운 느낌이 들게 한다.
다음 곡은 Incubus의 Mike Einzinger와 함께 작곡하여 올해 발표한 Bestie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이들 곡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의 곡인데도 듣다 보면 밴드메이드 곡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묘한 곡이다. 10년을 넘게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는 멤버들 모두를 향한 영어 가사 곡인데, 가사에서의 애정의 대상이 멤버들임을 알고 있는 팬들은 그 가사의 진실됨에 감동할 수 밖에 없는 곡이라 하겠다.
미쿠의 오마지나이 타임도 태풍 때문인지 약간 자제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미쿠는 그마저도 재치있게 풀어나간 것 같다. 늘 하는 '모에, 모에~ 큔~' 이외에도 '태풍 꺼져!' 이런 느낌의 말도 중간에 섞였던 것 같다. ㅎㅎ
마지막 스퍼트라고 하면서 시작한 곡은 Choose me. 관객들 모두 큰 소리로 '어이! 어이! 어이!'를 외치며 곡을 함께 시작했다. 이 곡에서 미사가 카나미와 자리를 바꿔서 내 앞쪽에서 연주했다. 미사가 미소 지으며 연주하는 모습은 라이브에서 직접 봐야 한다. 영상에서는 그녀의 매력을 반에 반도 못 느낀다. 카나미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나오는 기타 솔로에 관객들은 '어이! 어이! 어이!'로 응답하고, 이어지는 미사의 베이스 라인에 잠시 모두 넋이 나간다. 이 곡은 정말 라이브에서 킬러 곡이다. 분위기 확 뜨거워진다.
'이제부터 계속 조금 달리는 곡이려나?'라고 생각하는데 이어지는 곡은 미디엄 템포의 헤비 넘버 'CHEMICAL REACTION'이다. 공연에서 거의 부른 적 없는 곡이다. 조사해 보니 이 공연 이전에 단 한 번 연주된 아주 희귀한 곡이란 말씀. 뜻밖의 선곡에 놀라움도 잠시, 모두 같이 소리 지르고 손을 하늘로 찌르면서 관객들의 환호성이 곡의 일부가 되게 만들어진 곡임을 느끼게 된다. 정말 완전 좋다!
Bubble이 이어지네. 이 곡 역시 팬들이 좋아하는 곡 꼽으라 하면 들어가기 힘든 곡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개성 강한 곡의 흐름은 라이브에서 관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카나미가 최근에 새로운 PRS 기타를 하나 영입했다 했는데, 이 곡에 들고 연주한 기타가 그 기타인 것 같다. 이 곡이 이리 템포가 빠른 곡이었던가? 계속 미디엄 템포 곡을 하다 보니 이 곡 정도만 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네. 중간에 사이키의 나레이션 부분 역시 너무 좋다.
정말 제대로 미디엄 템포 하드락 곡이 이어진다. 'Manners'!!!!
처음 들었을 때엔 정공법으로 나가는 미디엄 템포 하드락 곡이어서 이들 곡 치고는 이질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게 계속 듣다보니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정통 하드락이라 생각된다. 멤버들의 쫄깃쫄깃한 연주도 좋지만, 스튜디오 앨범보다 훨씬 강해진 사이키의 보컬이 이 곡을 한결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다음 곡은 가장 최신 곡인 SHOW THEM이다. 이 곡은 The Warning과의 협연이 많은 곡이라 뮤직 비디오가 배경으로 나와 The Warning 멤버들의 파트는 영상과 음원으로 대체하고 밴드메이드 파트는 직접 연주하는 형태로 연주되었다. 이 곡을 라이브로 연주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이런 형태로 연주되는 것은 좀 뜻 밖이었다. 솔직히 밴드메이드 혼자 이 곡 전체를 소화하는 걸 기대했었는데, 조금 아쉽다. 하지만, 원체 신나는 곡이어서 모두 즐겁게 이 곡을 함께 했다.
분위기 더 뜨거워질 수 있는데, 멤버들이 작별 인사를 한다. 😭
벌써 스물 세 곡이나 했단 말야? 벌써 2시간이 지난 거라고?
지난 경험으로 보면 공연에서 한 두곡은 인트로 혹은 중간 부분이 길게 편곡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은 그런 부분이 좀 적어서 시간만 보면 좀 짧아졌던 것 같다. 또한,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중간의 MC 시간도 조금 짧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내 조금 앞에 공연 전에 인사했던 말레이시아 팬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들의 공연이 처음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나는 "Too short!"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
무대 앞쪽으로 가보니 해외 팬들이 몇몇 모여서 기쁨을 나누고 있길래 나도 아까 인사한 친구들과 잠깐 얘기 나눴다. 그리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ㅋㅋ
이렇게 나의 다섯 번째 밴드메이드 공연이자 두 시간의 한여름 번외편 공연이 끝났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2022년, 2023년을 거치면서 이들의 역량이 급상승한 것 같다. 모두들 더욱 건강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멤버들의 연주와 서로의 호흡은 함께 해온 기간과 더불어 더욱 타이트해졌다.
- 사이키는 목소리의 힘이 정말 강해졌고, 표정과 목소리를 통한 감정 전달력은 최고였다. 그리고, 셋리스트는 주로 사이키가 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한 선곡이었다!
- 카나미는 수련을 엄청 많이한 고수의 여유로움이 물씬 느껴지는 연주가 일품이었다.
- 미사는 베이스로 곡의 또다른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유려함에 보고 들을 때마다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 아카네는 '이런 흐름의 곡에서 이런 드럼 라인이?'라고 느끼게 하는 리듬감과 파워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결같은 그녀의 미소도 물론 포함!
- 미쿠는 밴드메이드에서 그 누구보다도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으로 또 한번 보여주었다. 이 아름다운 곡들의 주 작사가일 뿐만 아니라, 혼자서도 연주와 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한 모습에 무척 뿌듯했다.
이제 서른을 막 넘긴 멤버들의 젊음은 단순한 에너지 그 이상으로, 그들의 연주와 무대 위에서 조화롭게 빛났다.
미드 템포의 곡들로 구성되어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전체적인 흐름이 미디엄 템포일 뿐 그 안에서 멤버들이 풀어내는 연주는 참으로 다양하여 평소에 들을 때와는 다른 다이나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에서 자주 듣기 힘든 곡들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었던 점도 큰 기쁨이었다. 또한, 공연장 세팅 덕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멤버들의 연주 모두가 유난히 잘 들렸던 것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공연 이후에 공식 채널을 통해 이번 공연에 폭우로 참석하지 못한 팬들도 있고 해서, 이 공연의 전체 혹은 일부를 유료 팬클럽 회원들에게 영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3월 어쿠스틱 공연도 그렇고, 이번 8월 번외편 공연도 그렇고 내가 본 2회의 공연이 모두 공식 영상으로 나온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반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희소성이 살짝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 공연의 거의 전부가 공개된 현재 다시 보고 들으면서 반가움와 저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뿌듯함이 훨씬 크다. 내가 본 공연이 이런 고화질, 고음질로 남게 되었다니!
이번 번외편 공연은 처음에는 도쿄 1회만 기획되었다가 10월 달에 후쿠오카와 삿포로에 추가 공연이 확정되었다. 두 도시 모두 내가 밴드메이드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방문했던 도시들이었고 모두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어서 더욱 반갑다.
이번 밴드메이드 공연은 나의 다섯 번째 밴드메이드 공연이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을 본 밴드는 한국 밴드 포함해도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횟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밴드메이드 팬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메이드의 곡은 지금 듣는 곡이고, 가장 좋았던 밴드메이드 공연은 가장 최근에 본 공연이라는 것이다. 이번 한여름의 번외편 공연은 대표곡이 아닌 곡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나 역시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열흘이면 나올 이들의 새 앨범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그리고, 다음 11월에 볼 Zepp 투어도 기대된다!!!
태풍의 위협이 있었지만, 이들의 매력은 끝없이 계속됨을 또 한번 확인한 2024 한여름의 번외편 공연 후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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